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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부엌 이야기

by mmgoon 2015. 5. 1.





만약에 내가 여성이고 (남자입니다), 며느리를 맞으면 (실제로는 며느리 없습니다 -_-;;;) 다른 것은 몰라도 절대로 부엌만큼은 넘길 생각이 없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 간만에 돌아와서 머물고 있는 어머님댁 부엌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예전에 이 집에 살때만하더라도 어머니는 요리에 전혀 관심이 없으셨다.

당연히도 부엌 시스템에 대해서 무지와 무관심으로 일관하셨었다. 그러니까 부엌은 적어도 내 시스템을 따르고 있었다.


그 이후 내가 따로 살게되고, 외국으로 가고 평생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


"네, 어머지 잘 계시지요. 어떻게 지내세요 요즘"

"어. 잘 지낸다. 요사이 요리에 심취했단다"

"뭐라고요?"


아마도 이 때부터인듯 어머니는 본인 위주로 요리기구를 사들이셨고, 부엌을 새로운 시스템으로 개조하셨을 것으로 추정한다.



뭐 그 동안은 어머님 댁에 있어도 짧은 기간이었고, 이런저런 약속들이 계속 있어서 부엌에서 일하거나 할 일이 없었는데, 

이번에 한국 방문은 뭐랄까 휴식같은 것이어서 집에서 빈둥거릴 시간이 많다.


"그래. 일주일간의 계획을 말해보렴 (참고로 어머님은 사업부장 출신)"

"건강검진, 영어시험… 그리고 없어여"

"그래? 그럼 알아서 시간을 잘 사용하렴"

"넹"


이렇게 말씀하시고는 어저께 저녁시간 정도에 오셔서는


"나는 다이어트해서 저녁 안먹는다"


하셔서, 하는 수 없이 수퍼에 가서 요리 재료들을 사다가 스파게티를 해먹었다.


문제는…

이게 어머님의 독창적인 세계에서 세팅된 주방 시스템이 전/혀/ 손에 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냥 간단한 새우와 방울토마토를 넣은 기본적인 파스타에, 샐러드와 빵정도 준비하는데, 

마치 내가 파스타 국수를 처음 잡았던 10여년 전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 만큼 정신없이 조리를 해야만 했다.

뭐랄까 각종 장비들은 마음에 전혀 들지 않고, 불편했으며, 조리 속도를 맞추기가 너무 어려웠다.

말도 안되는 칼들과 도마에 방향성 없이 구입하신 식기들까지… 흑흑흑


겨우겨우 땀을 뻘뻘 흘리며넛 파스타와 샐러드를 완성해서 들여왔더니 어머님이 드시고는 말씀하셨다.


"맛있구나 (네가 외국생활을 헛되히 보내지 않았구나)"

"네. 입에 맞으세요 (다이어트 하신다면서요)"


이렇게 해서 즐거운 저녁 시간이 지났다.


뭐랄까 왠지 어제 저녁부터 이어진 분위기랄까 그런 식으로 오늘 아침과 방금 점심도 준비했다.

점심을 드시고 나가시면서


"오늘 저녁은?"

"나갈 예정이에요"


왠지 어머님 얼굴에 스치는 아쉬운 빛을 본듯했다.


어머님을 보내고 커피를 한 잔 하려고 부엌에 들어갔더니 역시나 불편하다.

아아-

일주일 살겠다고 이 시스템을 사악 고칠 수도 없고, 왠지 분위기상 일주일간 부엌떼기를 할 것 같은데 참고 하기에는 너무나 힘들고…


주제는…

부엌은 정말 개인적인 공간이다.

그리고 2년만에 귀국인데 겨우 하는 일이 부엌살림이라는 것.

잠깐 나가서 내일 아침거리를 사야할께 하다가 한심한 생각이 들어서 올리는 포스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