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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비자와 화재 경보기 그리고 여성의 날

by mmgoon 2016. 3. 7.





그러니까 그게 지난 주 수요일이었다.

붕타우로 출장을 가는 차 안에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여보세여'

"아아, 미스터 킴. 리셉션에 린이에염"


평소에는 음식점에 배달시켜야 겨우 


"아아, 미스터킴 음식 배달 시켰어여?"

"엉. 올려보내줘" (참고로 베트남은 좀도둑이 나름 있어서 이렇게 음식배달이 오면 1층에서 확인하고 올려보냅니다)


하는 정도의 대화만을 나누는 린이 왠일로 내 휴대폰으로 전화를 다 줘서 신기했다.


"아 린, 왠일로 전화를?"

"아아, 그게 말이져. 미스터 킴 비자가 만료가 되었다구요. 새 비자 사본을 빨랑 주세염"

"그게 말이지. 회사에서 비자 연장하는 중인데 뭔가 법이 바꿔셔인지 아직 안나왔어. 나오는대로 줄께"

"아아아아- 경찰서에서 자꾸 재촉한다구여"


베트남은 공산주의 국가이다보니 거주/이전의 자유가 완벽하지 않은데다가 특히나 외국인들은 반드시 살고 있는 관할 경찰서에 등록을 해야한다.


"알았어. 내가 진짜 나오는 대로 바로 제출할께"

"꼭이에여"

"으응"


"그리구여"

"응?"

"뭐랄가 울 아파트 거주민들의 안전을 위해서 (비싼 돈을 들여서) 이번에 집집마다 화재경보기를 설치하기로 했답니다"

"뭐? 그럼 지금까지 그거 없었단 말이야?"

"아- 뭐.... (그 대신 집 값이 저렴했자나!!!) 암튼암튼 제가 궁금한 것은여 그걸 미스터킴 집에 월요일에 설치해도 되냐 이것이져"

"기왕이면 나 있을적에 하면 좋겠는데. 월요일 저녁은 어때?"

"아아아아- 그게 아니져. 이거 설치하는데 하루 종일 걸린다구요. 월요일 09:00부터 15:00까지 작업 예정이에요"


도무지 '무슨 화재경보기 하나 다는데 하루 종일 걸린단 말이야'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 동안 베트남 시스템에 익숙해진 나는


"월요일 괜찮아여"


했다.


"아아, 잘 되었어여. 모두 월요일은 안한다고 했는데. 미스터킴네 집이 첫 집이에염"


하면서 전화를 끊는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출근해서 이메일을 보고 있는데 전화가 울린다.


"저기염. 미스터 킴. 저 린인데여"

"아아, 그래 들어가서 공사해"

"아아아 이미 인부들은 들어갔고여 (-_-;;;;) 인부들이 그러는데 옷장 서랍중에 위쪽에서 2개를 비워야 한대여"

"왜?"

"몰라여. 암튼 필요하다는데 그래도 되나여?"


물론, 그 서랍들에는 내 소중한(?) 빤쮸들과 양말들이 들어있으나 그렇다고 회사 일을 때려치고 갈 수도 없기에


"그러세요"


했다.

도데체, 화재경보기를 다는데 안방 옷장 서랍을 빼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럼 몇 명이서 작업을 하는 거야?"

"아아, 제가 빨리해야 한다고 재촉해서 5명이 미친듯이 일하고 있어여. 아마 3시에는 끝이 날겁니다요. 훗훗-"


도데체, 어떤 종류의 화재경보기이기에 장정 5명이 미친듯이 종일 작업을 해야한단 말인가. 


"알았어. 고마워"

"뭘여"


전화를 끊고 우리집에 설치될 화재경보기를 상상하다가 다시 일을 처리했다.

그러고 있는데 한 아줌마가 들어와서


"그러니까요 미스터 킴. 내/일/이 여성의 날이라서 오늘 노조원들끼리 점심을 먹기로 했답니다"

"아아 그래?"

"이런 의미로 오늘 조금 일찍 점심을 시작하려고..."

"그래. 맘대로"

"감사"


얘기를 마치고 정신을 차려보니 (요사이 일이 폭풍우를 치고 있다. 흑흑) 내일이 국제여성의 날이다.

그렇다면 오늘 저녁에 잊지말고 꽃이라도 사서 내일 리셉션을 비롯 우리 스탭들 등등 평소에 신세지는(?) 언니들에게 뿌려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여성의 날 따위는 없는데 말이지.... 참고로 베트남은 1년에 두 번이나 있다. -_-;;;;


뭐랄까 베트남스러운 하루라는 생각이 드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