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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S Town Daily

장마가 시작한 날 한 일

by mmgoon 2021. 7. 4.

 

토요일 아침에 일어났더니 너무 이른 시간입니다.

사회에 순응하는 몸뚱이가 출근시간이 되자마자 눈을 떠버린 것이죠.

그럼 금요일에 마신 소맥과 와인은 무슨 역할을 했다는 건가요.

 

암튼 일찍 일어나서 회사 이메일도 체크하고 (사장님 보소서),

커피도 내려서 홀짝거리면서 오늘 무엇을 할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어딘가 놀러가고 싶었지만 머리에는 떠오르는 곳이 없습니다.

결국 그 동안 미뤄두었던 당장 하지 않는다고 절대 문제는 생기지 않지만 인생을 생각해보면 언젠가는 꼭 해야되는 그런 일을 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토스트를 하나 먹고 가방에 우산과 로모를 넣고서 집 앞에서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를 타고 차들이 잔뜩 있는 길을 달려서 간만에 강남으로 갔습니다. (네네, 강북사람에게 한강 건너면 다 강남이져)

그리고 모모처에 가서 이런저런 상담과 체험 속에 침대 매트리스를 결정했습니다.

 

"자자, 여기 서명해주시구여, 금액은 어떻게?"

"3개월 할부해주세염"

 

이렇게 향후 10여년의 등짝의 운명을 결정하고, 강남 거리로 나섰습니다.

약간 배가 고팠지만 뱅뱅사거리는 업무 때문에만 와봤기에 그양 오늘의 두 번째 목적지로 향했습니다.

 

버스를 다시 타고 한강다리를 다시 건너서 인터넷에서 강추했던 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지난 외국생활 동안 가장 그리워 했고, 제대로 된 녀석을 먹어보지 못했던 '젓갈'을 한국에 돌아와서 신나게 먹겠다는 것이 작전이었는데,

정작 요사이 마트에서 구입하는 녀석들은 전혀 퀄리티가 되지 않았습니다.

결단코 망하지 않는다는 오징어젓조차 물렁하고 짜고 등등.

 

결국 실망을 하고 있는데, 권사님 한 분이

 

"젓갈이라고? 중부시장을 가봐봐"

"넹?"

 

해서, 벼르고 벼르다가 (그렇죠. 젓갈을 얼마나 먹는다고 이걸 사러 시내까지 나갈까 하는 생각이었져) 오늘 길을 나선 것입니다.

 

의외로 중부시장은 깔끔하고 정리가 잘 되어 있는 곳이었습니다.

결국, 흥분했고 이런저런 젓갈들을 구입했습니다.

 

그렇게 오랜 숙원 2가지를 해결했더니 갑자기 집엘 가고 싶어졌습니다.

이제 하늘도 슬슬 구름이 끼기 시작합니다.

 

슥슥 걸어서 버스 정류장에서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게다가 빈 자리도 있어서 앉기까지 했다죠.

그렇게 집으로 가는데, 갑자기 길이 꽉 막힙니다.

 

그러니까 민주노총이 집회를 기습적으로 종로3가로 장소를 바꾸었고, 덕분에 교통대란이 시작된 것입니다.

하는 수 없이 버스에서 내려 종로3가 지하철 역으로 갔더니 역사를 막아놨습니다.

다시 터덜터덜 안국역쪽으로 것다가 보니 너무 배가 고프네요.

결국 민주노총은 뭔가 대단한 일을 벌이고, 서울은 교통대란이 일어났지만 작은 콩비지집에서 신나게 점심을 먹었습니다.

 

부른 배를 안고 밖으로 나오자 빗방울이 툭툭 떨어집니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와서 젓갈들을 정리해서 넣고 창문을 바라보자 빗줄기가 주르륵 시작됩니다.

2021년 장마가 시작되었습니다.

 

왠지 마음이 수우욱 꺼지는 느낌이 들었고, 그 느낌은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장마들도 이런 마음이었을까요?

도무지 작년 이맘때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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