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라고 해서 별로 할 일도 없고, 무엇보다 출장 복귀이후 컨디션 회복이 느려지는 이유로 (흑흑 늙었다) 집에서 빈둥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창 밖을 보니 비도 조금 내리다가 그치고 햇볓이 나고 있었습니다.
뭐랄까 초봄의 그런 화면이 창밖으로 보였던 것이죠.
먹을 것들도 사야하고, 시장에서 추가로 살 것들도 있어서 모든 게으름을 물리치고 (헉헉) 집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바람을 만났습니다.
역시나 창 안쪽에서 보이지 않았던 봄바람이 아직은 완연한 봄이 아님을 온 몸으로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바람을 뚫고 시장에서 이것저것 사서 집으로 오는데….
멍게가 보입니다.
“자자 방금 들어온 멍게입니다”
“얼마인가요?”
“한 바구니에 1만원이요”
“주세요”
“까드릴까요?”
“아녀 걍 주세염”
“그렇다면 한 마리 더 드립니다”
이런 식으로 검은 봉지에 멍게를 담아와서 집에서 멍게를 다듬어서 접시에 담고, 소주 한 잔과 함께 멍게를 입안 가득 느끼니까 봄이 물컹하고 다가옵니다.
그리고는 문득
‘아 작년에도 이 비슷한 행위를 했던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블로그를 찾아보니 작년 같은 날 바로 그 집에서 멍기를 사고 (한 마리 더 얻고) 집으로 와서 소주를 마셨네요.
그렇군요.
조용한 동네는 뭐랄까 이런 식으로 반복되는 것이 있습니다.
멍게를 초장에 찍으면서 또 소주를 홀짝거리면서 주변에서 시간이 슬슬거리면서 지나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우연의 일치와 함께하는 봄이 시작됩니다.
제 봄은 아마도 멍게와 시작되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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