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돌아다닌 이야기/베트남

마지막 하노이 출장기

by mmgoon 2018. 5. 30.


뭐 제목을 '마지막 하노이 출장기' 이렇게 짓고 나니 조금 이상하기는 하다마는 정확히 하자면 

'이번 베트남 근무 마지막 하노이 출장' 정도가 될 듯 하다.




(2018.5.28 월)


지난 포스팅들에서 쓴 것 처럼 이런저런 조직의 복잡한 이유로 베트남에 한 달을 더 있게된 김부장은 

베트남 차를 구입하거나 티폿 등을 모으면서 우아(?)하게 사이공 마지막 달을 보내면 될 줄 알았는데, 

이를 질투(?)한 붉은 토끼들이 일을 쳐버렸다.


"아아 그러니까 김부장이 하노이엘 다녀오라구"

"저는 이미 본사 발령이 났다구여"

"그러니까 이번 출장은 뭐랄까... 그래, 본사 부장으로서 다녀오라구"

"하지만 붉은 토끼들은 이 사실을 모를텐데요"

"그렇지 그게 묘미인 것이지"


뭐 이런 식으로 해서 (실제로는 조금 더 복잡한 연유였지만 내가 출장을 가서 붉은 토끼들을 만난다는 것은 변함이 없으니) 

하노이로 날아가게되었다.



아침부터 밀려오는 일을 대충 정리하고 호치민 떤선녓 공항엘 갔다.

왠일인지 오늘은 그리 사람이 많지 않아서 보안검사는 쉽게 통과하였으나 

게이트 앞에 오니 먼저 출발했어야 하는 비행편이 아직도 전광판에 그대로 있다.




아아-

다년간의 경험상 이건 정시에 비행기가 출발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확실하다.

역시나 조금 있으니 


"아아, 게이트가 바뀌었어염"


하고, 이윽고


"아아아, 그러니까 이런저런 문제로 인해서 일단은 30분을 연착해보렵니다"


하는 식으로 진행을 한다.


결국 이런 식으로 지연을 한 비행기에 올라보니 내 자리에 왠 언뉘가 앉아있다.

한 두 번도 아니고 마지막 출장이라서 나름 부드러운 목소리로


"여긴 제 자린데염"

"아니져. 여기는 제 자리라고요"

"아아, 여기 제 보딩패스에 분명히"

"그렿져. 당신 자리는 F라구여 저는 D랍니다"

"네, 제가 하고픈 말이 당신이 앉아계신 바로 이 자리가 F라는 것이져"


하자 언뉘는 의심이 풀리지 않은 얼굴로 옆쪽으로 이동을 했다.



아이들은 일제히 울기 시작을 하고, 

뒤쪽에서는 소리를 켠 채 휴대폰으로 오락을 하고, 

옆에 앉은 언니는 자기보다 큰 가방을 들고 왔고 등등에 

언젠가는 추억으로 남겠지마는 당장은 짜증나고 익숙한 상황들이 펼쳐지고는 비행기는 떤선녓 공항을 이륙했다.



하노이로 올라가는 2시간 동안은 언제나 처럼 과자와 물이 제공되고, 늘 틀어주는 카나다에서 촬영된 몰래 카메라가 모니터에서 나왔다.


이렇게 도착한 하노이는 약간 흐린 하늘이다.

이미 늦어버린 관계로 저녁을 먹으러 가려고, 일단은 붉은 토끼에게 전화를 했다.


"어디로 갈까나?"

"아아아, 요사이 잘 가는 곳인데 내가 주소 문자로 보냄"





우리나라 순대와 거의 같은 맛이다.



개고기풍의 돼지고기 요리




뭐 내일이야 각자의 공식적인 입장을 표방하면서 전쟁을 하겠지만 

지난 4년간 인연이란게 있으니 오늘 저녁은 베트남 스타일로 같이 하기로 했다.


"글면 언제 돌아가는 거야?"

"뭐랄까 이 돼지고기 요리는 니가 좋아하는 개고기 요리와 맛이 비슷하다고"

    (개고기는 내가 좋아하는게 아니라 니가 좋아한다고 -_-;;;;)

"야야 다 필요없어. 원샷이야. 못 하이 바 죠~"


등등의 시간이 지나고 얼큰하게 취해서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짐을 풀고 침대에 누웠더니 빙빙돈다.

이렇게 첫 날이 지난다.





어두운 하노이의 밤







(2018.5.29 화)


아침이다.

역시나 전화가 빗발친다.


"왜? 무슨 일이야?"

"아아, 그게 말이지 뭐랄까 우리 보스가 중요한 일이 있어서 약속을 11시로 미루고 싶어"

"아아아. 그래 뭐 할 수 없지. 11시엔 꼭 보는 것임"

"물론임"


결국 붉은 토끼 녀석들은 마지막까지 약속시간을 맘대로 변경하는 공력(?)을 보여줬다.



굳 모닝 하노이인데 여관 간판이 보인다.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서 호치민행 비행편을 변경하고 조금 늦게 붉은 토끼들네 회사로 갔다.


"이게 무슨 일이야"

"아아 뭐랄까 민감한 정치적인 상황이라고"

"이런 식으로 배를 째면 나도 죽지만 너도 같이 죽음"

"아아아 잘 모르겠고 (뭐랄까 공산당 식으로) 다다음주 정도에 몽땅 모이는 회의를 한 번 더 하고픔"


뭐 이런 대화들을 한참이나 떠들었다.




붉은 토끼네 회사에서 본 풍경




일을 마치고 점심은 간단하게 쌀국수로 먹어줬다.

지난 번에 문대통령님 오셔서 드셨다는 바로 그 가게에서 먹었는데, 왠지 이 전보다 맞이 더 좋아진 느낌은 뭔지 -_-;;;;



술 마신 다음 날 퍼는 진리다







카톡으로 잽싸게 님들에게 회의결과 보고하고, 

차를 타고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 국내선 청사에 도착을 해서 체크인을 하고 

비행기를 타고, 운 좋게 정시에 출발을 하는 비행기 안에서 휘리릭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 글을 쓰고 있다.





역시나 주변에는 시끄럽게 음악을 듣고 있고 (베트남엔 이어폰 따윈 없다) 

애들은 뛰어다니면서 소리를 치고,

옆에 앉은 아저씨는 맨발은 신발에서 꺼내더니 내쪽으로 발을 향하고,

내 자리에 모니터는 고정되지 않아 자꾸 허벅지를 건들인다.


뭐 이렇게 당분간 오지 않을 하노이 출장이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