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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베트남에서 갓김치를 담궈보다

by mmgoon 2016. 11. 6.


평소에도 뭔가 신기한 물건이나 식재료를 구입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어제도 간만에 수퍼에 가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있는데 요사이 비름나물 대신 무쳐먹는 녀석이 있어서 (지난 포스팅 참고해주세요) 구입을 하고 옆쪽을 보니 까이싼(Cai Xanh)이라는 야채가 보입니다.

이 까이싼은 바로 우리나라로 치면 갓에 해당되는 녀석입니다.

뭐랄까 90% 정도 우리나라 갓과 비슷합니다.


녀석을 구경하는데 문득 얼마전에 모모님께서 하신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아아, 베트남에 갓이 좋아서 김치를 만들었더니 꽤 맛있더라구"


그래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니 베트남 아줌마들이


'저 외국인 녀석 뭐하는 거지?'


라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군요.


결국 알싸한 갓김치에 대한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게다가 0.5킬로에 1만동(500원)밖에 하지 않는 가격에 혹해서 


'어짜피 망해야 큰 피해가 없겠지'


하는 마음으로 갓 0.5킬로를 안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을 찾아봤더니 뭐 갓김치라고 특별한 것은 없어보입니다.

게다가 재료들도 대충 베트남에서 다 구할 수 있는 것들이더군요.

이러한 무모한 자신감으로 김치를 시작했습니다.


일단 베트남에서 구한 재료들 갓, 소금, 액젓(느억맘), 찹쌀과 지난 번 한국에서 공수한 고춧가루 (김치 담을 때에도 고춧가루는 국산을 써야 하져)를 준비했습니다.

갓을 다듬고 (500그램이라 쉽게 다듬었습니다) 소금을 뿌려놓고, 찹쌀로 풀을 만들고 (별거 아닙니다. 찹쌀가루에 물을 붓고 끌이면 됩니다), 양념을 적당히 인터넷에서 본 비율로 만들어줬죠. 오히려 김치보다 단순했습니다. 참고로 원래 갓김치는 갓을 통으로 쓰는 것 같은데 쉽게 하려고 적당한 크기로 썰어줬죠.




그리곤 절여진 갓에다 양념을 버무리고 작은 락앤락에 넣어줬죠.

뭐랄까 건방진 얘기일 수 있지만 그리 복잡하지는 않네요. 훗훗-


인터넷에 의하면 적어도 3-4일을 숙성시키라고 하네요.

베트남 날씨를 고려해서 2-3일 정도를 예상하고 밖에다 두었죠.


그리고 오늘 교회엘 다녀와서 시식을 해봤더니.

오오-

벌써 익었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아마도 미리 썰어둔 효과이거나, 베트남 기후의 차이라든지, 베트남 양념들의 차이이거나, 뭔가 중간에 방법이 잘못되었거나 (첨 만들어본다구여), 베트남 찹쌀 발효능력의 차이라든지, 아님 결정적으로 500그램밖에 안되는 양 때문인지. 암튼 알 수 없는 이유로 적당히 익었습니다.


그래서 냉장고로 이동을 하고, 저녁에 반찬으로 먹어줬죠.

알싸한 갓김치가 입맛을 돋구네요.


이번 포스팅의 주제는...

- 난 쫌 음식 잘하는듯

- 갓김치 별 것 아닌데 그 동안 너무 쫄았었네


입니다.

다 먹으면 다음에는 1킬로에 도전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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