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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거림들/유코이야기

01 유코와 토끼의 비밀

by mmgoon 2005. 6. 1.




어제밤에 유코가 지나가는 것을 봤습니다. 


나는 자동차의 창문을 내리면서 이런 늦은 밤에 어디엘 가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유코는 너무나 놀라면서 내 손을 잡아끌고 가까운 숲으로 갔습니다. 

평소에 여자애한테 손을 잡아 끌려서 숲으로 가는 일을 잘 당하지 않는 나로서는 상당히 놀라운 일이었지만 뭐 남자니까 무섭지 않은척하고 있었더랬습니다. 


약간은 당황한 목소리로 


"당신 내가 보여?"


라고 유코가 묻길래 


"그럼" 


하고 대답했더니 


"아아, 그렇다면 이 투명 망토의 수명이 다했나?" 


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유코에게 그게 투명 망토인지는 잘 모르겠고 솔직히 내 눈에는 저번에 교회에 왔을 때 입었던 그 외투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아아, 난 바보야 투명망토하고 그 외투를 매번 바꿔입은거야~" 


그러면서 그녀는 이제서야 왜 수업에 꼬박꼬박 들어갔는데도 출석이 되어있지 않은지, 

또 자기가 옆에 있는데도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와 이상야릇한 행동을 하는지, 

자기가 교회엘 다니는건 극비사항인데 어떻게 내가 교인주소록을 자기에게 보냈는지 알게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자 나는 유코의 정체에 대해서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그럼 유코의 정체는 무엇이지? 기왕이면 정체를 밝히는 김에 왜 운동화나 구두 대신 매일 슬리퍼를 신고 나다니는지도 알려줘" 

"이게 슬리퍼란 말이야? 난 이게 스니커인줄 알았어!!" 


두번째 궁금증은 풀렸지만 뭐 솔직히 이 정도에서 만족할 수도 있었지만 추운 밤이었고 숲에까지 끌려왔는데 그 정도의 비밀 하나 정도는 알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유코에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정체는?" 


유코는 큰 눈을 두번 깜빡이더니 이윽고 


"난 토끼야."


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토끼같은 마누라라고 할 때에 그?" 

"아니 그런 토끼가 아니라 정말 토끼야. 왜 귀가 길고 깡총거리는..." 


그러면서 유코는 가방에서 긴 토끼귀를 꺼내서 귀쪽에 붙였습니다. 


"이렇게 하면.... 내가 토끼인 것을 알겠지?" 

"아니, 이건 토끼가 아니지. 토끼 흉내를 내는 사람이지. 유코가 만일 토끼라면 꼬리라든가 온 몸에 털이라든가는 어떻게 된거야?" 

"아아 그 꼬리라면 여기 있어" 


하면서 또 가방에서 꼬리를 꺼내서 엉덩이쪽에 붙였습니다.


"그리고 털은..." 


하면서 가방에서 뭔가 꺼내려길래 


"아니아니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유코는 토끼와는 전혀 다르다는 거지" 



이렇게 말하고 나니까 유코는 갑자기 무언가를 생각하는 표정으로 바뀌고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구름이 약간 낀 밤이었지만 유코의 하얗고 투명한 얼굴이 굳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갑자기 유코는 


"도데체..... 도데체 우리 정보과 사람들은 어떻게 일을 하는거야!!" 


하고 짜증나는 소리를 내고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왠지 미안한 생각이 든 나는 유코를 데리고 숲에서 나와서 내 차에 앉히고는 연구실에서 마시려고 준비한 차를 보온병에서 꺼내 마시도록 했습니다.  

그리고는 뭔가 위로를 하기 위해서 


"괜찮아. 난 그냥 호기심에서 물어본 것 뿐이야" 


라고 말을 했습니다. 

유코는 한참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공연히 나는 머쓱해져 버렸습니다. 

조금 더 있다가 유코는 


"뭐, 너라면 괜찮겠지" 


라고 말하기 시작을 했습니다. 


"너도 일부 토끼들이 사람의 모양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것은 알지?" 


전혀 몰랐던 사실이지만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어서 "응" 이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건 솔직히 거짓말이야" 


당연한 사실로 돌아왔지만 역시 계속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으응" 이라고 말을 했습니다. 


"사실은.... 원래 토끼들은 사람 모양인데 평소에 사람들 속에서 섞여 살다가 필요할 때 토끼 모양으로 변하는 거야" 

"왜 토끼 모양으로 변하지?" 

"그건 말이야 사람들과 너무 오래 섞여있으면 우리들의 아이덴티티를 잃어버리기 때문에 종종 토끼 모양으로 변하는 거지" 

"하지만 그 모양은 원래 너희들 모양이 아니라며?" 

"뭐 그렇지만 일종에 약속같은거지...." 


여기까지 얘기하고 유코는 차를 홀짝거렸다. 


"근데... 한 가지 궁금한게 있는데.... 저기 아까 말한 정보과니 뭐니 하는 것은 도데체 뭐지?" 

"아아 그거. 우리들은 인간의 어린시절이 없이 바로 성인의 모습으로 생겨나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냥 아는 것들 그러니까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것들에 대한 정보가 없지. 

그래서 정보과라는 조직을 만들어서 인간에 것들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북을 매년 발행해. 우리들은 그걸 보고 인간속에 살아가는 거지" 

"그게 일종에 오류란게 있다는 거군" 

"그렇지" 

"그렇다면 너는 도데체 몇 살이야?" 

"세살반" 

“아아 삼년치고는 아주 능숙한걸...." 

"고마와" 


유코의 표정이 많이 풀어졌습니다. 


그 때 였습니다. 

내 자동차 앞유리에 6마리 옆문과 뒤쪽 창문에 각각 4마리의 갈색 토끼들이 매어달린 것을 발견했습니다. 

녀석들은 능숙한 솜씨로 차문을 열었고 나와 유코를 투다닥 잡아서 인근 정보과 사무실로 끌고 갔습니다. 


그 후로부터 약 5시간동안 녀석들에게 유코는 잠도 못자고 단단한 훈계를 들어야 했고, 나는 나 나름대로 가지고 간 차 한 잔 못마시고 약간은 협박조의 얘기를 들어야 했습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서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자 방안에는 유코인듯한 토끼가 한마리 깡총거리고 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이거봐 유코, 도데체 녀석들이 한 말이 무슨뜻이지?" 


내가 일어나면서 묻자 유코는 표용하고 사람으로 변신을 하고서 


"그러니까 정보국 사람들은 당신이 너무 많은 비밀을 알기 때문에 또 이 사실이 신문이나 인터넷에 날 경우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당신을 돌려보내는 조건으로 내가 당신 감시를 맡게 된거라구요" 

"아아 그런 얘기 였군.... 근데 이건 무슨 냄새지?" 

"커피와 토스트" 


유코가 신나서 얘기를 했다. 


결국 밤새 공부하는 것은 실패했지만서도 아침에는 맛있는 커피와 토스트를 먹을 수 있었다는 얘기......가 아니고, 

'토끼는 원래 사람 모양이다'라는 사실을 전세계에 알리고자 인터넷에 올리는 겁니다요.

앞으로 이 게시판에 제 글이 안 올라오면 토끼들한테 잡혀서 모처에 감금되었다고 생각해주시고 구하러 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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