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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다닌 이야기/우리 나라

그래서 한국 출장

by mmgoon 2016. 9. 1.



토끼들이 외쳐댑니다.


"아아아아- 난리가 났다고!!!"

"우리를 도와달라고!!!"

"이런 식으로 이 토끼굴이 멸망하는 거라구"


뭐 대충 이런 식이었습니다. 

네네 실제로는 다른 식으로 얘기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이런 식이었습니다.

결국,

주제는 뭔가 큰 일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으니 니가 직/접/와서 일을 해결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아아, 바쁘다고"

"이미 모든 자료는 보냈고 수 개월 동안 설명해줬음 이젠 니들이 해도 되자나"


해줬죠. 

그러자 더 큰 소리로 


"아아아아- 이 넘이 날 죽이네!!!"

"우리는 이렇게 일을 죽도록 하는데 저 넘은 빈둥대면서 우릴 망치고 있어"


라는 식으로 난리를 쳤고, 결국 녀석들은 늙은 토끼에게 징징징 거린 바람에 갑자기 한국으로 출장이 결정됬답니다.


사실 알고보면 토끼들은 뻥돌이입니다. 

조금 순화해서 말을 하자면 자기들 일이지만 누군가에게 떠넘기고 싶으면 별 일 아니라고 죽을 것처럼 말하는데 천재적인 존재들이져.


이렇게 허망한 출장이 결정되고 하루 종일 발표자료들을 정리했습니다.


갑자기 잡힌 출장이라서 미친듯이 비행기표를 찾아헤맺고, 

한국에서의 숙소들을 구했고, 

뭐랄까 토끼들이 요사이 더욱더 복잡하게 만들어버린 제도에 따라서 출장 기안을 해댔습니다.

게다가 이번 제도는 더 복잡해서 같은 내용을 영문 2개, 한글 1개의 기안을 만들어서 2개는 수기로, 1개는 전산으로 결재를 올려야 했답니다.


그리고 미친듯이 만들어낸 자료를 토끼들에게 송부하고 나자 마치 앨리스네 토끼의 굴을 들어가는 그런 느낌이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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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출근을 했더니 토끼들이 이메일을 보냅니다.


"아아, 내용이 이전과 다르다고"

"업데이트라고 했자나"

"아아 그러면 보고서를 써달라고"

"아직 업데이트 중이라서 다음 달에 보낼 수 있어"

"아아아아- 빨랑 보내줘야 한다고"

"야, 이 씨, 니가 출장 오라고 난리쳐서 어짜피 다음 주는 작업도 못하게 됬자나!! 덕분에 이쪽도 일이 늦어졌다고. 책임질래?"

"자, 그건 그렇고 한국에 오면 저녁은 뭘로 사줄건가?" 


결국 녀석들은 이런 식이져.

뭔가 몰리면 주제를 전환하는데 도가 튼 녀석들입니다.


참고로 이번에도 울 회사 근처에는 모텔도 하나 생기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쿠팡에 가서 지난 번에 묵었던 러브러브한 장급여관을 겨우겨우 잡았답니다.

아, 또 러브러브한 사운드를 들으면서 잠을 청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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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저녁인데 빈둥빈둥하고 싶은 마음을 겨우 억누르고, 택시를 잡아타고 탄손녓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체크인 카운터에 갔더니 엄청난 줄이 있습니다.

뭐랄까 미국으로 가는 베트남 사람들이 대한항공을 이용해서 한국을 경유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짐들을 들고 체크인을 하고 있습니다. 


'도데체 나한테는 빡빡하게 적용되는 화물규정이 저들에게는 다른 기준이란 말인가?'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죠.


게이트 앞. 비지니스 석은 언제나 타보나



익숙한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고 책을 읽다가 자려고 버둥댔지만 잠은 오지 않았고, 아침을 주길래 먹고 비행기에서 내렸습니다. 

짐을 찾고 버스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가서 짐을 맡기고 공항철도를 타고 서울역에 왔습니다.


그러니까 지난 수 년간의 외국생활로 인해 이제 더 이상은 본인이 직접오지 않고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은행과 생겼기 때문이져. 

인터넷 세상이라면서 왜 본인이 와야 하냐구!!!


서울역을 빠져나와 인근 은행으로 갔더니.... 아직 근무시간이 아닙니다.

덕분에 아침부터 별다방에서 모닝커피를 마시면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간만에 별다방



블로그 글 쓰는 중




드디어 어영부영하는 도중에 은행 문이 여는 9시가 되었습니다.


모닝 커피를 즐기다가 후다닥 은행엘 가보니 셔터가 슬슬 올라가고 있더군요.

결국 그 은행지점의 1번 손님으로 그 동안 밀려있던 은행업무들을 처리했습니다.



손님번호 001번의 위용




"그니까여 이거저거하고 이것도 해야해염"

"아아, 글쿤여. 자- 여기 도장 찍으시고 여기 싸인하시고, 비밀번호 눌러주세여"

"넹"


정말 베트남에서 국제전화 붙잡고 통사정을 해도 불가능한 일들이 주민등록증을 내밀고 찾아가자 쉽사리 휙휙- 처리가 됩니다. 

하아- 힘이 빠지더군요.

첫 손님을 뿌듯하게 업무처리해서 기분 좋은 은행언니를 뒤로 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문/제/는/

이제 꼴랑 9시20분이라는 겁니다.

명동까지 걸어가봤지만 문을 연 가게들이 거의 없더군요.


하늘이 너무 파랗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서점들을 방황하면서 책을 몇 권 구입을 했고, 집에서 쉬고 있는 친구 녀석을 불러서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고 수다를 떨다보니 다시 울산행 비행기를 타러 공항엘 갈 시간입니다.




친구녀석과 산책삼아 간 남산한옥 마을






"야, 너는 이제 우리나라 들어올 때 되지 않았냐?"

"아아-"


친구녀석의 이야기를 뒤로 하고 김포공항에서 울산행 비행기를 체크인하고 짐을 붙이고 게이트 앞으로 왔습니다.




울산가는 비행기 게이트




그런데,

이게 엄청나게 졸린 것입니다. 

아아 이제 체력에 한계가 온 것인지 무기력하게 쏟아지는 잠을 맞이해야 했습니다. 

이렇게 버둥(?)대다가 비행기를 타고 약간의 연착과 함께 울산에 내렸고, 

엄청나게 험한 운전과 욕설을 시전하시는 택시를 타고 여관에 도착했습니다. 

매번 느끼지만 울산 택시기사님들은 다른 도시에 비해 스트레스가 많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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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토끼들이 난리친 회의는 별 일 없이 끝났습니다. 


"이번에 참여사들이 엎을 수도 있다구!!!"

"녀석들이 해석을 우리와 달리 한다구. 아아아"


라고 토끼들은 떠들었지만

발표 시간은 어느 정도 예상 수준의 질문만 나왔고, 다른 회사의 해석도 적정 수준의 해석이었다죠. 


일은 끝났으니 다시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서 호텔에 체크인을 했습니다. 

시계를 보니 8시도 넘었고 이래저래 피곤도 해서 삼각 김밥응 사다가 호텔방에서 먹어줬죠. 

역시 우리나라 김밥은 베트남 삼각김밥과 비교 안되게 맛있는 녀석이었습니다. 


어제와는 달리 제대로 된 침대에서 단잠에 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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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니 밖에는 비가 오고 있습니다. 

비를 보면서 커피 한 잔을 하고 

짐을 꾸리고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맡기고 


비오는 종로 거리를 걸어다니다가 간만에 만나는 선배와 점심을 했습니다. 

아아 선배한테 얻어먹는 점심이 오랜만이어서 그런지 맛나더군요. 




변경된 시간표에 깜놀





선배와 헤어지고 호텔로 돌아와 짐을 찾고 공항버스를 타러왔더니 시간이 변경되었네요. 흑흑

결국 두바이에 있는 Muji에서 구입한 윈드브레이커를 떨쳐 입고 버스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지난 달에 한국 방문시 보여줬던 그 더위는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서울은 이미 가을 같은 느낌이었죠. 



이윽고 공항버스가 오고, 

머엉하고 창 밖을 보고 있는 동안 공항에 도착을 해서,

보딩 패스를 받고, 짐을 붙이고, 보안검색과 이미그레이션을 통과해서 게이트 앞에 왔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이번에도 게이트 앞에서 도넛을 먹었습니다.

왠지 비행기를 기다리면서는 평소에 잘 먹지도 않는 도넛과 머핀을 찾는데 도무지 이유를 알 수는 없습니다.








호치민 행 비행기는 예정시간보다 40분 정도 늦게 출발을 했습니다.

와인을 마시고, 저녁을 먹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다가 보니 호치민입니다.


'아- 집으로 왔군'


이런 생각이 뭐랄가 시원한 한국보다는 아직은 호치민에서 듭니다.

정신없이 떠난 출장에, 기온 차이에 등등의 마음이 익숙한 침대에 눕자 슬슬 녹기 시작합니다.


뭐 이런 식으로 2016년 8월의 한국 기행이 끝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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