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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힘이 빠지는 하루

by mmgoon 2015. 7. 31.





뭐랄까 나름 바쁜 한 주 였다.

이런 저런 자료도 준비해야 되고,  시추상황도 있고, 몸도 안좋고 등등

아침부터 나와 본사 발표 준비하고 있는데 님하가 부른다


"야야, 이거 본사 시간이 안되서 당장 다음주에 출발 해야겠어"

"뭐 그래도 되지만 문제는 비행기표가 없다는게..."

"어떻게든 구해바바"


이래서 정신없이 여행사에 전화하고 난리를 치는데


"아아, 김부장 또 본사에서 전화가 왔는데 말이지... 이걸 8월말로 연기하자네"


아이고 어째 본사라는 말이 나오면 꼼짝을 못하는지.... 

한 달 전부터 잡은 일정을 이렇게 맘대로 바꿔도 싫은 소리 하나 못하고..... 

나도 늙으면 그럴 것인가?


덕분에 회의는 확- 미뤄졌고, 이에 맞춰서 이런저런 일정들이 다 재조정되었고 등등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점심시간이 되서 간만에 예전 같이 일했던 인간을 만났다.


"아아, 어제 너무 마셨다구. 살려줘"


하길래 태국식 스끼야끼인 쑤끼를 먹으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중간에


"야아, 너는 참 대단해. 어떻게 같은 회사를 그리 오래 다니고 있어? 니 성격에?"

"니 성격이라니?"

"바바바. 너 그런 식으로 살면 단순해지고 팍- 늙어버리는 거라구. 위쪽에서 뭐라해도 걍 참는 능력만 기르고"


점심을 마치고 사무실에 돌아와 자리에 앉으니, 이런 저런 생각이 밀려온다.

몇 달간 준비했던 일들이 틀어지고, 주변에는 자기 한 몸 지키려는 사람들이 자꾸 보이고, 또 그런 보신을 위해 약하거나 아래 사람들을 쥐어짜는 게 보이고....


도무지 힘이 들어가지질 않는 하루다.

저녁에는 꽁치 통조림 찌개나 만들어 먹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