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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관공서와 은행에 약한 나

by mmgoon 2015. 1. 27.





사람마다 젬병인 분야가 있는데 내 경우는 관공서와 은행이다.


일단은 관공서 이야기


그러니까 다음달 14일부터 베트남의 그 유명한 구정 즉 뗏 휴일이 장장 9일이나 펼쳐질 예정이고, 

작년에는 어쩔 수 없이 뗏을 베트남에서 보냈지만 (발령이 뗏 전전날)

올 해는 결단코 뗏을 베트남에서 보낼 생각이 없는 나는 라오스, 족자카르타, 태국 등등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여권을 바라보니


허억-


여권 만료일이 6개월이 채 되지 않았다.

당근 대부분의 국가들은 6개월 미만의 여권을 소지한 인간들은 자국내에 받아주지 않기 때문에 바로 영사관을 갔다.


"아아, 이건 관용여권이라서 회사에서 ㅇㅇ, ㅇㅇㅇ, ㅇㅇㅇㅇ 등을 받아오셔야"


해서 회사에 연락해서 겨우겨우 서류를 띠어 가려고 하는데


"아아, 미스터킴 비록 새 여권을 만드신다고 해도 다시 그 여권으로 베트남 ㅇㅇㅇ, ㅇㅇㅇ, ㅇㅇ에 들려서 지금 가지고 계신 비자와 노동허가서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구여"

"그래서?"

"근데 아무리 빨리해도 구정 이전에는 힘들듯"


이란 말을 들었다.


하아-

온 몸에 힘이 빠진다.

결국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 봤지만 요사이 변경된 비자법으로 더더욱 프로세스가 느려진 베트남 관공서를 상대로 뗏 전에 뭔가를 얻어내기는 힘들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이런 이유로 그 동안 생각하지 않았던 베트남으로의 여행을 꿈꾸면서


"야야- 풍아- 이거바바바. 내 여행계획인데 어때?"

"음 뭐 그럭저럭. 예약은 다 한거죠?"

"아뉘. 지금부터 하려구"

"푸하하하하하- 뗏 연휴에 그것도 이리 유명한 관광지에를? 비행기표도 없다구여"

"이러지 말고 나 좀 도와줘. 그니까 호텔하고 비행기표만 어떻게든 오케이?"

"이건 인류를 달나라에 올리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에염"

"아아- 흑흑흑-"


역시나 관공서와 뭔가 얽히는 일은 항상 별로 편하지 않은 결말을 맞이한다는 얘기.





그리고 오늘 은행 이야기.


여행을 준비하다가 보니 얼마전에 은행 갔을적에 은행 직원 처녀가 얘기했던 말이 떠올랐다.


"자자, 가지고 계신 이 미화는 미화 통장에 입금이 안됩니다"

"왜염?"

"암튼, 가지고 계신 베트남 동화 통장을 가져오셔요"

"넹"

"글고 베트남 동화 통장 정리는 언제 하셨나요?

"아직.... 한번도...."

"그런 이유에서라도 한 번 동화 통장을 가져오시고요"

"넹"

"그리고 이런식으로 미화 통장에서 미화를 인출할 때에는 신분증이나 여권 가져오셔야 해여"

"왜염?"

"아아- 법이 그렇다구요"


그래서 미화도 입금 못하고, 미화도 출금 못한 상태로 돌아온 적이 있다.


이런 이유로 오늘은 미화, 동화 통장을 둘 다 챙기고, 여권도 챙겼다.

그리고는 은행에 가서


"자자, 여기 통장 2개, 여권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미화 200불은 동화 통장으로 입금을, 그리고 미화통장에서 이만큼 출금해서 주세여" 

(참고로 인터넷 뱅킹, 카드 사용에 약한 나는 월급 받으면 몽땅 찾아서 집안 금고에 두고 생활을 한다 - 구세대 -_-;;;)

"아아, 알겠습니다. 그럼 출금은 달러로 아님 동화로?"

"달러로"

"알겠습니다. 그런데 손님 2월2일부터는 달러 출금시 수수료가...."

"앗, 지금까진 4000불 아래는 수수료가 없었자나여" (4000불 위로 찾을 일은.... 없지아니한가?)

"그게 법이 바뀌어서...."

"그렇군여"

"동화 통장 주세염"

"넹"


언니가 내 동화 통장을 왠 기계에 넣자 녀석은 찌지직 하는 소리를 내면서 인쇄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첫 페이지로 시작한 내 통장의 인쇄는 결국 통장의 모든 페이지에 걸쳐 인쇄가 계속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아아, 통장정리를 언제..."

"그러니까 통장 만들고 이번이 처음...." -_-;;;


왠지 부끄러운 시간이 흐르고, 기계가 수도 없이 찌지직을 외친 다음 통장정리가 끝났다.


"저기 손님 이제 꼴랑 한 줄 남았으니 다음엔 통장을 새로 만들어 드릴께요"

"넹"


오늘은 무사히 그러니가 통장정리를 기다리면서 오늘 처음 만난 은행 언뉘와 머쓱한 시간을 보낸 것 빼고는 완벽한 은행업무를 보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흠흠.

그리고 점심을 먹는데 모르는 번호에서 전화가 온다.


"헬로"

"아아아아- 미스터 킴 이신지요?"

"넹"

"아아아아아아- 고객님 죄송합니다. 아까 인출하신 미화말이죠.... 저희가 일부 금액을 누락하고 드렸어염"


문득 어무니가 늘 하시던 '야야 돈 받으면 세어봐야한단다' 라는 말씀이 떠오르더군요


"어떻하져?"

"아아아아아아- 죄송하지만 은행에 다시 오셔야...."


뭐 결국 나는 은행 일을 잘 못본다는 것을 오늘 굳이 또 확인을 한 것이다.




자자, 이 글의 주제는....

과연 저는 베트남에 기나긴 설날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와 오늘 오후에 무사히 일부 받지 못한 돈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 흑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