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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다닌 이야기/베트남

정신없었던 냐짱 출장

by mmgoon 2016. 11. 12.


왠일인지 특히나 피곤한 아침이었습니다.

도무지 일어나기가 쉽지 않아 낑낑거리고 겨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눈 앞에는 어제 밤에 싸두었던 가방이 있습니다.


'아-'


이런 마음이 듭니다.

네네, 오늘은 냐짱으로 출장을 가는 날입니다.


그러니까 붉은 토끼 녀석들이 공문으로


'자자, 그러니까 내년도 중요한 일들을 결정할 회의를 합시다. 그런데 이걸 꼭 냐짱에서 하고프네요'


라고 말을 했기 때문에 자기들은 하노이, 우리는 호치민에 있지만 휴양의 도시 냐짱으로 회의장소가 정해지고 호텔도 잡고 등등해서 뭐랄까 중요한 회의가 내일 있습니다.


"아, 그러니까 1시 비행기인가?"

"넹"


해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어제 미스 탄이 다시 와서는


"아아- 그러니까 4시 비행기라구여"

"왜?"

"뭐랄까.... 베트남항공에서 사람들이 적다고 2편을 취소해버렸서여"

"이게 버스도 아닌데 그런 식으로...."


덕분에 냐짱에서의 일정을 전부 수정해야 했다죠. 아아- 웰컴 투 베트남.


아침에 출근해서 마지막으로 자료 검토하고 백업 자료들 챙기고 점심먹고 잽싸게 인터넷으로 체크인을 하고 님들을 모시고 익숙한 탄손녓 공항 국내선 청사로 들어왔습니다.


어짜피 호치민에서 냐짱의 깜란 공항까지야 1시간 정도 걸리는 비행이라 비행 자체는 별 것 없습니다.

바로 이륙하고 착륙 준비를 한다죠.

이륙을 하자마자 스투어디스들이 생수 하나를 줍니다.

이걸 홀짝이자마자 비행기가 내려갑니다.




공항을 나와 이미 어둑어둑해진 길을 달려서 깜란 공항에서 냐짱 시내로 향했습니다.

이렇게 도착한 이번 숙소는, 베트남 토끼들의 선택인 바로 셰라톤 냐짱입니다.

개인 돈으로는 묵을 수 없는 숙소여서 (촌스럽게) 여기저기 둘러봤습니다.


뭐, 결론적으로 어짜피 호텔 시설물을 사용하지 않는 (사실 그럴 시간이란게 없져) 저로서는 무리하게 푹신하고 두터운 침대와 침실에서 보이는 샤워실이 특이해보였습니다. (뭐야 이게 혼자서. -_-;;;;)




그리고 세면대는 뭐랄까 엉뚱한 디자인의 수도꼭지로 인해 씻기가 불편했고, 무엇보다 물이 묻은 손으로 수도꼭지를 잠그기가 넘 힘들었습니다. 네네, 공연히 5성급 호텔을 깎아보려는 시도져.




체크인을 하고 잽싸게 짐정리하고, 구겨진 와이셔츠를 다리고 나서 (내일은 중요한 회의니까여) 1층으로 내려가서 버스를 타고 공식 저녁식사 장소로 향했습니다.


베트남 토끼들을 데리고 간 오늘의 저녁식사 장소는 냐짱의 해산물 식당인 옥짜이(Ngoc Trai, 진주) 식당입니다. 여기서 내일 회의의 성공을 기리면서 맥주와 해산물을 즐겨줬답니다.

 

- 주소 : 75 Nguyen Thi Minh Khai Street, Nha Trang

- 전화 : +84 58 3516 088




결국 해변도시 냐짱에 왔으나 바다는 구경도 못하고 호텔방에 돌아와서 쿨쿨 잠에 빠졌습니다.




다음 날 일어나서 간만에 정장을 차려입고, 회의실로 내려갔습니다.

뭐, 회의는...

예상대로


"이거이거이거는 이미 의결했으니까 넘어간다"

"그래"

"그리고 이건 들어줄테니까 대신 이걸 해줘"

"그래"


등등으로 이어지고, 점심을 먹고 돌아와서 


"자자, 대충 의결을 했으니 이제 합의문을 채택하자고"

"그러자구"


바로 이 순간 지난 14년동안 대충 회의가 정리되는 순간 발언을 시작해서 모든 판을 뒤집어 엎으시는 붉은 토끼 아줌마가 늘 언제나 항상 그렇듯이 판을 뒤집으싶니다.


"글면, 지난 4차례 회의 및 오늘 하루 종일 한 결과를 부정하는 건가여"

"그렇죠. 이건 우리 방침과 맞지 않는다구여"


보통 이렇게 되면 의장 토끼가


"자자, 양쪽의 의견이 너무 갈렸네요. 그래요 너무 싸우지들 마시고 이쪽에서는 이 정도 저쪽에서는 저 정도 양보합시다. 아줌마 토끼님도 진정하시고, 미스터킴도 진정하시고"


하면서 대충 결론이 나는데, 뭐랄까 이번 회의는 의장 토끼가 작년에 은퇴하신 늙은 토끼를 대신해서 엄청나게 젊은 토끼로 교체가 되었습니다. 그 결과


"그래여. 이건 몽땅 미스터킴이 잘못한거에여. 우리는 절/대/로/ 합의할 수 없습니다"


라고 선언을 해버린 겁니다.

나도 놀라고 판을 없으신 늙은 아줌마 토끼들도 놀라고, 젊은 의장 토끼를 제외한 모든 붉은 토끼와 울 회사 사람들이 다 놀랐습니다.


그러니까 대충 회의는 나와 늙은 아줌마 토끼가 악역을 하면서 싸우면 (왜 난 이런 일을 할까 -_-;;;) 의장과 소장님이 착한 역을 자처하면서 의결을 이끌어가는 그런 식으로 진행이 되는데, 이걸 잘 이해하지 못한 의장 토끼 녀석이 엎어진 판에 발길질을 날린 것이져.


결국,


"장난쳐? 이 상태로 무슨 의결을 하라는 거야?"


하고 강공을 나갈 수 밖에 없었고, 결국 회의는 결렬이 되었습니다.

회의장을 나가는데 열라 불쌍한 얼굴의 토끼녀석 하나가 와서


"아아, 미스터킴 이런 식으로 끝내여?"

"야, 너네 의장이 엎었는데 어떻게해?"

"흑흑- 저 넘이 어려서 철이 없어서 그래여. 지네 엄마 빽으로 온 낙하산인 거 아시자나여"

"그래도 이대로는 결론 못 냄"

"아아- 저는 뭐라고 보고해여"

"내 알 바 아님"

"흑흑흑-"


솔직히 공산주의 스타일인 토끼네 녀석들은 각자 부서에서 지시를 받고 왔기 때문에 성과없이 돌아가면 열라 깨지는 것을 알지만 워낙 젊은 토끼녀석이 판을 심하게 없었다죠.


각자 방으로 돌아가 보고를 마치고, 모두 공식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이번 식당은 참파 가든 (Chapa Garden) 레스토랑이었습니다.


오늘 저녁은 그 동안 수고하신 늙은 아줌마 토끼가 년말에 은퇴를 하기 때문에 감사패 전달식이 있었죠.

회의가 엎어져서 주는 우리도 받는 아줌마도 뭔가 뻘쯈했죠.






이 후 망쳐먹은 회의를 잊기 위해 토끼들와 맥주를 마셔줬습니다.


"아아, 저 젊은 토끼녀석 때문에 미치겠다고. 나 돌아가서 뭐라고 보고하냐"

"우리도 마찬가지임. 도데체 제네 엄마 누구야?"

"아아- 당쪽에 사람이야. 말하기 힘듬"

"마셔라"

"으응"


등등의 대화가 이어졌죠.

이래서 유학다녀온 오렌지족을 위쪽에 앉히면 문제가 많은 것입니다. 하아-




호텔로 돌아와서 바로 뻗었는데 잠이 들자마자 알람이 울립니다.

네, 그렇습니다. 

아침 비행기를 타기위해 무려 새벽 4시반에 일어나야 했답니다.


누누히 포스팅에서 밝혔지만 절대로 아침형 인간이 아닌 저는 거의 비몽사몽으로 공항으로 가는 승합차에 올랐습니다.

나름 호텔측에서 새벽 일찍 나간다고 아침 대신 빵과 쥬스도 챙겨주고, 한국사람들이라고 서비스로 승합차에서 한국 노래도 틀어줬습니다.


덕분에 냐장에서 공항까지 가는 45분동안 카라의 데뷰곡으로 시작해서 거의 모든 뮤비와 행사 및 티비 출연 비디오를 시청했습니다. 

공항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면서도 '허어니- 허어니-'라는 가사가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더군요.




그렇게 이른 아침 비행기를 타고 호치민으로 돌아왔습니다.




회사에 도착을 해서 자리에 앉자 극도의 피로가 밀려옵니다.

물론 저녁에 본사 손님과 저녁자리가 있었지만 뭐 이런 식으로 정신없는 냐짱 출장이 끝났습니다. 

뭐랄까 체력 저하를 몸으로 느낀 출장입니다.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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