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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다닌 이야기/베트남

설날 맞이 하노이 여행기

by mmgoon 2018. 2. 8.


(2018.2.6)


설날을 맞이하여 뭐랄까 베트남 스타일의 전통이랄까 해서 평소에 이런저런 승인을 해주는 베트남 님하들에게 인사도 드릴겸 

얼마 전부터 추진 중인 일들이 도무지 앞으로 나가는 것 같지 않아서 하노이로 출장을 가게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어제 그니까 월요일에 출근해서 미친듯이 뭔가를 투닥거리고 있었는데

(하아- 이번 인사로 인해 일이 늘어버렸습니다 그려)

소장님이 전화를 합니다.


"그러니까 김부장아 내일 출장에 너도 같이 가자고"

"왜염?"

"이쒸 니가 진행하는 일들이 도무지 진도가 안나가자나!!"

"아 그거야 녀석들이 아아 모든 복잡한 일들은 설날 지나고 뭐 이런 식으로...."

"시끄럽고 낼 출장준비햇!"


이리하여 힘없는 김부장은 비행기표 알아보고, 호텔 알아보고 봄양 시켜서 출장 결제하고 등등 나날이 복잡해져 가는 울 회사 내부절차를 따라 출장 준비를 했다죠.


아침에 잽싸게 출장짐을 챙겨서 회사에 와서 도데체 처음 가보는 오늘의 호텔이 어떨지를 찾아보려고 생각하려는데


"아아, 그러니까 오늘까지 연말정산을 입력해달라고 하네요"


합니다.


뭐랄까 관공서랄지, 관련서류, 공인인증서, 보안프로그램, 세금, 정산, 감면 등등에 극도로 약한 사람이 아마도 기술적인 이런저런 사유로 인해서 외국에서는 접속확률이 극도로 낮아지는 국세청 홈페이지에 접속을 해서 자꾸 "니가 너야?" 하는 질문에 대답을 해가면서 기다리고 기다리고 재시도하고 재시도를 해서 겨우 PDF 파일 하나를 다운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후 다시 아마도 국세청 홈페이지 보나 프로그램을 만든 그 놈의 회사에서 더 싼 값에 만든 것이 분명한 우리회사 시스템에 전용 컴퓨터를 이용해서 접속을 하고, 기다리고 기다리고 무슨무슨 기술적인 문제를 본사와 통화해서 해결하고, 다시 컴퓨터를 재시동하고 좀 더 기다리고 기다리고 재시도하고 기다리고 해서 아까 국세청에서 받은 내용을 다시 우리 시스템에 올리고 일부 내용은 추가해서 기입을 했습니다.


꼴랑 이메일 몇 개 보내고 연말정산 하나 처리했더니 점심시간입니다.

점심 잽싸게 먹고 돌아와서 애덜 불러서


"그러니까 부장 없다고 놀면... 안되는 거야"

"이거하고 이거는 오늘 안으로 해서 메일로 보내면 내가 밤에 검토하고"

"야야, 다 필요없고 나 돌아오기 전까지 이게 그넘들 손에 있어야해"


등등의 대사를 쿠울(?)하게 던지고 호치민 떤선녓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왠지 봄양이 기뻐하면서 여기저기 전화를 거는 느낌은 내가 팀장이기 때문에 드는 자격지심일까요 -_-;;;;



오늘 떤선녓 공항은 왠일인지 한산했습니다.

뭐랄까 폭풍전의 고요라고 할까요 이번 주말부터 미친듯이 사람이 몰릴 공항은 평소보다 사람들이 적었습니다.

덕분에 평소보다 일찍 게이트 앞에 올 수 있었습니다.

그 사이에 온 메일에 몇 개 답을 하고, 자료를 살펴보는데 사람들이 움직입니다.


"그니까여 게이트가 6에서 7로 바뀌었네요"


베트남 직원이 얘기를 해주는데.... 도데체 한 칸 옆으로 옮기는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결국 새로 게이트를 바꿔서 그랬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리고 늘 항상 그랬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베트남항공은 15분 딜레이를 하네요.


비행기를 타고 호치민에서 하노이까지 2시간의 비행을 했습니다.

언제나 처럼 베트남 스타일 햄버거를 하나 먹고, 잠을 자려고 했더니 옆 자리에 애기가 빡빡 울어댑니다.

어머니는 애기를 달래겠다고 휴대폰으로 베트남 동요를 엄청나게 크게 트네요.

베트남스러운 풍경이 이어집니다.



하노이에 내려서 오늘의 숙소인 국화호텔 (Quoc Hoa Hotel Hanoi, 꾹 화 호텔 하노이)에 체크인을 했습니다.


-  주소 : 10 Bat Dan Street Hoan Kiem District, Hanoi, Vietnam

-  전화 : +84 (24) 3828 4528

-  홈페이지 : www.quochoahotel.com


뭐랄까....

호텔은 2성과 3성 중간 정도의 느낌입니다.

어떻게 보면 깨끗한 것도 같고 낡은 것도 같고 뭔가 빠진 것도 같고 뭐 그렇습니다.

위치는 하노이 호안끼엠 호수 북서쪽에 구시가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인터넷은 열라 느립니다. 

하노이 겨울 완전 추운데 난방장치가 없습니다. 결국 오들오들 거리면 자야 했죠.

그리고 의외로 미니바가 가격이 높네요.




이 호텔의 장점이 뭘까를 생각해보면...

하노이에서 유명한 쌀국수집인 지아 쭈엔(Gia Truyền)이 바로 근처에 있습니다.

이 집은 하노이 이전 스타일로 테이블에 앉아서 주문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입구 카운터에서 먼저 주문을 하고 돈을 내고 쌀국수를 받아들고 자리를 찾아 앉아서 먹는 집입니다.

아침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있기 때문에 너무 오래 먹으면 눈치가 보이죠.

하지만 예전 스타일의 퍼를 후루룩 먹으면서 이 집 특유의 진한 국물맛을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참고로 저는 이 집에서 퍼를 먹을 때 특별히 국물에 다른 첨가를 잘 하지 않습니다.


-  상호 : Quán phở Gia Truyền Bát Đàn

-  주소 : 49 Bat Dan, Hanoi




저녁으로 기내식+쌀국수를 하고 하노이 거리를 슬슬 걸어다녔습니다.

꼭 우리나라 가을 같아서 걸어다니기 넘 좋습니다.


설을 앞둔 하노이는 설대목을 위한 장터가 서있었습니다.

집안 장식용품이라든지, 호치민에서 찾는데 잘 눈에 띄지 않는 장식용 금귤나무랄지, 설날용 음식 등등을 왁자지껄한 분위기에서 팔고 있습니다.

확실히 하노이가 호치민에 비해서 더 전통적인 느낌이 강합니다.


아마도 입구



아마도 텟 꽃시장 뭐 그런 뜻일듯





여러가지 장식들을 팔고 있었습니다.



이 금귤나무를 사고 싶었죠. 호치민에선 잘 안보입니다.





여기도 금귤나무들




동쑤언 시장까지 왔네요.






돌아다니다가 맥주를 몇 병만 마시고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이유인즉슨 지아 쭈엔 쌀국수에 매료되신 소장님이


"김부장에 이 집 내일 몇 시부터 하니?"

"아침 6시여"


해서 아침 6시에 또다시 이 집에서 퍼로 아침을 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방에 돌아와서 글을 쓰고 있으니 슬슬 추워집니다. 빨리 이불속에 들어가고 싶네요.

이런 기분 참으로 오랬만이네요.





(2018.2.7)


역시나 예상대로 아침 6시에 지아 쭈엔에서 쌀국수로 아침을 먹었습니다.

추운 새벽에 쌀국수를 한 그릇 먹어주니 몸이 녹습니다.

호텔로 돌아와서 아침부페에 들려 커피 한 잔을 했습니다.




양복을 떨쳐입고, 붉은 토끼네 회사로 찾아갔습니다.

설날 무렵에는 울 회사 뿐만 아니라 베트남에 있는 거의 모든 회사들이 이사를 오기 때문에 리셉션이 붐비더군요.

높은 붉은 토끼를 만나기 위해 대기실에 들어갔더니, 일본, 미국, 러시아 친구들이 서로 머쓱하게 앉아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이 토끼 저 토끼들을 만났더니 시간이 휘리릭 지납니다.


“그러니까 설날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빨랑 승인해주세염”

“아아, 몇 푼 된다고 그러세염”

“제가 이번에 성공하면 한국 한 번 꼭 모십니다”


등등의 대사를 날리면서 수도 없는 녹차를 마셔댔습니다.

참고로 하노이 사람들은 커피보다는 차를 좋아합니다. 제가 사는 사이공과는 반대죠.


점심도 먹고 (이전 포스팅을 봐주세요) 대충 일들을 정리하고 다시 차를 타고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노이바이 공항도 역시나 폭풍전 고요처럼 사람들이 많이 없네요.


역시나 20분 딜레이를 한 비행기를 타고 다시 따뜻한 사이공으로 돌아왔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집에다가 짐을 던져두고 회식에 참석을 했다가 집으로 가는 길에 바에 들려서 맥주를 한 잔 했습니다.


“아아, 하노이에서 얼어죽는줄 알았다고”

“하노이 다녀오면서 내 선물은요?”

“자자, 잘 들어봐봐. 얼/어/죽/을/뻔/ 했다고”

“흥- 선물도 없어”


등등의 대화를 나누고 있자 이번 출장도 끝이 나는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