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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컴퓨팅의 어두운 면

by mmgoon 2015. 10. 14.




아침에 출근해서 이거저거 살펴보고 있는데 봄양이 슬슬 다가온다.


"저기염. 미스터킴"

"왜?"

"지난 번에 기부해주신 노트북은 가난한 학생에게 잘 전달이 되었답니다"

"아아, 잘 되었네."

"네네. 그렇져.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울 회사단위로 낡고 오래된 컴퓨터들을 모아서 지방에 있는 학교로 보내는 행사를 기획중이에염"

"오오 그래?"

"그런 의미에서 지금 미스터킴 발 밑에 있는 (아마도 저보다 더 나이가 많아보이는) 저 시커먼 데스크탑을 혹시나 사용하지 않으시면...."

"아니야"

"넹?"

"이 녀석은 현재 사용중이라고"

"그렇지만 저 데스탑에는 키보드도 마우스도 심지어 모니터도 연결되지 않았는데여?"

"으음... 뭐랄까... 암튼 사용중이라고. 혹시 집에 또 놀고있는 컴퓨터가 있나 찾아볼께"

"넹"


라고 말해서 봄양을 돌려보내고 내 발 밑을 보니 진정 오래되보이는 데스크탑 하나가 보인다.

이 녀석은...

뭐랄까 단 하나의 용도로만 사용되는 그런 컴퓨터이다.

그러니까

뭐랄까 


이상하리만치 과거의 시스템에 집착하는 우리 회사 전산실이 전자결재 시스템이란 것을 만들었는데, 

당연한듯이 액티브 엑스를 바탕으로 아마도 저가의 회사를 선발해서 시스템을 구축한 결과

반드시 인터넷 익스플로로 버젼 8만 사용해야 하고,

아래아 한글 2002를 설치해서,

이상한 보안 프로그램과 액티브엑스를 사용하는 보안 동글을 사용하면서,

반드시 윈도우 7 이하에서만 돌려야 하고,

어떠한 종류의 윈도우 업데이트도 허용하지 않는 (못하는),

그리고 왠일인지 영문 윈도우에서는 에러가 난무하는

철처한 폐쇄형의 업데이트라고는 없는

그런 시스템이 되어버렸다.


이런 이유로 만일 본사 시스템을 내 컴퓨터에 설치했다가는 뭐랄까 시스템 보안이랄까 업데이트는 몽땅 물건너가고, 알 수 없는 이상한 프로그램들만 잔뜩 생기기 때문에 (안그래도 느려 죽겠는데)

이미 5년이상 지나 폐기시켜야 되는 데스크탑 하나를 줏어다가 본사시스템을 깔고

정말 어쩔 수 없이 본사 시스템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 원격으로 연결해서 사용하고 있다.


봄양에게 이런 걸 설명할까 하다가 왠지 애사심이 줄어들까봐 그만뒀다.


이메일도 POP를 지원하지 않고,

특정 버젼의 윈도우와 익스플로러만 지원하는 시스템에,

80년대 스타일의 전산실을 보유한 울 회사

아이구... 언제 발전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