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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말을 먼저 하라고!!

by mmgoon 2016. 7. 15.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는 나름 연식이 있는 편이라서 이 블로그를 보신 분들을 아시겠지만 이런저런 문제들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 3년째 같은 곳에 머물고 있는데, 1층에 수퍼라든지, 배달 가능 음식점이랄지, 인근에 좋아하는 일식당이라든지, 바들도 가깝고 등등의 장점들이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요사이 누군가가 


"아아, 아파트가 너무나 후졌다고 인터넷에 올려버릴 거야!!"


라고 했는지 아니면,


"미스터 킴이 뭔가 단단히 삐졌다구요"


라고 잘못된 보고가 올라갔는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아파트의 환경을 개선시키려는 노력을 시작했답니다.


문제는 

뭐랄까 사전 공지랄까, 사전에 상의랄까, 사전에 의논이랄까 이런 것이 전혀 없이 그냥 자기들 마음대로 이런 개선 내지는 업그레이들을 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지난 번 하노이에 있는데 전화가 와서


"아아- 미스터 킴. 지금 미스터 킴네 집에 들어가려는데여 들어가도 되져?"

"뭐? 왜? 지난 번에 니네 마음대로 천정 다 칠했자나 (포스팅)"

"아아- 천정 아니고여 집을 검사해서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부분이 있나 보려구여"


당시 회의장으로 가고 있는 중이었고 귀찮기도 해서


"아아, 알아서 해줘"


했었는데 정작 하노이에 다녀와서 집 문을 열어봐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죠.

이런 일이 한 두번이 아니라서 뭐 그러려니 하고 있는데, 지난 주에 회사엘 다녀왔더니 집안에서 매캐한 냄새가 납니다.


'도데체 뭘 한 거야?'


하면서 온 집안을 다 뒤지자...

새로운 욕조가 터억- 놓여있습니다.


낡기는 했어도 사용 가능했는데 뭐 어찌되었건 새로운 욕조이고 해서 며칠간 매캐한 실리콘 냄새를 참으면서 보냈죠.



그리고 오늘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왔더니 인터넷이 안됩니다.


뭐 인터넷 끊어진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니기 때문에 당황하지 않고 ADSL 라우터를 껐다가 켜려고 (네네, 베트남은 아직도 ADSL을 사용한답니다. 덕분에 비가 오면 인터넷이 늦어지져) 라우터를 찾는데 안보입니다 -_-;;;;


'이것들이 이제 라우터 자체를 고치겠다고 뜯어갔나?'


하는 생각에 관리실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실제로 지난 번에 수리한다고 라우터 자체를 뜯어간 적이 있답니다. 그리고 돌려주는 것을 잊었었죠 -_-*)


"저기염. 집에 와서 보니 인터넷 라우터가 없어여"

"아아- 미스터 킴!!! 그러니까 이번에 우리 아파트가 인터넷을 업그레이드 했어여. 그래서 새로운 라우터를 설치했답니다"

"아아, 그렇다면 와이파이 비밀번호도 몽땅 바꿨겠네?"

"글쳐"

"그러면 새로 설치했다는 네트워크 이름하고 비밀번호는 뭐야?"

"그건여...."


전화를 끊고 거실을 뒤졌더니 티비 뒤쪽에 조그마한 라우터가 보입니다.


안녕? 난 새로운 라우터야




알려준 비밀번호로 연결하니 연결이 되는군요

속도는... 뭐 100메가 선이 연결된 것이 아니니 체감속도는 비슷합니다.



문제는...


이제 주인 없는 집에 들어오는데 (특히나 우리집) 아무런 사전 통지나 양해를 구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그러니까 


'네게 좋은 일을 해주는데 사전에 상의 따윈' 


정신인 것이죠.


그리고 자세히 거실 벽을 보니 새로운 인터넷을 깔겠다고 슥슥 구멍을 뚫어놓았습니다.

또 침실에 붙박이 장에도 구멍을 뚫어놓았습니다.


적어도 ADSL은 아닌 것 같지만 정체는 알 수 없고,

미리 알려줬으면 설것이도 깨끗하게 해 놓고, 거실도 치워놓고, 적/어/도/ 거실 한 가득 널어놓은 속옷들은 치웠을 텐데 말이죠. 게다가 침실 붙박이 장에 구멍을 뚫겠다고 또 다시 부끄부끄한 속옷들이 잔뜩 들어있는 서랍들도 다 열어제꼈을 것이 분명합니다. 

흑흑- 이젠 개인적인 프라이버시 따윈 -_-;;;


그리고 무엇보다 뭔가 바뀌었으면 적어도 일을 벌여놓은 다음에는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도 하다가, 

뭐랄까 익숙한 베트남을 다시 한 번 떠올리면서 그냥 새로운 욕조와 함께 새로운 인터넷도 즐기기로 했습니다.


요컨데 이 포스팅의 주제는...


'내게 일어날 일들을 미리 알고 싶다'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