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우리는 맥 유져

by mmgoon 2015. 11. 11.





오늘은 뭐랄까 내년도 작업계획 및 예산(안)을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기 위한 1차 관문같은 날이다.

언듯 들어봐도 그렇겠지만 뭐 그리 행복한 날은 아닌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아침 8시반부터 하노이에서 날아온 정부측 사람들이 회의장을 채운다.

뭔가 양측의 대결(?)을 앞둔 분위기에서 회의가 시작되었다.


어헉-


이번 대표단의 기술쪽 및 자금쪽 대장이 둘 다 마담들이다.

베트남은 모계사회가 되서 여성의 발언권도 세고 대부분 아줌마들이 훨신 남자들보다 드세다.

오늘 하루가 어찌 진해될지 앞이 깜깜하다.


이윽고 울 과장들이 발표가 시작되고,

예의 아줌마들은 정말 사소한 것들까지 꼬치꼬치 물고 늘어진다.

30분 동안 5만불짜리 하나 가지고 싸움싸움을 하고 물을 한 잔 마시는데 아직도 145만불 어치를 더 싸워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끈거리게 했다.


오전을 이런식으로 보내고 흑흑-

점심을 먹고와서 잠시 쉬는데, 아까 나를 마구 쥐어짰던 기술쪽 총 대장 마담이 방으로 들어온다.


"아아- 미스터킴"

"네네. (제발 20분 휴식이라도 봐달라구) 어쩐일로?"

"그게... 노트북 어댑터를 호텔에 놓고 와가지고...."


울 회사도 그렇지만 베트남쪽도 거의 맥 유저가 없다.

솔직히 이 아줌마가 내가 본 유일한 맥유저라서 회의 시간에 보면 이 아줌마와 나만 꼴랑 맥에어를 켜고있다.


오전 내내 싸운 것이 짜증도 났지만 같은 맥 유저끼리 그럴수는 없는 노릇.


"여기 어댑터.... 오후에 그냥 쓰세염"

"감사합니다"



그리고 휴식이 끝나고 오후 세션에 들어갔더니 왠일인지 슬슬 진행이 잘되서 우리 팀은 대충 끝이났다.

뭐랄까 오전과 비교하자면 전쟁과 평화라고나 할까...


사무실로 돌아와서 이거저거 달라는 자료들을 정리하고 있자니 뭐랄까 소수의 맥 유져들끼리의 연대감이 느껴진다.

그나저나 아답터는 어떻게 돌려받는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