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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다닌 이야기/우리 나라

공주역 기행

by mmgoon 2024. 1. 31.

그리 깊은 밤은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역으로 향하는 길은 가로등 하나 없는 아주 깜깜하고 좁은 길이었기에 택시기사 아저씨는 연신 전조등을 상향으로 켜가면서 운전을 해야 했습니다.

불빛이 보이고 택시에서 내려, 사람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역사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계단을 걸어 올라서 승강장으로 나갔습니다.

 



기다란 승강장에는 오롯이 나 하나만 서 있습니다.
불들은 들어와 있지만 주변은 마을 하나 보이지 않는 깜깜함으로 둘러싸여 있고,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그런 풍경이 연출됩니다.

아직 기차가 도착하려면 10분 정도 남았고, 바람 소리가 들리고, 저 멀리서 짓는 멍멍이의 컹컹 거리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옵니다.

과연 이 승강장에 기차가 오기는 할까? 하는 생각과 혹시나 그냥 지나치면 어쩌지?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게 생각을 해보니 아까 낮에 이 역에 내릴적에도 3명 정도의 승객만 하차를 했었고, 역사 밖으로 나가자 마을버스 1대와 택시 2대만이 무료하게 정차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는 크게 느끼지 못했는데, 아마도 이 역사는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사뭇 멀리 떨어진 곳에 있음이 분명합니다.

 



음악을 듣기에도 왠지 분위기가 아니라서 간만에 사람이 만든 구조물의 한 가운데서 세상과의 단절같은 그런 느낌을 그리고 그런 상황이 주는 작은불안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방송이 나오고 저 멀리서 기차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하자 저 멀리 왠 역무원 한 명이 나와서 기차를 맞이합니다. 
네, 무인 역사는 아니었나 봅니다.
기차가 서고 승차를 하자 기차안에는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뭐랄까 갑자기 이 세상을 잠시벗어나 있다가 환속이라도 한 느낌입니다.
평소와 다름없는 기차안의 풍경에 슬슬 익숙해지면서 공주역에서 멀어졌습니다.

 



혹시나 이런 기분을 즐기시고 싶으신 분은 한 번 시도를… 이 아니라 도대체 이 역의 위치는 누가 정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명색이 KTX 역인데 말이죠.
으음…. 외로움을 즐기시는 그런 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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