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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토끼들과의 2차전 결과

by mmgoon 2016. 10. 20.




요사이 매년 반복되는 붉은 토끼들과의 전쟁을 치루고 있습니다.

뭐랄까 토끼들을 설득시켜서 내년도 예산도 확보해야 하고 등등해서 나름 중요한 일들이긴 한데 요사이 우리 업계사정이 그리 좋지않은 관계로 힘든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하- 

본디 착한 성품이라 (쿨럭) 계속되는 싸움에 지치는군여.


그러니까 1차전은 지지난주 정도였는데,

아침부터 어린 토끼들이 몰려왔습니다.


"이거봐여. 자료를 달라구여"

"좀 더 자세한 자료를 요구합니다"

"이 부분은 납득이 가지 않으니 기각합니다"


등등 떠들길래 실무자들에게 맡겨두고 방에와서 빈둥대고 있었더니 조금 있다가 실무자들이 들어옵니다.


"아아- 이 토끼넘들 넘 무식해서 설명이 안되여"

"어떻게 이런 생초짜들을 보냈단말이에요"


등등 하길래 어린 토끼들을 불렀습니다.


"이거 이거 이거 전부 잘못되었어여. 따라서 감액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왜?"

"왜라녀?"

"감액을 요구하려면 타당한 기술적 이유가 있어야 하니 이유를 대바바"

"아니 그게..."

"이미 우리쪽은 이유를 설명했으니 그쪽의 이유를 설명해바바"

"아... 그니까여...."

"꺼져"

"넹?"

"모르면 돌아가라구"

"글면 제 윗분들에게 뭐라구 설명을..."

"내일이 아님"

"흑흑흑-"


이렇게 시시하게 1차전이 끝났습니다.

어린 토끼들은 구석에 몰리면 자기들이 아는 바 가장 높은 사람들의 이름을 들먹였지만 이미 토끼들과의 전쟁을 수차례 치뤄낸 제게는 역부족이었죠.


그리고 어제 2차전이 있었습니다.


"우리 어린 것들을 구박했다메"

"뭔 소리야 그것들이 이해를 못한게 내 잘못임?"


등등의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회의는 시작됬습니다.

대충 그 동안 많이 만난 붉은 토끼들이 회의장에 주우욱 앉아있었습니다.


"야야, 쟤네들은 뭐야?"

"아아아- 말도마. 저들은 하노이에서 온 토끼들이라고"

"왠 하노이?"

"요사이 분위기가 좋지 않다구. 그래서 하노이 토끼들이 특명을 가지고 온거야"


이윽고 회의가 시작되고 기술적 사항들로 갑론을박이 이어졌습니다.


"아아- 점심먹고 하자고"

"그래 배고프다"


공연히 점심을 잘 먹였더니 토끼녀석들 오후에는 힘을 더더욱 내서 덤벼듭니다.


"자, 내가 분/명/히/ 말하겠어"

"뭘?"

"예전같이 좋은 시절에는 대충대충 넘어갔지만 요사이 환경에서 우리는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를 해"

"그게 뭔데?"

"첫째, 크리티컬한 아이템. 이건 승인하지, 둘째 리즈너블한 아이템. 이건 예산을 어느정도 감액하고, 세째 연기 가능한 아이템은 아에 예산에서 뺀다. 뭐 이런 정책이야"

"뭔소린지..."


싸움이 길어지자 높은 토끼녀석이 내게 옵니다.


"이렇게 하다가는 끝이 없어. 너와 내가 따로 만나서 기술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담판을 하자고"

"그래"


그래서 녀석과 단 둘이 다른 방으로 옮겼습니다.


"그래 기술적인 내용이 뭔데?" 


라고 묻자 녀석은 180도 자세를 바꿔서


"아아아- 기술적 내용은 신경끄고 나 좀 도와줘"

"뭔 소리야?"

"내 보스랑 그리고 하노이에서 온 토끼님들이 무조건 20% 삭감하라고 지시를..."

"그건 네 사정이고"

"아아아아아아- 왜 이래? 우리가 이런 관계야?"


녀석이 불쌍하게 굴길래 10% 정도는 양보할 수 있다고 했더니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내가 어떤 상황인지 넌 몰라. 나 삐짐"


하고, 외침니다.

결국 조금 더 양보하고 합의를 봤죠. 뭐 녀석들은 매년 이런 식으로 나오기 때문에 나름 다 작전이 있져.


회의장으로 돌아오니 그나마 우리쪽은 어느 정도 합의를 봤는데, 다른쪽은 하노이 토끼들까지 합세를 해서 혈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좀 전에 징징거리던 토끼를 바라보니 내게 찡긋하면서 '우리는 성공이얌' 하는 사인을 보냅니다. 단순한 녀석.


결국,

회의록 작성에만 2시간을 쓴 길고도 긴 회의가 끝났습니다.

결국 일부 항목들은 3차 및 4차전에서 맛붙게 되었고, 뭐 내쪽은 대충 정리된 것 같습니다.

기념사진을 찍고 (여긴 공산주의) 저녁은 해산물집에서 했습니다.


고동을 쪽쪽 빨면서 토끼들에게 맥주를 건네자 좋아라하고 마십니다.

에휴, 이렇게 2차전이 끝났다는 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