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돌아다닌 이야기/우리 나라

눈이 오는 한국 출장기

by mmgoon 2016. 1. 18.

(화요일)


뭐랄까 미친듯이 애들을 쪼아서 자료를 만들고 났더닌 내일 새벽 한국으로 출발이다.


"알간? 이거 내가 자고 있는동안 다 해서 보내라. 나 한국가는 비행기에서 외워서 발표하게"


라고, 뭐랄까 악덕 상사성의 발언을 하고 집으로 와서 저녁을 해먹고 (사실은 시켜먹고) 짐을 싸기 시작했다.

물론 밤새서 일하는 인간은


"아아- 제길- 빨랑 진급하던지"


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난생 처음 보는 문건을 대충 비행기에서 이해하고 발표 준비를 해야한다. 

흥- 다들 어렵지.


이번에도 어김없이


"시리야. 한국 날씨는 어때?"


라고 묻자


"아아- 장난 아닐 것으로 예상됩니다요. 옷을 챙기세요 옷을!!"


이라고 (실제로는 좀 더 상냥하게 말했다) 한다. 

덕분에 옷을 몇 가지 더 넣고 가지고 있는 가장 두터운 외투를 챙겼다.(두바이 5년, 베트남 2년째 살고 있는 관계로 두터운 외투에 한계가 있다)


짐을 챙기고 티비를 좀 보다가 잠이 들었다.





(수요일)


그리고 오늘 새벽, 정신없이 짐을 챙겨서 탄손녓 공항으로 가서 체크인을 하고, 커피를 한 잔 하면서 이메일을 확인하니 밤 새 보고용 파일이 하나 와있다. 

시계를 보고 전화를 한다.


"아아아- 이걸 이런 식으로 하면 낼 발표때 완전 깨지라고? 차라리 이런 식으로 표시 했어야지"

"그게 저쪽 팀장님이"

"야 깨지는 건 니네 팀장이자나"

"흑흑"
"일단 이거 가지고 내가 준비할테니까 두 페이지만 내 말대로 바꿔줘"

"넹"


이번에 새로 생긴 호치민-인천 아침시간대 비행기는 다행히도 좌석이 널널하다.

덕분에 자료 좍 펼치고 대충 봤더니 일이 금방 끝났다. (아아- 사장님 일을 대충한게 아니랍니다)


밥이 나오고 와인 한 잔 했더니 졸립다. 

쿨쿨 거리고 있는데 쿵- 소리가 난다. 인천공항인 듯 하다.

그런데,

밖이 온 통 회색이다. 


'뭐야? 오후 시간 아닌가?'


하고 밖을 자세히 봤더니 눈이 펄펄 내리고 있다.


아, 

도데체 몇 년 만에 한국에서 눈 내리는 것을 본 것인가.

왠지 마음이 감정적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짐을 찾고, 인터넷용 에그를 빌리고, 한국 돈을 찾고, 버스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이동했다.

눈이 와서 그런지 버스가 벌벌 기면서 고속도로를 달린다.




김포 공항에 도착해서 일단 저녁을 먹어주고 (쳇 설렁탕인데 소면이 없는 그런 곳이었다. 흥-)

체크인을 하고, 

게이트 근처에 있는 세븐일레븐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한 잔 구입해서 마시고 있자니 한국에 돌아온 느낌이 든다.

비행 동안 도착한 이메일들을 확인하고 (몇몇은 놀라운 소식들을 전해줬다)

직원들에게 카톡으로 업무지시 하고,

내일과 모레 발표할 자료를 살펴봤다.

그러자


'아아-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비행기가 이러저러한 관계로 (게다가 눈도 왔자나) 연착입니다'


라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꼼짝없이 더 기다리다가 비행기에 올라 45분을 날아 울산에 도착을 했다.

추운 방에서 짐을 기다려 찾고 (울산 공항은 짐 찾는 곳에 난방을 좀 해줬으면 좋겠다)

택시를 타고 이번에 숙소인 JB Design Motel에 짐을 풀었다. 

지난 번에도 묵었지만 대실 전용의 무인텔인데 며칠간 숙박도 받아주는 그런 곳이다. 아아, 망할넘의 출장비.... -_-;;;;


회사 친구를 불러내서 치맥을 한 잔 했다.

간만에 치킨을 먹으니 넘 맛있었다. 

그렇게 하루가 갔다.




(목요일)


아침에 깨서 택시를 타고 회사로 갔다.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처다보시는 경비 아저씨들을 뚫고 임시 신분증을 만들고 회사에 가서 인사 그리고 인사를 다녔다.

자료도 봐야 하는데 수다를 떨다보니 시간이 휙휙 지난다.


점심은 굴짬뽕.

오오- 흑흑- 베트남에서는 맛볼 수 없는 하이레벨의 맛이었다.


오후는 소위 기술위원회.

뭐, 이런저런 일이 있었으나 결론은 통과.


회의를 마치고 본사 주관부서와 신나게 회를 술과함께 먹어줬다.

2차로 치맥을 먹고 호텔로 돌아오니 하루가 지나간다.




(금요일)


역시나 아침에 택시를 타고 회사엘 가서, 자료를 봐야하는데도 불구하고 수다를 떨었다.


점심은 굴국밥.

오오오오- 속이 풀린다.

울 사무실이 있는 호치민시 다이아몬드 플라자에서도 팔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끝없이 했다.


오후는 참여사들을 모시고 기술회의

뭐, 재미있는 회의는 아니니....


회의를 마치고 잽싸게 짐을 챙겨서 울산 공항으로 향했다.


'아아- 그러니까 연착이라고요. 눈도 안오는데 왜냐고요? 글쎄요.... 삶이란 때로....'


울산공항에서 우울하게 기다리다가 비행기를 타고 김포 공항으로 왔다.

그리고 택시를 잡아타고 이번에도 특가 상품으로 겨우겨우 잡은 인사동 Ibis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잽싸게 옷을 갈아입고 간만에 내 핑계로 모인 자리로 향했다.


간만에 대충 십 몇 년만에 만난 사람들과 함께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12시를 훨씨 넘겨 호텔로 와서 잠이 들었다.





(토요일)


일단 늦잠을 잤다.

아침 부페 따위 깔끔하게 제껴주고, 느즈막히 일어나서 짐을 싸고, 11시경 체크아웃을 했다.


짐을 호텔에 맡기고 밖으로 나오니 눈발이 날린다.


눈발이 날리는 서울 거리를 걸어다닌 것이 너무나 오래되어 뭐랄까 멍-하고, 감성적이 되고, 우울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한 상태로 한참 걸어다녔다.


영풍문고에 들려서 책 몇권을 사고, 베트남 친구들 줄 기념품도 사고, 조금 온기를 느끼다가 다시 밖으로 나왔다.


다시 인사동으로 걸어가서 점심약속이 되어있었던 어머니를 만나서 점심으로 개성만두를 먹고 

(참, 어머니 만두 별로 안좋아 하신다는 것을 베트남 와서 생각을 해냈다)

지대방에 가서 어머니와 차를 한 잔 했다.


뭐랄까, 자기 세계들이 튼튼한 인간 둘이서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기대고 이성과 감정을 적절히 받침삼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고 (아아- 이젠 성숙한 어른같다) 몸이 따뜻해지는 차를 홀짝거렸다.

일 이야기. 집 이야기. 뭐 그런 이야기들이 대학교 때부터 다니던 찻집에서 울려나가면서 시간이 왔다갔다 하는 느낌을 만든 그런 시간이었다.


어머니를 지하철 역에 바려다드리고, 

몇몇 가지 쇼핑을 더하고,

호텔에서 짐을 찾아서,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어제 울산 공항에서 미리 호치민행 체크인도 했고, 보딩패스도 받아들어서, 가방만 붙이면 될 줄 알았는데, 

가방 붙이는 곳에도 줄이 잔뜩 있다.

결국 한참을 기다려서 가방을 부치고,

다시 1층으로 내려와서 빌렸던 에그를 반납하고,

다시 3층으로 올라와서 보안 검사를 받고, 출입국 심사를 받고 들어와서

면세점을 구경하고, 아이스티를 한 잔 했더니 탑승 시작이다.




그리고는 뭐, 익숙한 하늘길을 날아서 1시간 연착해서 (이번 여행의 테마인듯) 호치민 탄손녓 공항에 도착을 했다.

택시를 타고 집에 오자

내 아파트는 묵묵히 호치민의 토요일과 일요일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대충 짐을 정리하고, 간단히 씻고, 침대에 누웠다.

역시 익숙한 침대가 좋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번 여행이 끝난다.




 









'돌아다닌 이야기 > 우리 나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잠시 다녀온 서울  (0) 2018.07.12
그래서 한국 출장  (0) 2016.09.01
간만에 서울을 걸어다녔다  (0) 2015.08.29
미리 쓰는 여행기랄까  (4) 2015.08.25
한국에 무사히 들어왔습니다  (2) 2015.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