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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초를 사는 방법 동대문에 일이 있어서 나갔다가 종로쪽으로 슥슥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종로 6가 정도에 다다르자 '종로 꽃시장' 이라는 간판이 보입니다. 뭐랄까 그냥 소소하게 가게들이 꽃들을 팔고 있는 그런 느낌이었고 대부분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 꽃들을 구매하는 그런 분위기였습니다. '오오 신기한데?' 하는 마음으로 이거저거 구경하고 있었죠. 그러던 중에 할머니 한 분이 난초들을 파고 있는 가게에서 난초들을 보고 있었습니다. 붉은 색의 꽃들이 가득한 난을 보다가 한쪽에 아직 꽃망울들만 가득한 난 하나를 봤습니다. "이거 좋은 녀석이야" "넹?" 왠 할아버지 한 분이 이야기 하십니다. "이거 꽃 피면 향기가 좋다니까" "그렇군요. 무슨 색 꽃인가요?" "글세 그건 나도 모르지. 난 주인이 아니라고" "아아" 이런 .. 2024. 3. 24.
옥수수의 힘 "알겠지? 토요일에 늦지 말고 오라고" "넹. 그런데 왜 우리 모임은 식사 준비가 자주 돌아오는 건가요?" "아아, 그게 여러가지 이유가... 암튼 늦지 말라구" "넹"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뭐라도 해먹으려고 하다가 결국 포기를 하고 토스트에 커피를 마시고 빈둥댔습니다. 시계를 보니 어헉- 잽싸게 교회로 차를 몰았습니다. 이론... 원래 모였어야 할 인원보다 확- 줄어보이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게다가 초보들이 많군요 -_-;;; 결국 칼과 도마를 들고, 파를 썰고, 무를 썰고, 양파를 썰고, 청양고추를 다지고, 김치를 썰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허리를 펼까 하는데 권사님이 봄동을 데치라고 하시네요. 소수의 인원으로 준비를 하다보니 정신없이 시간이 지났습니다. 대충 정리를 마치고 저녁으로 뭐를 먹을까 고민.. 2024. 3. 10.
멍게를 싸게 먹는 방법 연휴라서 밖에를 나갔더니... 춥습니다. 간단한게 볼 일만 보고 집으로 오다가 시장에 들렸습니다. 봄을 맞이해서 수선화도 하나 구입을 하는데 옆에 어물전에서 봄 멍게가 잔뜩 팔리고 있습니다. "아아 한 바구니에 1만원이라구여" 라고 외치는 청년이 있었고 한 쪽에는 구매한 멍게를 까서 담는 청년이 보입니다. 왠지 봄 느낌을 내고 싶고 연휴야 말로 낮술의 좋은 기회임을 떠올린 나는 냉큼 멍게를 집어들었습니다. "이거 하나 주세여" "네네. 그런데 멍게 까는데 시간이 좀 걸려여" "아녀, 그냥 주세요. 제가 까먹을 겁니다" 그러자, 연신 피곤한 얼굴로 멍게를 까던 청년이 냉큼 멍게 한 마리를 더 넣어주면서 "아아, 한 마리 더 드립니다요" 하는 것이다. "멍게 까는 법 아시나봐여" "아아 뭐 그렇져" 하면서 .. 2024. 3. 2.
예상은 빗나가기 마련이지 출장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마지막 회의를 했고, 이런저런 보고서도 얼추 끝나가고, 지사 사람들과 저녁도 먹었고 등등 말이다. 호텔방에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휘리릭 짐을 싸고, 옷을 갈아입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리셉션에 내려갈 때까지는 적어도 특별할 것이 없는 출장은 예상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체크아웃을 하려고 했더니 리셉션에 있는 녀석이 버벅거리기 시작을 한다. “문제가 있나요?” “아녀 시스템상에서 그러니까…” 생각을 해보니 체크인을 할 때 왠지 초짜로 보이는 녀석이 내 예약이 시스템에 보이지 않는다고 낑낑거리던 기억이 난다. “손님. 여기 영수증입니다” “아아, 가격이 예약한 것과 다른데요” “엥? 그런가요?” “그리고 숙박일도 아에 다른데요” “아아 그게 시스템에서 말이죠” 뭐랄까 힐튼.. 2024. 2. 24.
자만인가 기억력인가 동네 마트에 갔더니 약간 오래되보이는 배추를 세일하고 있었습니다. 집에 김치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내고는 냉큼 줏어왔죠. 네네 간만에 김치를 담그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간단하게 맛김치 스타일로 (포기 김치보다 훨 쉽죠) 슥슥 진행했습니다.. 냉동고에서 고춧가루를 꺼내고, 어짜피 양이 적으니 속도 대충대충 만들고 등등. 할 일 없는 주말의 소일거리로 딱 좋았습니다. (반사회적인 스타일은 아니에요 -_-;;;;) 그렇게 완성된 김치를 용기에 넣는데 뭔가 빼먹은 느낌이 납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생각나지 않아서 훗- 나이 먹으니 쓸데없는 걱정이 많아지는구만 하면서 냉장고에 넣었죠. 그리고 아침에 깨서 냉장고를 얼어보니 어머님의 고등어가 아니라 (이 노래른 아시나요 -_-a) 다진 마늘이 보입니다. 그렇.. 2024. 2. 18.
베트남 푸꿕섬의 국수 분꿔이(Bún Quậy) 베트남은 지역별로 대표하는 국수들이 있습니다. 네네, 퍼(Pho)는 하노이, 후띄우(Hu Tieu)는 사이공, 미꽝(Mi Quang)은 다낭 뭐 이런 식이죠. 요사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여행을 많이 가는 베트남 남부의 섬인 푸꿕(Phú Quốc)에도 이 지역을 대표하는 국수가 있는데 바로 오늘 소개할 분꿔이(Bún Quậy)입니다. 푸꿕섬과 본토 남부 해안지역의 해산물 국수입니다. 참고로 해산물이 풍부한 푸꿔섬에는 분꿔이 이외에도 분켄(Bún Kèn)이라는 국수도 유명합니다. 이 녀석은 다음 번에 다뤄보져. 분꿔이(Bún Quậy)의 기원을 살펴보면 중부 해안 지방인 빈딘(Bình Định)의 해산물 국수인 분똠(bún tôm, 새우국수)의 변형일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그러니까 빈딘 지방 사람들이 푸꿕.. 2024. 2. 16.
토끼들이 준비한 설 선물 작년부터 호주 토끼들과 호주 바다 한 가운데에서 무언가 일을 하고 있습니다. 네네 아무도 관심없는 그런 일이지만 나름 개인적으로는 중요한 일이라죠. 역시나 예상대로 호주 토끼 녀석들을 느립니다. “아아, 막상해보니 말이지….” “으음… 역시 처음부터 당신 말을 들었어야 했군” 이라든지 “아아아아,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라구!!!“ ”우리는 열심히 하는데 니가 자꾸 구박을 하니까 힘이 빠지네“ 등등의 말을 던지면서 느릿느릿하게 토끼 녀석들을 일을 합니다. 녀석들의 일처리 속도를 바탕으로 계산을 해보니 뭔가 중요해서 꼭 내가 해석을 해야하는 일이 대충 설 연휴가 끝나고 며칠 있다가 있습니다. ”아아, 그래도 설 연휴는 마음 편히 보내겠네“ 라는 생각을 했었죠. 그런데, 갑자기 며칠 전부터 토끼녀석들이 미친듯.. 2024. 2. 8.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직 설날이 일주일은 남은 것 같지만 베트남 친구들은 벌써 설 분위기를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네네 설 그러니까 베트남 말로 뗏(Tết) 더 정확히는 뗏웬단(Tết Nguyên đán)은 우리나라보다 더 열심히 보내는 것 같습니다. 호치민시를 비롯해서 여러군데에서 설 장식이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도 들리네요. 이 블로그에 놀러오신 여러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청룡의 해에는 더더욱 멋진 일들이 많이 일어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신나는 2024년 되세요. 축뭉남모이(Chúc Mừng Năm Mới)!!! 신나는 베트남 설날 노래들입니다. 뗏뗏뗏뗏 덴 죠이 (Tết Tết Tết Đến Rồi)~~~ 2024. 2. 3.
공주역 기행 그리 깊은 밤은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역으로 향하는 길은 가로등 하나 없는 아주 깜깜하고 좁은 길이었기에 택시기사 아저씨는 연신 전조등을 상향으로 켜가면서 운전을 해야 했습니다. 불빛이 보이고 택시에서 내려, 사람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역사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계단을 걸어 올라서 승강장으로 나갔습니다. 기다란 승강장에는 오롯이 나 하나만 서 있습니다. 불들은 들어와 있지만 주변은 마을 하나 보이지 않는 깜깜함으로 둘러싸여 있고,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그런 풍경이 연출됩니다. 아직 기차가 도착하려면 10분 정도 남았고, 바람 소리가 들리고, 저 멀리서 짓는 멍멍이의 컹컹 거리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옵니다. 과연 이 승강장에 기차가 오기는 할까? 하는 생각과 혹시나 그냥 지나치면 어쩌지? 하는.. 2024. 1.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