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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신기한 베트남 에어컨 이야기

by mmgoon 2016. 1. 8.





베트남에 살다보면 이런저런 황당한 일들을 겪는다.

보다 정확하게 말을 하자면 황당한 일이라기 보다는 어떤 상황에서 일이 진행되어가는 방식이 놀라울 때가 종종있다.

예전에 처음 와서는 화도 내고 그랬었는데, 뭐 이제는 나이도 있고 (쿨럭) 화를 낸다고 일이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그러려니 한다.


예를 들자면,

얼마 전에 내 자리에서 회사 네트웍이 불안하고 인터넷 연결이 잘 되지 않기에 지나가는 IT 녀석을 불러서


"야야, 이거봐봐. 네트웍이 왜 이래?"


했더니, 

내 노트북을 가져서서 하루동안 낑낑 거리더니 하드를 교체해줬다던지 뭐 그런 것인데 

(하드 드라이브와 네트웍의 상관관계를 아직 생각중이다)




오늘 이야기의 주제는 에어컨이다.


그러니까 힘없고 그리 사랑을 따뜻하게 받지 못하는 김부장은 다른 부장들 방보다 작은 방에서 거주(?)중인데 방안에 온도가 시베리아 혹은 레이캬비크 정도로 춥다. 

아무리 온도 센서를 30도로 설정을 해도 천정에서는 휭휭 소리를 내면서 강력한 냉풍이 멈추지 않는다.


당근 몇 번이나 총무팀에 얘기했지만 고쳐질리 만무하다.

그러다가 며칠전에 추위를 이기려고 우롱차를 마시다가 전화를 했다.


"야야, 내가 며칠전부터 춥다고 했지!!"

"아아 미스터킴 그래서 건물 관리실에 이메일을 보냈다구요. 제가 그 이상 어떻게 하나염"


뭐 당연히 책임회피성 발언이었고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간만에 한 번 욱-하는 마음이 들었다.

물론 이렇게 한다고 해서 총무팀 모모 직원의 업무태도가 바뀌거나 내 방 에어컨이 제대로 작동할리는 만무하지만 그래도 이 일을 통해 '이곳에 문제가 있다' 정도는 알려주고 싶었다.


일단은, 척척 걸어서 총무부장 방에 가서 신나게 현 상황과 대처방안을 물었고, 아직도 보고를 받지 못했다면 이 팀의 보고체계는 어찌된 것이냐고도 질문을 던지고 조용히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5분후 

담당하는 모모직원(아까 그 넘), 걔 윗 녀석, 건물 어어컨 기술자, 건물 관리담당 양넘이 우루루 내 방으로 뛰어들어 온다.


"우리는 당신이 춥다는 얘기를 해서 왔다"

"장난쳐 6개월 전부터 춥다했자나"

"배째라 우린 몰랐다"

"얘가 니네한테 이메일 보냈다는데?"

"모른다"


암튼 심각한 얼굴로 베트남어와 영어로 미친듯이 토론을 마치더니 우리쪽 에어컨 전체를 끄고나서는


"자자 이제는 안추우시져?"


한다.


"당근이지. 에어컨 껐으니. 그런데 문제는 이제 조금 있으면 더워진다는 것이지"

"아아- 완전히 끈건 아니니 문제 없습니다"


라면서 굽신 거리면서 없어진다.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몇 시간이 지나가 땀이 나기 시작하고 우리쪽 직원들이 선풍기들을 켜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에 와서 어제 그 담당 직원을 불러


"장난쳐? 내가 또 너네 부장이랑 한 판 뜨랴?"


했더니 휘리릭 달려나간서 전화를 한다.


결/국/

에어컨은 다시 켜졌고 내 방은 제2의 레이캬비크가 다시 되었다.


뭐랄까 베트남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1) 윗 사람에게 약하다. 때문에 왠만한 일은 보고를 잘 안한다. 하지만 윗분이 움직이면 뭐라도 해야한다.

2) 아직도 이게 내 일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

3) 이 넘의 건물 에어컨은 켜기/끄기 스위치만 있고 온도조절은 할 수 없다.

4) 나는 다시 점퍼를 입고 우롱차를 마시고 있다.


뭐 이 정도의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상황이 지속된다.

다음 주에 한국에 가는데 추위가 별로 두렵지 않는 이유다. 

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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