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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토요일 아침은 건드리지 마라

by mmgoon 2016. 5. 21.




어제는 간만에 바들을 전전하면서 맥주를 마셔줬습니다.

뭐 월급도 화아악 깎였고, 간만에 금요일 전력인데 접대도 없어서 제대로 불이 붙었답니다.

당연한 결과로 밤늦게 집에와서 뻗어버렸죠.


늦잠을 잘 수 있는 유일한 날인 토요일 아침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면서 쿨쿨거리고 있는데,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갔습니다.


'뭐야? 불이 난거야?'


음주로 인해서 멍-해진 정신이어서 분명하지 않았지만 분명히 콧속으로 이상한 냄새가 들어오고, 결국에는 기침이 나오기 시작했다.


'정말 불이 났어? 그런데 얼마전에 설치한 경보기는 가만이 있는거야?'


온갖 짜증을 다 내면서 아픈 머리를 쥐고 일어나서 냄새의 근원을 찾아서 일어났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분명히 불이 난 것은 아니었지만 지독한 냄새는 계속 나더군요.

커피를 한 잔 하면서 냄새를 분석해봤더니 (어제 음주였다고요 -__-;;;) 페인트 냄새였습니다. 


'아아, 옆집에 새로 사람이 들어오나?'


하는 생각에 복도로 나가봤더니 옆집은 뭐랄까 이사가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더군요.


다시 집으로 돌아왔더니 냄새가 확- 납니다.

결국 냄새의 근원은 우리집인 것이었습니다.


어짜피 늦잠도 실패했고, 속도 풀겸해서 1층 수퍼에 컵라면을 사러 갔다가 관리실 여직원에게 물어봤습니다.


"아아, 우리집에서 페인트 냄새가 풀풀 낸다구여"

"당연하져"

"당연하다녀?"

"어제 미스터 킴네 거실 천장을 새로 페인트칠 했다구여"

"엥? 왜? 나한테 말도 없이?"

"그 동안 우리 아파트에 계시면서 별 문제도 없이 잘 계셔서 서비스 차원에서 한 것이져"

"서비스 차원?"

"그러니까 8층에 계시던 분이 이사 나가셔서 새로 페인트 칠하는데 조금 남아서 미스터 킴네 천장을 칠한 것이죠"

"아아, 고마워. 뭐 어찌되었던. 그리고 다음부터는 미리 말을 해주면 좋을 것같이"

"넹"


의문을 풀려졌지만 집에 돌아오자 페인트 냄새는 그대로였습니다.

라면와 햇반으로 속을 달래면서 거실 위족 천정을 바라보니 뭔가 이전에 비해서 하얀 느낌이 더 하네요.

그리고 거실 곳곳에 작은 페이트 방울들이 보입니다.


뭐 상황은 이해가 되었고, 삶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늦잠을 못잤다는 현실이 우울하네요.

토요일 아침은 늦잠인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