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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다닌 이야기/호주

예상은 빗나가기 마련이지

by mmgoon 2024. 2. 24.

출장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마지막 회의를 했고, 이런저런 보고서도 얼추 끝나가고, 지사 사람들과 저녁도 먹었고 등등 말이다.

 

 

 

호텔방에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휘리릭 짐을 싸고, 옷을 갈아입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리셉션에 내려갈 때까지는 적어도 특별할 것이 없는 출장은 예상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체크아웃을 하려고 했더니 리셉션에 있는 녀석이 버벅거리기 시작을 한다.

 

“문제가 있나요?”

“아녀 시스템상에서 그러니까…”

 

생각을 해보니 체크인을 할 때 왠지 초짜로 보이는 녀석이 내 예약이 시스템에 보이지 않는다고 낑낑거리던 기억이 난다.

 

“손님. 여기 영수증입니다”

“아아, 가격이 예약한 것과 다른데요”

“엥? 그런가요?”

“그리고 숙박일도 아에 다른데요”

“아아 그게 시스템에서 말이죠”

 

뭐랄까 힐튼의 저가형 호텔체인인 더블트리의 시스템이 뭔가 꼬여버렸고, 그 시스템에 의하면 나는 제시간에 체크인을 하지 않아서 예약이 취소되었다가, 첫날은 방을 2개 사용했고 (분신술을 한단 말인가), 할인이라고는 전혀 없는 그런 가격으로 숙박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자자, 여기 예약확인서. 그리고 늦게 체크인 한다고 통보하고 확인한 내용이죠”

“아아 그렇죠. 네네. 물론이죠. 시스템이….”

 

이런 식으로 점점 늘어난 총 4명의 직원들이 컴퓨터 2대로 낑낑거렸고, 여자 매니저는 무슨 일인가 나와보더니 상황이 심상치 않자 내 눈을 피하고 들어가고, 녀석들은 뭔가 등등의 작업을 하느라 무려 50분이 지났다.

아마도 내 호텔 경험상 최장의 체크 아웃인 것 같다.

 

“하하 드뎌 시스템을 어찌어찌해서 영수증을 발행했습니다요”

“여기 오타가….”

“아아아아 이건 제가 손으로 고쳐드릴께염”

“그래도 될지 -_-*”

 

공항에 도착하기 빠듯한 시간이 되어버린 관계로 (누가 50분이나 체크아웃을 한단 말인가) 녀석이 내미는 영수증을 집어들고 우버를 탔다.

도대체 그 호텔 체인의 시스템을 설계한 녀석을 혹은 직원들 교육을 시키는 녀석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들었다.

 

 

 

다행히 공항은 한산했다. 왜지?

싱가폴 항공 카운터에서 비행기표를 받는데

 

“아아, 늦지 않으셨으니 걱정하지 마시라고요”

“왜요?”

“오늘 50분 지연출발이랍니다”

“엥? 저 한국 가는 비행기로 갈아타야 하는데 괜찮은 거죠?”

“아아. 아마도?”

 

비행기표를 받아 들고 공항 안으로 들어와서 빈둥대다가 비행기를 탔다.

그러니까 새벽 1시 비행기가 2시 비행기가 된 것이고, 나는 싱가폴 공항에서 한 시간만에 비행기를 갈아타야 했고, 이젠 나이가 있는지 (아아-) 겁나 피곤했다.

 

“저기… 연결편을 타야하는데 말이져”

“아아 괜찮습니다”

“정말요?”

“네네. 가능합니다”

“도착하는 터미널은 2인데 갈아타는 터미널이 3인데도요? (기차로 이동해야 한다)”

“아아, 맞추실 수 있다니까요”

 

왠지 믿음이 가는 (응?) 싱가폴 항공 카운터 아저씨의 말을 들으면서 비행기에 올랐다.

문제는 갈아타는 시간이 얼마 없어서 쇼핑은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집에 원두가 떨어져서 Bacha Coffee에서 원두를 사려했는데 마음을 접었다. 

 

 

덕분에 왠지 우울해졌고, 피곤한 관계로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쿨쿨 자고 있는데, 승무원이 깨운다.

 

“아아 싱가폴 도착이염”

“네네 감사감사”

 

그리고 시계를 봤더니… 허억…

이 비행기 50분을 늦게 떠나고 나서 무려 30분을 앞당기는 과속비행(?)을 했다.

그러니까 20분 늦게 도착을 한 것이다. 

오 기장님 무리를 하셨네…. 가 아니라 

 

‘그렇다면 평소에도 이 속도로 날아다니면 되지 않는가?’ 

 

하는 생긱이 들었다. 그리고는

 

‘오오 싱가폴 공항에서 조금 여유롭게 갈아탈 수 있겠네’

 

하는 생각을 하는데, 싱가폴 항공에서 문자가 하나 온다.

 

“짜잔, 그러니까 당신의 한국가는 비행기도 연착이랍니다. 우훗-“

 

원래대로라면 ‘오늘 싱가폴 항공 스케쥴 관리하는 녀석 어디 아픈가?’ 해야겠지만, 커피 원두를 살 수 있는 시간이 생겨서 기분이 좋아졌다. (단순-)

 

그렇게 한 손에 커피 원두를 들고, 비행기에 오르자 화장실 옆자리다.

승무원들이 뭔가 기내식을 준비하느라 북적북적 쿵쾅거리고, 사람들이 화장실 문을 열고 물을 내리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린다.

 

뭐 이런 식으로 마지막은 예상과는 달라진 일주일간의 출장이 끝나가고 있다.

한국에 내려서는 뭔가 예상대로 진행이 되었으면 하는 그런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