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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봄양의 첫 해상 나들이(?)

by mmgoon 2015. 9. 26.

(지난 주에 우리 회사 막내인 봄양이 난생 처음으로 해상근무를 마치고 왔습니다. 봄양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생각하면서 써봤습니다. 그냥 재미로 봐주세요)


붕타우 앞바다에 어선들. 그냥 올려봤습니다.




안녕하세요. 현재 쥬니어 지올로지스트인 봄입니다.

그러니까 그게 올 해 봄이져. 

우리 팀장인 미스터 킴이 다가오더니 이렇게 말을 하더군요.


“자자, 봄아 너도 해상 근무를 할 수 있으니 HUET (헬리콥터해저탈출훈련)이랑 BOSIET (해상기본안전훈련)을 받아야 한단다”


이 덕분에 붕타우 훈련소에서 3일 동안 방독면 쓰고, 불끄고, 물에 빠지고, 물속에서 허우적거리고, 헬기 모형에서 탈출하고 등등 죽을 고생을 했답니다.


겨우겨우 자격증을 따서 돌아왔더니 정작 미스터킴은 암 얘기도 없이 일만 죽어라 시키더군요. 흑흑흑-

다른 오빠들이 돌아가면서 (심지어 미스터킴 본인도) 돌아가면서 해상작업을 하는데 저만 소외되었답니다.


그렇게 소심한 복수를 준비하는 기간이 계속되고 있는데, 미스터킴이 다시 다가옵니다.


“자자, 봄아 PPE (개인보호장구)랑 해상 자격증 챙겨라. 내일 해상가자”

“넹”


미스터킴의 설명에 따르면 몇 번인가 해상작업을 보내려고 했는데 종교가 샤머니즘인 울 사무소 님하가 


“여자는 절대로 안돼” 


라고 해서 불가능했다고 하네요. 덕분에 본인이 하루 방문하는데 몰래 빽으로 데려가준다네요.


뭐 이유야 방법이야 어찌되었건 신나게 짐을 싸서 붕타우로 향했습니다.

그러니까 생각을 해보면, 난생 처음 비행기라는 물건을 (비록 헬기라도) 타보는 것이고, 첫 해상 근무인 것입니다. 

약간 흥분이 된 관계로 붕타우로 가는 차 속에서 내내 쿨쿨 잠을 잤답니다.


숙소에 짐을 던져놓고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미스터킴이 슥슥 길을 걸어가더니 왠 인도식당으로 가더군요.


“야야, 봄아 인도음식 좋아해?”

“넹?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데염”


결국 이번 출장에서 비행기, 해상 다음으로 세번째로 인생 최초의 경험을 하게됩니다. 

인도음식은 뭐랄까…. 개인적으로는 별로더군여. 

미스터킴은 이걸 좋다고 맛있게 먹네요. 아마도 거친 인생을 살아온 것 같다져.


“봄아 내일 새벽 5시 출발이니까 술 마시지 말고 일찍자라”


라고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 (저는 조신하져) 미스터킴은 술마시러 (뭐?) 나갑니다.




그렇게 쿨쿨 겨우 잠이 들었는데 누가 문을 두드립니다.


‘뭐야? 이 새벽에?’


하면서 문을 여니 미스터 킴이 늦었다고 빨랑 나오라고 하네요. 

아니, 분명히 알람을 맞춰놨는데 말이져. 미녀는 잠꾸러기라는 생각을 하면서 미친듯이 준비를 하고 나갔습니다.


허겁지겁 공항에 도착을 했더니 울 회사 공항 담당인 만 언뉘가 기다립니다.

다행히도 만 언뉘는 미스터킴이 술먹다가 늦은 것으로 이해하는 눈치입니다. 훗훗-


그/런/데/


“야야 봄아, 바지가 그게 뭐니? 다른 바지 없어? 그 바지로는 헬기 못타”


라고 만 언뉘가 뭐라 합니다. 

미스터 킴도 뭐랄까 한심한 눈으로 보는 것 같네요. 


아아- 


잽싸게 화장실로 가서 청바지로 갈아입어야 했습니다. 부끄부끄.


“자자 빨랑 올라가라고”


미스터킴이 교양없게 처녀보고 저울 위로 올라가라고 가리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왠지 모두들 올라가는 분위기라 하는 수 없이 저울 위로 올라갔습니다.

미스터킴이 훗훗 하면서 무게를 보고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는군여. 흥흥흥-

(참고로 헬기 탑승시에는 짐 뿐만 아니라 탑승자의 무게도 잽니다)


안전교육을 하고 떠오르는 태양을 보고 멍 때리고 있는데 미스터킴이


“야야, 지금 잠자지 말고 이따 헬기에서 자. 안그럼 지겨워 죽는다”


라고 하네요.

저는 이 말이 무슨 얘기인지 나중에야 알았답니다.


출발시간이 되고 먼저 구명복과 귀마개를 나눠주더군요.

이게 남들은 넘 쉽게 입는데 도무지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 처음이라서 버벅거렸습니다.

미스터킴이 자기 옷 다 입고 와서 제대로 입혀주고 이것저것 채워줬습니다.

그리고는


“아이고 컬러 있는 옷 입고오라니까”


하면서 구박을 합니다. 

아이고 이 인간 이미지 좋아질 기회를 또 이렇게 날리네요.


암튼 엄청나게 긴장해서 헬기에 올랐습니다.

미스터킴은 먼저 올라서 눈짓과 발로 툭툭 차서 저를 특정 자리에 앉히네요. 

나중에 알고보니까 헬기에서 좋은 자리 골라준거라네요. 그래도 발로 툭툭 차다니. 흥-


그나저나

어헉-

넘 덥습니다.

옷 위에다 구명복을 입고, 헤드폰 같은 귀마개를 하고, 좁은 좌석에 앉아, 4점식 안전벨트까지 맺더니 꼼짝도 할 수 없고, 

구명복과 안전벨트가 목을 긁습니다 (아아- 이래서 컬러가 있는 옷을 입으라고 했네염). 

게다가 에어컨은 시원하지 않는 바람만 나와 땀이 줄줄 흐릅니다.


경험이 많은 미스터킴은 어떻게 견디나 바라봤더니 이 인간 벌써 취침에 들어갔습니다.

도데체 이 더위와 이 환경에서 잠을 자다니 성장환경이 의심스럽기 시작했습니다.


엔진소리가 높아지고 헬기가 떠오릅니다.

그리고는 붕타우 상공을 스윽 회전해서 베트남 동해로 나갑니다.

아까 김씨의 조언을 따라서 잠을 자보려고 시도를 했지만 도무지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진동에 갑갑함에 등등등 새로운 환경에 도무지 잠이 오질 안네요.


이렇게 한시간 30분을 날아서 시추선에 도착을 했습니다.

아아 세상에. 헬리콥터 날개가 빙빙 돌고 있는데 내리라네요.


정신없이 내려서 헬리덱 밑으로 내려갔더니 사람들이 모두 자기 짐을 들고 오네요.

그렇습니다. 헬기에서 내리면서 헬리덱에서 자기 짐을 가지고 내려오는 것이군여. 

아차- 싶어서 다시 헬리덱으로 올라가려는데 더러운 표정의 김씨가 내 분홍색 가방도 같이 낑낑거리면서 들고 옵니다. 

나중에 


“가지가지 실수를 다 했다” 


라는 코멘트를 한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되는 순간이었죠.


헬기에서 내리자마자 안전교육을 다시 받고 geologist office로 갔습니다.

빌 아저씨가 반갑게 맞아줍니다. 

미스터킴과 빌아저씨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커버올로 환복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봄아, 머리 묶는 끈 안가져왔니?”

“넹”

“아이구야. 그럼 머리를 정리해서 옷 속으로라도 집어넣어”

“네에”


그리고는 미스터킴을 따라서 머드로깅 유닛, 와이어라인 유닛, 디렉셔날 드릴링 유닛, 세일세이커, 머드핏, 드릴플로어 등등을 구경했습니다. 

네네 이름을 듣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그런 정신없는 곳들이어져.

덥고 바람을 쌩쌩 불고, 바닥은 미끈 거리고, 게다가 계단 밑으로는 바다가 그대로 보이는 와중에 김씨는


“봄아봄아. 계단에서 뛰지 말라고!! 그리고 항상 손으로 잡고 이동해야지”


등등의 시어머니 같은 (실제로 안전규정이라네요) 잔소리를 했습니다.


두 시간여를 이렇게 돌고나서 휴계실에서 커피를 한잔 하는데 머엉해집니다. 

역시나 해상은 체력전이네여.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서 이런저런 일들을 하고 (솔직히 김씨와 빌 아저씨가 뭐라뭐라 일을 했고 저는 계속 멍때리고 있었죠. 아아- 체력이)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늘 들어왔던 시추선 식사라서 신나게 내려갔져.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스테이크랄지, 연어랄지, 베트남식, 과일, 디져트 등등이 넘쳐납니다. 

신나게 줏어담아서 자리로 왔더니 김씨는 또 인도식 비리아니를 먹고 있습니다. 

슬슬 이 인간의 뿌리가 의심되었다져.


짐을 꾸리고 시추선에서 플랫폼까지 낑낑거리고 걸어와서 다시 헬리덱에서 헬기를 기다렸습니다.

다시 아까처럼 1시간30분을 날아서 붕타우로 돌아왔습니다.

역시나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도 잠 한 번 못잤답니다.

반면에 김씨는 바로 쿨쿨거리다가 내리면서 “아웅 개운해” 라고 하더군요. 대단한 넘.


그리고 호치민행 차에 오른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눈을 떠보니 호치민 사무실이었습니다.


“어떻게 처녀가 차에 오르자마자 떡실신을…”


이라고 미스터킴이 코멘트를 날리더군요. 흥흥흥-


이렇게 저의 첫 해상방문을 마쳤습니다.

피로가 몰려오네요. 

흠… 다음 번에는 이번 보다는 더 자연스럽게 갈 수 있을 것 같군요.

그나저나 오늘도 우리팀은 밤새는 분위기인데 막내도 같이 밤새야하나요. 분위기가 싸하게 흘러가는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