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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다닌 이야기121

예상은 빗나가기 마련이지 출장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마지막 회의를 했고, 이런저런 보고서도 얼추 끝나가고, 지사 사람들과 저녁도 먹었고 등등 말이다. 호텔방에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휘리릭 짐을 싸고, 옷을 갈아입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리셉션에 내려갈 때까지는 적어도 특별할 것이 없는 출장은 예상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체크아웃을 하려고 했더니 리셉션에 있는 녀석이 버벅거리기 시작을 한다. “문제가 있나요?” “아녀 시스템상에서 그러니까…” 생각을 해보니 체크인을 할 때 왠지 초짜로 보이는 녀석이 내 예약이 시스템에 보이지 않는다고 낑낑거리던 기억이 난다. “손님. 여기 영수증입니다” “아아, 가격이 예약한 것과 다른데요” “엥? 그런가요?” “그리고 숙박일도 아에 다른데요” “아아 그게 시스템에서 말이죠” 뭐랄까 힐튼.. 2024. 2. 24.
공주역 기행 그리 깊은 밤은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역으로 향하는 길은 가로등 하나 없는 아주 깜깜하고 좁은 길이었기에 택시기사 아저씨는 연신 전조등을 상향으로 켜가면서 운전을 해야 했습니다. 불빛이 보이고 택시에서 내려, 사람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역사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계단을 걸어 올라서 승강장으로 나갔습니다. 기다란 승강장에는 오롯이 나 하나만 서 있습니다. 불들은 들어와 있지만 주변은 마을 하나 보이지 않는 깜깜함으로 둘러싸여 있고,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그런 풍경이 연출됩니다. 아직 기차가 도착하려면 10분 정도 남았고, 바람 소리가 들리고, 저 멀리서 짓는 멍멍이의 컹컹 거리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옵니다. 과연 이 승강장에 기차가 오기는 할까? 하는 생각과 혹시나 그냥 지나치면 어쩌지? 하는.. 2024. 1. 31.
여행의 필요성에 대하여 여행을 왜 다니냐고 물어보신다면 “그게 뭐랄까 대외적으로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보여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동작이니까요” 라고 말을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여행도 그런 것이었습니다. 회사에 인사발표들이 나고 조직들이 바뀌고 위쪽도 바뀌고 등등 왠지 성실한 부장이라면 이런 시기에 회사에 전전하면서 인사치례라든지 네트워킹이라든지를 해야만 할 것 같은 그런 상황이 이어지자 일평생 반항의 기질을 숨겨온 김부장의 반항치가 리미트에 다달았고 휘리릭 휴가를 하루 냅니다. 이렇게 막상 휴가를 내고 나니 금요일 하루는 내 것이지만 토요일 점심에 어머니를 만나기로 했고, 주일에 교회엘 가야 한다는 현실이 보이네요. 네 그렇습니다. 샐러리맨들은 회사 하나 포기하면 인생의 자유가 온다고 생각들을 하지만 막상 현.. 2023. 12. 9.
디져트인 바클라바(Baklava) 이야기 치과에 다녀와서 이거저거 먹지 못하게 되자 갑자기 단 것들이 먹고 싶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중동 살적에 먹던 바클라바가 생각나서 한 번 포스팅을 해봅니다. 우리나라에도 어딘가 팔지 않을까요? 이 바클라바는 그리스, 튀르키에, 중동에서 많이 먹는 단과자입니다. 당연하게도 그리스, 튀르키에, 중동은 서로 이 과자가 자기들이 원조라고 다투고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각 나라별로 약간씩 다릅니다. 뭐 제 눈에는… 왠지 중동은 목소리가 약한테 그리스와 튀르키에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고 있다죠. 지난 2006년에 그리스의 키프로스인들이 바클라바를 자신들의 음식이라고 부르기로 결정했고, 이 사건이 튀르키에 사람들이 완전 열이 받았습니다. 심지어 신성모독이란 표현까지 썼다고 합니다. 결국 EU 브뤼셀에서 2013년 그리스의.. 2023. 11. 24.
출장 다크 버전 여행이건 출장이건 간에 어딘가 다른 곳으로 떠나고 일들을 겪다가 보면 물론 좋거나 기쁜 일들도 많지만 맘에 안들거나 투덜거릴 수 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란 것이 생기기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응?) 이번 출장의 투덜이 버전을 끄적인다. 그러니까 이번 10일간의 출장동안 맘에 들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참고로 투덜거리는 이야기이니 논리가 일부 결여되어 있다. 당연하자나? -------------------------- 공항으로 가는 길이다. 도착하는 곳이 여름인 관계로 얇게 옷을 입었더니 차안이 서늘하다. 기사 아저씨 더우신지 도무지 히터를 올려주지 않는다. 허억- 인천공항 보안 검색대에 사람들이 장난이 아니다. 게다가 이 처리 속도라니. 윗대가리로 멍청한 인간이 새로 부임을 해서 시스템을 바꿨.. 2023. 11. 23.
호주 아들레이드 남호주 미술관 (Art Gallery of South Australia) 남호주 박물관을 나와서 바로 옆에 있는 남호주 미술관 (Art Gallery of South Australia, AGSA)을 찾아갔습니다. 역시나 박물관과 마찬가지로 사암으로 만들어진 멋진 건물입니다. 아트 갤러리 오브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주 · North Terrace, Adelaide SA 5000 오스트레일리아 ★★★★★ · 미술관 www.google.com 우리나라는 사암으로 만들어진 건물이 없지만 사암은 나름 훌륭한 건축재료로 마치 나무처럼 오래되면서 색이 변하는 멋스러움이 있습니다. 역시나 이 곳도 무료로 방문할 수 있습니다 (네네 오늘은 저렴한 그런 여행입니다) 이 곳에는 이 지역 미술가들과 수집한 작품들이 같이 전시되어 있는데, 뭔가 호주적인 느낌을 주려는 인상이 강합니다. 그림들과 함께 .. 2023. 11. 18.
호주 아들레이드 남호주 박물관 (South Australian Museum) 대충 씻고 호텔을 나섰습니다. 어제와 달리 오늘을 따뜻~더운 우리나라 초여름 같은 날입니다. 가볍게 짧은 셔츠를 입고 슥슥 걸어서 간 곳은 아들레이드에 있는 남호주 박물관(South Australian Museum)입니다. 위치는 아들레이드 중심부에서 약간 북쪽에 토렌스(Torrens)강 남쪽에 있습니다. 거의 중심부이고 찾기 쉽습니다. South Australian Museum · North Terrace, Adelaide SA 5000 오스트레일리아 ★★★★★ · 자연사 박물관 www.google.com 네네 예상하셨듯이 입장료는 무료입니다 (왜인지는 앞에 포스팅을 보세요 ㅜ_ㅜ) 그러니까 이 곳은.... 개인적으로는 약간 정체성이 햇갈리는 그런 박물관입니다. 자연사 박물관 처럼 호주의 화석 (선캠브.. 2023. 11. 18.
어흑- 카드가 안된다 네네 출장중입니다. 이 블로그를 읽으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콜드플레이 덕분에 이번 주말을 아들레이드에서 보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호주는 영국식 아침을 먹습니다) 치통이 있어서 약국으로 향했습니다. "아아 진통제 뭐가 좋나여?" "이게 젤로 세지" "글쿤여. 주세요" "이거 큰 통이 저렴하다고" 중국 약사 할머니의 강력한 추전을 따라 (너 치통은 많이 먹어야됨) 큰 통 하나를 구입하고 계산을 하려고 카드를 내밀었더니 거절이 됩니다. 외국에서 가끔 이런 일이 생기는데, 당황하지 않고 다시 한 번 시도를 했죠. 그런데 역시나 거절되는 겁니다. 생각을 해보니 얼마 전부터 이런 메시지를 받았더랬습니다. 아, 그게 오늘이었습니다. 그리고 대충 봐서 몰랐는데 보통 새벽시간에 일이 진행되는데 오늘은 거.. 2023. 11. 18.
호주 아들레이드 식당 - 고여사 (Koyeosa) 이거저거 일을 처리하다 보니 저녁이네요. 그냥 근처에서 간단히 먹을까 생각을 하는데 문득 한식이 먹고픕니다. 구글맵을 찾아보니 의외로 주변에 한식당들이 보입니다. 문제는... 역시나 고기를 굽는 중심의 식당들이라서 후드티를 입은 중년 남자 한 명이 저녁을 먹을 분위기가 아닙니다. 그러던 중에 찾은 집이 오늘 찾아간 Koyeosa (아마도 고여사겠지요?) 입니다. 선택을 한 이유는 고기구이집이 아니고 작은 테이블이 있어서 였습니다. Koyeosa · 449 Pulteney St, Adelaide SA 5000 오스트레일리아 ★★★★★ · 한식당 www.google.com 안으로 들어가니 친철하게 금요일 저녁 1인인데도 테이블로 안내를 해줍니다. 저는 제육볶음과 밥하나 그리고 카스 맥주를 주문했죠. 크으- .. 2023. 11.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