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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거림들/유코이야기

03 폭력의 결과

by mmgoon 2005. 6. 1.




유코가 교회엘 안나왔다. 


뭐 그럴수도 있겠지 혹은 토끼굴로 잠깐 돌아갔나 정도로도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왠지 괘씸했다. 

유코 덕분에 나는 - 뭐 아침에 토스트와 커피를 얻어 먹은것은 좋았지만서도 - 쓸데없는 거대한 비밀을 알아버렸고, 

그 날 이후로 마치 멀더라도 되는듯이 잔디밭에서 풀 뜯는척하는 몇몇 토끼들의 감시를 줄곳 받고 있다. 

뭐 적어도 이정도 상황이 되면 내가 교회에서 인간들이 줄어들어서 고민하고 있는 것 을 알고 있는 유코가 

최소한 한 자리 (물론 인간은 아니지만서도) 혹은 그 감시하는 녀석들도 변신시켜 가지고 

몇 자리 정도는 채워주는게 인간된 도리라고 (역시나 물론 토끼지만서도) 생각했다. 


예배가 끝나고 유코네 앞방사는 후배한테 


"유코가 왜 안나왔어?" 


하고 물었더니 


"교회에 꼬마들이 자기를 무시해서 마음에 상처를 입었대염" 


한다. 


"교회 꼬마들? 아니, 겨우 3-5세 꼬마녀석들이 자기를 반갑게 맞아주지 않았다고 삐져서 교회를...." 

"그러게 말이에요" 

"유코녀석 한테 내가 담에 만나면 머리통을 콱 쥐어박는다고 해줘" 

"알았어염. 후후후. 글면 담주에 뵈염~" 


뭐 내 스토리는 여기까지였다. 

후배녀석도 장난처럼 유코한테 얘기를 전달해주었고.... 



그리고 어제밤, 

누워있는데 문득 유코녀석도 세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하지만서도 녀석은 토끼니까 하고 잠을 청했다. 


잠이 들자마자 거대한 당근이 나를 쫓아다니는 꿈을 꾸 기 시작했다.

물론 상대가 거대하기는 하지만 당근이란걸 알기 때 문에 맞서려고 해도 난 워낙 당근을 싫어한다. 

때문에 열심히 도망을 다니고 있었는데 저쪽에서 San Miguel, Stella Artois, Glosch 연합군이 (작가주:모두 맥주이름 -_-) 

짜잔 하고 나와서 당근을 퍼억~ 물리쳤다. 


여기까지 꿈을 꾸웠을 때 잠이 깨버렸다. 

잠이 깨자 못견디게 맥주가 마시고 싶어졌다. 냉장고를 뒤졌지만 맥주가 없었다. 

그렇다고 이 시간에 맥주를 파는 곳도 없고 해서 맥주 생각도 잊을겸 산책을 나왔다. 

집에서 나와 숲길로 접어드는 순간 발이 미끌어지면서 벌러덩 넘어지고 말았다. 


그 순간, 

갑자기 여기저기서 나타난 토끼녀석들이 나를 걸리버처럼 꽁꽁 묶어가지고 이제는 낯이 익은 정보부로 데리고 가벼렸다. 


"왜 그러는거야? 무슨 일이야?" 내가 물었다. 

"조용히햇!!" 

"이거봐 나는 아무에게도 비밀을 말하지 않았다고. 뭔가 실수나 오해가..." 

"실수? 오해?" 


나를 데려온 토끼중에 대장처럼 보이는 녀석이 내게 말을 했다. 


"너는 단순한 오해 정도로 정보국 최고 비밀병기인 '이상한 꿈 가루'를 네게 뿌려대고, 네 녀석의 냉장고에 침입해서 12캔이나 되는 맥주를 10분만에 먹어 없애고, 

그 추운 숲에서 두 시간이나 떨면서 기다리다가 네 녀석을 잡았다고 생각을 해?" 


그러고 보니 나는 꿈 이란걸 거의 꾸지 않는 사람이고, 얼마전에 세일하는 맥주를 사다논 기억이 났다. 

그리고 주변을 돌아보니까 반쯤 비어있는 '이상한 꿈 가루- 취급주의'라는 말이 적혀있는 주머니가 있었고, 

아마도 맥주를 없애는 임무를 담당한 듯한 토끼 2마리가 숙취로 몸을 떨며 한쪽에서 자고 있었다. 


"아아 빈속에 술마시면 힘든데.... 찬장에 감자칩이 있었는데 그거랑 같이 마시지..." 라고 내가 말하자 

"뭐 다음부터는 그렇게 하도록 하지" 


하고 이제는 고통으로 벽을 벅벅 긁 어대는 부하들을 보면서 대장이 대답했다. 


"근데 도데체 나를 또 잡아온 이유가 뭐야?" 

"아니 그걸 모른단 말이야?" 

"응" 

"너는 감히 토끼의 비밀을 알아버린 주제에 그 비밀을 보존하기에 지쳐서 선량한 토끼 한 마리에게 폭력을 행사했어. 녀석은 덕분에 사회 부적응 현상을 보이고 있어." 

"내가 무슨 토끼를 때렸다는거야?" 

"유코 녀석 말이야!! 녀석은 겨우 세살이라고!!" 

"나는 유코를 때리지 않았어. 그냥 농담으로 교회에 잘 나오라고 그런것 뿐이야!!" 

"아니? 유코녀석 교회도 다녔단 말인가?" 


나는 뭔가 실수했다는 생각을 했지만 뭐 업질러진 물이었다. 


"이런 이런 당장 유코를 데려와!!!!" 


저쪽 구멍에서 유코가 예의 스니커인줄 알고 신는 슬리퍼를 끌고 폴짝거리면서 나왔다. 


"아아, 잘 있었어요?" 

"이거봐 유코, 사회 부적응이라면서? 근데 그냥 보기에는 괜찮은데?" 

"아니라구요. 사회부적응이 확실해요." 

"어떤 점에서?" 

"음... 사회부적응이라는 것은 눈으로 보이는 물질이 아니에요.... 그건 말이죠..." 


그 때 정보부 대인관계국 국장 (나중에 알았다) 토끼가 유코에 말을 막았고 유코와 국장은 교회에다니는 문제로 한 바탕 싸움을 했다. 

솔직히 폭력문제로 잡혀온 나는 그리 주인공이 된 느낌은 아니었다. 

한 동안 지겹도록 둘의 싸움을 들은 후에 몇 가지 조건을 달고 나는 집으로 올 수 있었다. 


늦었지만 잠을 청하고 약간은 몽롱한 느낌으로 아침에 일어나자 유코가 문을 두드렸다. 


"아침입니다. 준비는 되셨나요?" 


그렇다 그 조건 몇 가지라는게.... 


첫째, 내 폭력으로 사회부적응이 된 유코에게 4살이 될 때까지 매일 아침을 차려줄 것 

둘째, 미리 언급했어야 되는 교회문제는 유코에 의사를 존중해서 (확실히 여자가 남자보다 말싸움은 잘한다) 그냥 다니되, 감시역을 보낸다. 

세째, 앞으로는 토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정도로 기억한다. 


앞에 앉아서 토스트를 우물거리고 있는 유코에게 


"너 는 농담이란게 뭔지 알아?" 했다 

"몰라. 그러니까 내일 아침은 그걸로....해 줘" 한다. 


문득 녀석의 토스트를 빼았아 그걸로 뒤통수를 팡팡 쳐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뭐 폭력의 결과를 알았기 때문에 참기로 했다. 

폭력의 결과란.... 뒤치닥거리가 힘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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