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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스위치를 갈다

by mmgoon 2015. 5. 7.


퇴근을 하고 집에 왔더니 불이 켜지지 않는다. 

살펴보니 거실 전등 스위치가 고장났다.


추가 설명을 하자면 우리 아파트는 싱가폴 사람들이 지었는데, 아마도 싱가폴은 예전 영국의 영향으로 인해 (순전히 개인 생각입니다 -_-;;;) 베트남에 있는 울 아파트 전기 시스템 그러니까 전원 콘센트와 각종 전기 스위치 등등이 영국식으로 되어 있다.


장점은 예전에 그러니까 십 몇년전에 영국에서 구입했던 전자기기들을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고,

단점은 그 나머지 그러니까 영국 생활 이후에 구입한 모든 녀석들을 사용하려면 아답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암튼 이런 연유로 인해서 벽에 있는 스위치는 아주 조그마하고 도무지 어떻게 해 볼 수가 없다.

게다가 입주할 때


"그러니까 미스터 킴. 다른 것들은 몰라도 전기 시설은 저얼대로 건드리시면 안되염"


했기에 관리실에 전화를 걸어 문제를 얘기했다.


"오오. 알았습니다. 저/희/가/ 고칩니다. 손대지 마시고 기다려주세여"


녀석들…

도데체 우리집 스위치에 무엇을 해놓았는지 (뭐야 감시 카메라라도 설치한거냐) 자발적으로 고쳐준다고 난리다.


전화를 하고 티비를 보고 있는데 벨이 울린다.


"아아, 전기 스위치가 고장났다고…"

"넹. 들어오세요"


전기 아저씨는 내가 분명히 거실 스위치가 고장났다고 했음에도 거대한 사다리를 들고 들어왔다.


"아아… 이게 고장났군여"

"그렇져"


그렇게 스윽 스위치를 살펴보더니, 사다리가 소용이 없다는 얼굴을 하고서 


"그럼 잠시 공구를 가져오겠습니다"


하더니 나간다. 

이게 뭔가 싶지만 여기는 베트남이고, 언제나 의사전달에 문제가 있는 우리 아파트다.

다시 티비를 보고 있는데 아저씨가 다시 벨을 울린다.


"자, 다시 왔습니다"

"네네"


아저씨는 공구통을 내려놓더니 호기있게 스위치를 열었다.





그리고….

한참을 쳐다보더니 (그냥 스위치 새걸로 갈라고!!), 가져온 공구통과 심지어는 무전기를 놔둔채 내게 아무런 설명 없이 우리 집을 나가버렸다.


이 후로 아저씨는 소식이 없고 놔두고 간 무전기에는 계속 칙칙- 거리면서 베트남어로 중얼거리고 하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결국 포기하고 한국에서 공수한 청국장을 끓이고 있는데 아저씨가 약간 상기된 얼굴로 들어와서 다시 스위치를 붙잡고 뭔가를 하고 있다.


아아-

청국장 다 끓기 전에 스위치가 고쳐지기를 바라는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