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돌아다닌 이야기/우리 나라16

공주역 기행 그리 깊은 밤은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역으로 향하는 길은 가로등 하나 없는 아주 깜깜하고 좁은 길이었기에 택시기사 아저씨는 연신 전조등을 상향으로 켜가면서 운전을 해야 했습니다. 불빛이 보이고 택시에서 내려, 사람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역사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계단을 걸어 올라서 승강장으로 나갔습니다. 기다란 승강장에는 오롯이 나 하나만 서 있습니다. 불들은 들어와 있지만 주변은 마을 하나 보이지 않는 깜깜함으로 둘러싸여 있고,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그런 풍경이 연출됩니다. 아직 기차가 도착하려면 10분 정도 남았고, 바람 소리가 들리고, 저 멀리서 짓는 멍멍이의 컹컹 거리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옵니다. 과연 이 승강장에 기차가 오기는 할까? 하는 생각과 혹시나 그냥 지나치면 어쩌지? 하는.. 2024. 1. 31.
여행의 필요성에 대하여 여행을 왜 다니냐고 물어보신다면 “그게 뭐랄까 대외적으로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보여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동작이니까요” 라고 말을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여행도 그런 것이었습니다. 회사에 인사발표들이 나고 조직들이 바뀌고 위쪽도 바뀌고 등등 왠지 성실한 부장이라면 이런 시기에 회사에 전전하면서 인사치례라든지 네트워킹이라든지를 해야만 할 것 같은 그런 상황이 이어지자 일평생 반항의 기질을 숨겨온 김부장의 반항치가 리미트에 다달았고 휘리릭 휴가를 하루 냅니다. 이렇게 막상 휴가를 내고 나니 금요일 하루는 내 것이지만 토요일 점심에 어머니를 만나기로 했고, 주일에 교회엘 가야 한다는 현실이 보이네요. 네 그렇습니다. 샐러리맨들은 회사 하나 포기하면 인생의 자유가 온다고 생각들을 하지만 막상 현.. 2023. 12. 9.
여행중 - 빼먹고 떠난 여행 여행중입니다.갑자기 연휴가 생겼고, 정말로 급하게 일정을 짰습니다.대충 차를 몰고 2-3시간 정도 움직여서 도착을 하고, 차를 주차장에 세우고 보온병에 근처 편이점에서 산 커피를 채우고 샌드위치와 가방에 넣고,도시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괜찮은 장소를 발견하면 커피를 홀짝거리고,적당한 장소에서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우물거리고,호텔(이라고 쓰고 모텔이라고 읽는다)에 체크인을 하고,주변에 괜찮아 보이는 집에서 저녁을 먹고,호텔로 돌아오면서 맥주 2-3캔을 사고, 호텔방에서 홀짝이면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네네, 지난 버 여행과 그리 차이는 없지만 이번 여행은 뭐랄까 머리가 거의 돌지 않는 상태에서 계획된 만큼로모를 가져와야한다는 것을 완전히 잊었습니다. 덕분에 기록적인 측면에서는 완전히 별 것 아닌 .. 2019. 3. 1.
[남해안 여행] 거제 거제 Geoje 巨濟 여행의 첫 날이었고, 아직도 나는 여행 모드가 되지 못했었다.아침의 일들을 처리하고 나서야 차에 시동을 걸 수 있었고마치 회사일을 하는 것처럼 딱딱하게 운전을 해서 거제도 바닷가 마을에 도착을 했다. 마을은 마치 난개발이 막 끝나서 쇄락의 길로 진입한 것과 같은 모양으로골목에는 작은 강아지들과 고양이들이 두런거리고 있고예약한 배는 출항이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도 들렸고바닷가는 철 지난 그런 느낌이었다. 별로 맛이 없는 점심을 먹고 배에 오르고 나서야 마음은 여행을 시작했고,흔들리는 배를 타고 사진을 찍고 드디어 외도에 도착했다. 그리고 시작된 꿈과 같은 시간들나는 간만에 사진들을 찍어댔고작은 보온병에 커피를 감사하게 마셨으며'남쪽에 있다' 라는 마음이 가득해졌다. 섬을 둘러보고 내려.. 2018. 11. 19.
[남해안 여행] 통영 통영 Tongyeong 統營 솔직히 별 기대를 안했었다.첫 날 거제도보다 작은 도시였고, 마지막 날에 갈 여수보다 인지도도 낮은 곳이었다.하지만 이번 여행 내내 가장 좋았던 곳이 어디였냐고 물어본다면 바로 이 곳 통영이었다고 말을 할 것이다. 강구안 바닷가 공영주차장에 차를 사우고 나오자부두에 배를 댄 어부님은 묵묵히 잡아온 생선을 꺼내고한쪽에서는 비들비들 생선들이 말라가는 그런 풍경이 살아 있다는 느낌을 가져다 줬고 삼도수군 통제영에서는세병관의 웅장함과 그 규모에 감동을 받았으며툇마루에 앉아서 따뜻한 11월의 햇살을 즐길 수 있었고 동피랑 벽화마을에서는 요사이 너도 나도 만드는 벽화 마을들의 그런 느낌 이상의 무엇이 있다고 생각했고 조용한 서피랑에 올라서는 고즈넉한 바다와 정자와 시내를 구경할 수 있었.. 2018. 11. 17.
[남해안 여행] 남해군 남해군 Namhae-gun 南海郡 왠지 이 곳에 가면 남해안 여행을 잘 했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았다. 차를 몰고 멋진 다리를 몇개 정도 건너서 도착한 작은 마을들이 있은 곳.꼭 섬과 같은 느낌이었다. 지역이 자랑하는 관광지들을 돌면서도, 왠지 지역 특산물이 되어버린 맥주를 마시면서도그 사이로 간간이 촌스러움이 묻어나는 곳이다.뭐 이것이 나쁘지는 않은데 문제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비가 막 오려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다랭이길을 슬슬 걸어서 가고 있었다. 척박한 곳에 농토를 만들어가는 농부들의 근면함과 지독함은 아마도 전 세계가 공통인듯이런 마음으로 길을 걷고, 마을을 구경하고, 시금치를 파는 아줌마들을 지나치다가문득 로즈마리들이 한 가득 있는 것을 발견하였고,스피아 민트가 노지에서 잔뜩 자라나고 .. 2018. 11. 17.
[남해안 여행] 여수 여수 Yeosu 麗水 막상 가보기 전에 여수는 이번 여행의 마지막 방문지이자여수 밤바다의 흥청거림이랄지, 젊은이들의 웃음 소리랄지이런 것들이 골목 깊숙히 이미 들어와 버린 그런 마을이었다. 하지만 여수에 도착해서 만난 것은 조용한 거리와 그저 작은 도시와어두운 길거리들과 골목에 자리잡은 식당들이아직은 수리중이어서 뭔가 멋진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느낌의 진남관과이제는 쇄락의 길이 앞에 놓여있다고 말하는 듯한 엑스포 관련 시설들과오래되어 버린 느낌의 오동도였다. 저녁으로 김밥과 라면을 먹고 시에서 운영하는 저렴한 관광버스에 올라여수가 보여주고 싶어하는 방에 모습을 보고서야 이 곳 사람들이 생각하는 여수 밤바다의 얼굴을 이해했다. 그래 그런 느낌이라면 이 도시가 말하고 싶은 것들이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2018. 11. 17.
[남해안 여행] 중간 보고 네네, 제목에 썼다시피 이사하느라고 다녀오지 못한 여름휴가를 즐기는 중입니다. 그러니까 아침에 일어나서 편의점에 가서 커피를 사서 보온병에 넣고, 샌드위치를 사서 가방에 넣고,차를 몰고 남해안을 돌아다니면서 고즈넉한 곳에서 머엉 때리고 있다가 로모로 사진을 찍고,사람들이 보이지 않으면 싸가지고 다니는 보온병을 꺼내서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조용한 곳에서는 샌드위치도 우물거립니다.그러다가 저녁이 되면 호텔에 체크인을 해서 프론트에 맞집을 물어봐서 저녁을 먹고,돌아오는 길에 맥주 몇 개 사다가 호텔 방에서 티비를 보면서 맥주를 마시다가 잠을 잡니다. 이런 여행 방법의 장점은....저렴하지만 어느 정도 퀄리티가 정해진 커피를 아주 특별한 곳에서 즐길 수 있습니다.오늘도 아무도 없는 햇볓이 따뜻한 툇마루에 앉아서.. 2018. 11. 13.
잠시 다녀온 서울 이제 이사짐도 도착을 했고, 몇 주째 정리가 이어지면서 새로운 곳에서 정착이 진행중이다. 이런 와중에 늘 언제나 항상 그렇듯이 미리 했었어야 하는 일이 생겨서 하루 휴가를 내고 서울엘 다녀왔다. 아침에 일어나서 가방을 메고 KTX를 타고 서울에 내려서 점심을 먹고는 오늘 온 목적들을 기계적으로 처리를 해나갔다. 그 동안 방문했던 서울은 외국에서 트렁크를 끌고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나서야 돌아다니는 그런 곳이었다면 이제는 기차에서 내려 바로 지하철을 타고 작은 가방하나로 돌아다니는 그런 곳이 되었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새 도시와는 달리 서울은 대충 익숙하고 계획을 잡고 무엇보다 대중교통이 편하다. 참고로 U Town의 대중교통은.... -_-;;; 그렇게 일들이 끝나자 슬슬 저녁 시간이 되었고 다리도 .. 2018. 7.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