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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거림들/유코이야기14

13 다시 돌아오는 길 “정말이에요. 이번에는 정말로 진짜로 힘들었다구요!!” 소위 비행기를 갈아탄다는 행위는 그 공항이 주는 분위기와 짜증나리만큼 챙겨야 되는 여권들과 적은 돈을 아껴서 무슨 큰 일을 도모하겠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뭔가 회사 내부에 부부관계가 원활하지 못한 한 늙은 과장의 머리속에서 나옴직한 ‘최소 비용의 항공권’ 덕분에 정작 여행을 혹은 출장을 하는 사람에게는 피로와 스트레스로 다가오게 마련이다. 자자, 이런 상황에서 게다가 지구의 반대편쪽으로 가는 그런 항로의 중간 기착지에서, 푹 쉴 수도 그냥 기다릴 수도 없는 그런 시간이 내게 주어져서, 이건 잠도 아니고 깨어있는 것도 아닌 그런 상태가 머리를 붙잡고 있는 가운데 갑자기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왔다. “아아, 그거 알아요? 설사 우리들이라도 이런 식으.. 2015. 2. 2.
12 갈색 토끼의 비밀 어느날인가 유코 녀석이 커다란 상자를 뜯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게 뭐야?""아아 이거 이거 중요한 거라구요""중요한 거?""이건 말이죠 바로 상품구매를 도와주는 갈색토끼라구요""상품구매를 도와주는 갈색토끼?""그렇다구요. 늘 뭔가를 사지만 이상하리만치 마음에 들지 않죠? 게다가 다른 사람들이 구입한게 항상 더 옳다는 생각이 들죠?" 그러고 보니 그럴사도 했다. 벌써 몇개째의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했지만 뭐랄까 손에 짝 붙는 그런 녀석을 만나지 못했고, 뭐랄까 이걸사고 나면 '아아 저걸 샀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 그건 인정하지. 그런데 구체적으로 갈색토끼는 무슨 일을 하는 거야?""으음 그건 구체적으로는 안에 동봉된 매뉴얼을 읽어봐야되""아아 그렇군. 그런데 왜 토끼라면서.. 2006. 2. 27.
11 토끼들의 우편서비스 "잠깐 하노이 좀 다녀와야 겠어""왜요?""그게 이번에 새로온 기술자 녀석이 우리가 보낸 보고서를 이해 못하겠다고 하네""아아 또 시작인가""뭐 어쨌든지 오후 비행기로 올라가라구" 아침 회의를 마치고 나와서 비서에게 하노이행 비행기표와 호텔 예약을 부탁하고 컴퓨터를 켰다.이런저런 메일들.몇몇은 답장을 하고 몇몇은 못본걸로 하고 저번에 보낸 그 리포트를 뒤적거렸다.큰 문제는 없다. 솔직히 이건 거의 통과의례같은 레포트다. 아마도 새로운 기술자 녀석이 가호를 잡고 싶었거나 아님 그냥 저녁이나 얻어먹으려는 그런 생각인 것 같다. "여기요. 여섯시 비행기에요""오 땡큐. 호텔은?""대우 호텔은 자리가 없다네요. 멜리아로 잡았어요""아아 뭐 난 상관없어. 하노이쪽 기사한테 공항에서 기다려달라고 좀 해줘""벌써 얘.. 2005. 10. 11.
02 Dark Side of the Moon 달은 늘 한쪽면만 보여준다. 예전에 이것은 자전주기와 공전주기가 거의 비슷해서 나타나는 결과라고 고등학교때 배운 기억이 난다. 덕분에 아폴로들이 달로 날아가기 전에는 달의 뒷부분을 보기가 불가능 했었다라는 얘기도 기억이 난다. 그렇지만 어떤 때는 사람들이 내게 보여주는 모습이 이런 모양인 것을 느낀다. 뭔가 더 있을 것 같은데 내게는 '이런 사람이라고요 나는' 정도만을 계속 보여준다. 나도 처음에는 '뭔가 더 있을 것임이야' 등등의 마음을 먹어보지만 너무 게으른 탓에 곧 잊어버리고 다시 그냥 그대로만 생각을 하게 된다. 달에 살고 있던 토끼들이 다 뒷쪽에 몰려있고 이쪽편에는 뭐랄가 일종에 홍보관 혹은 민속촌 같은 것만 지어서 사람들이 달의 토끼는 떡방아를 찧고 있다라는 식으로만 생각하게 한 것과 마찬가지.. 2005. 6. 4.
유코 이야기는.... 유코이야기는 처음에 영국에서 쓰기 시작한 글입니다. 처음에는 약간 과장된 일기풍의 글을 쓰려고 했지만 이런저런 상상이 자꾸 더해지면서 이제는 거의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군요. 이 과장된 일기풍이라는 말은 대부분의 인물들이나 소재가 신변잡기적이라는 말입니다. 또 대부분의 사건이 유사한 (혹은 전혀다른) 경험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지요. 이야기의 소재가 된 유코는 실제로 영국에서 만난 일본친구입니다. 뭐랄까 특이하고 자기 스타일이 강한쪽이라고 할까요 (슬리퍼, 털달린 가방, 차안타기 등등....) 사진을 올리고 싶지만 "그러면 죽일거야" 라는 말을 들어서 (흑흑) 못올립니다요. 두 번재 소재인 토끼들도 영국에서 만났습니다. 거의 시골이라고 할 수 있는 학교에 위치상 한국에서는 동물원이나 시장가야 .. 2005. 6. 1.
10 토끼집 파티 그건 12월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일어난 일인데, 아침에 출근을 해서 책상을 보자 봉투가 하나 놓여 있었다. 봉투 겉에는 아무런 말이 없이 내 이름과 직책명만 달랑 써 있었다. 자리에 앉아 커피를 부탁하고 봉투를 열어보니까 하얀 카드에 이렇게 써 있는 것이었다. ' 토끼집 파티' 삼십년을 넘게 살아오면서 계속 느낀 것은 우리나라의 말이란 게 참 어렵다는 것이다. 비록 아직은 머리가 빨리 도는 그런 아침이지만서도 이 두 단어를 완벽하게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토끼네 집에서 하는 파티 토끼집을 위한 파티 토끼들이 모이는 집파티 토끼의 집파티토끼집 같은 혹은 그런 모양의 파티 토끼 스타일의 하우스 파티 토끼집 모양 혹은 토끼집 풍의 분장을 하고 모이는 파티 (도대체 토끼들의 집은 어떻게 생겨먹었단 말인.. 2005. 6. 1.
09 다시 다른 나라로 간다 '삼만원짜리 전화는 삼만원짜리의 소리를 내는군' 나는 잠을 자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뭐랄까 지금 울리고 있는 저 전화는 일종에 임시인 것이다.얼마전에 한국에 들어올 때부터 곧 다시 다른 나라로 떠날 것이란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또 그렇다고 전화 없이는 여러 가지로 불편하기 때문에 오는 첫날 바로 전화를 신청하고, 그 길로 추석전이라 몹시 붐비는 이마트에 가서 그러니까 딱 몇 개월만 사용하기 적당한 그렇다고 자주 사용하는 것도 없으니까 기능이라고는 하나도 필요없고, 외국에 나가 있는 동안 몇 년간 가방 한 쪽에라도 쳐박아 두었다가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완전한 'proven technology'를 사용한 싼 전화기를 골라들었었다. 뭐 전화의 음질이라든가 작동상태라든가는 별 문제가 없는 녀석이지만.. 2005. 6. 1.
08 유코는 떠나고 (fiction+nonfiction) 점심을 먹으러 식당엘 가다가 소위 토끼언덕이라고 불리는 곳을 바라봤다. 역시나 자그마한 토끼 언덕에는 이제는 짙어진 색을 보이는 파란 잔디와 이름을 알 수 없는 하얀 꽃들이 만발해 있었고, 조그마한 사슴 한 마리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아아 봄이야' 하는 마음으로 지나치다가 문득 든 생각 '도데체 토끼들은 다 어디로 갔지?' 그리고 생각을 해보니까 작년 이맘때만 하더라도 저 언덕에는 갓 태어난 새끼들과 그 녀석의 어미들로 추정되는 녀석들과 이제는 몇년 지나서 나름대로 잘난척하는 수많은 토끼들이 모여서 통통거리거나 풀을 뜯거나 하다가 서로 다다다 내지르면서 언덕의 패권을 다투던 장이었다. 그렇지만 올해는 도무지 이런 녀석들의 짧은 꽁지조차도 볼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토끼들이 싸그리 멸종.. 2005. 6. 1.
07 RSPCA와 크리스마스 2 "그래도..."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내가 말을 시작했다 "헬기까지 사용한 것은 너무한 것 아닌가요?" "뭐 그런면이 없지는 않지만서도..." 불안한 얼굴의 남자가 말을 했다 "우리 조직도 이제 헬기정도는 마음대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있었고..."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에요!" 여자쪽이 신경질적으로 남자의 말을 막았다. "당신은 피의자의 신분으로 여기 와있는 거에요. 이번엔 쉽게 끝나지 않을거라구요" "이번엔? 나는 처음 잡혀왔는데?" 여자는 왠일인지 약간 당황을 했다. 목소리를 다시 가다듬으면서... "암튼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당신의 이번 3호 고양이건으로 혼줄이 날 겁니다" "3호?" "당신은 당신 고양이 이름도 모른다 말인가?" 이번에는 남자쪽이 소리를 쳤다. "내 말은 어떻게 그 고.. 2005. 6.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