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끄적거림들/유코이야기

06 RSPCA와 크리스마스 1

by mmgoon 2005. 6. 1.




"그럼 이걸 가지고 가서..." 

"네. 그럼 제가 할 일은...." 

"그럼 잘 다녀오게" 


약간은 추워진 날씨를 느끼면서 교수방을 빠져 나왔다. 

교수가 보자고 한 이유는 당신의 몸이 안좋은 관계로 이번에 노르위치(Norwich)에서 열리는 학회에 대신 가서 발표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물론 다른 똑똑한 인간들도 많았지만 뭐 굳이 박사급까지 보낼 필요가 없는 그런 일종에 통과의례같은 학회였기 때문에 내가 선발이 되었다. 


나로서도 오래간만에 다른 도시를 방문할 기회가 왔고 무엇보다 모든 비용을 학교에서 대준다고 해서 반대할 것도 없었다. 

다음날 일찍 기차가 있었기 때문에 조금 일찍 집에 들어와서 2박3일용의 짐을 챙기고 있었다. 

2박정도라면 속옷과 양말 몇 개 정도 챙기면 되었고 발표자료와 노트북을 검사했다. 


"이거좀 들어봐요" 


토끼이지만 지금은 고양이 3호로 위장중인 유코가 다가왔다. 


"엉?" 

"야옹 야아옹~ 어때요 이제 조금 고양이 발음이 자연스러워졌나요?" 

"아아, 아직도 연습중이야? 그런데 이쪽 고양이들은 '야옹' 대신에 'mew'라고 울어대던걸" 

"아? 그래요? mew...라 mew mew~" 


뭐 어설픈 발음탓에 누가 들어도 고양이 같지는 않았지만 유코녀석이 뭔가에 집중을 하고 있으면 귀찮게 하지도 않을뿐더러 

종종 아침식사도 찾지 않기 때문에 요 몇 주 동안 녀석의 고양이語 공부를 놔두고 있는 중이었다. 


"어? 짐싸네요? 여행가게요? 언제?" 

"응 내일 아침 기차로..." 

"아아, 내일 아침이라고요.... 가만있자... 내 스케쥴이..." 


녀석은 빨간색 다이어리를 뒤적였다. 


"뭐 괜찮군요. 하지만 다음부터 이런 일은 적어도 일주일 전에 미리 얘기를 해줘야 한다구요" 

"무슨 소리야? 이번 여행은 나 혼자 가는거야. 게다가 이건 여행이 아니라 학회발표차 가능거라구. 그리고 스케쥴이라니. 매일 빈둥거리면서." 

"매일 빈둥이라뇨. 지금 위장중이라서 무엇을 하느게 보이지 않는 거라구요!!" 

"암튼, 이번엔 나 혼자 가야되는 거야. 게다가 너는 이곳에서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자나" 

"음, 임무야 그렇지만.... 심심할 것 같으니까..." 

"심심하지 않을꺼야. 삼일이고 그 동안 내가 시끄럽다고 해서 못하던 고양이 노래라도 연습을 하지 그래?" 

"정말? 그래도 되려나? 그럼 저 노래방 기계를 써도 될까?" 

"그래. 뭐 나도 없는데..." 


카라오케라면 사죽을 못쓰는 녀석은 신이나가지고 뛰어다녔고, 나는 무사히 짐을 챙길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유코는 자고 있었고 나는 무사히 기차를 타고 학회장에 갔다. 


뭐 3일 동안의 학회는 짧은 발표와 질문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발표를 구경하고 저녁 만찬 한번과 개인적으로 친한 사람들과 맥주를 나누는 것으로 대충 끝이났다. 


"이것봐, 역으로 갈거라면 내가 태워다 줄게" 

"고맙지" 


친구의 차를 얻어타고 이제는 흐려져서 막 비가 내릴 것 같은 하늘을 보면서 역에 도착했다. 


'platform number 3, 16:00 train calling at London Waterloo is now approaching...' 


왠일인지 정각에 도착하는 기차를 기분좋게 올라타고 자리를 잡자 긴장이 풀리면서 잠이 왔다. 


'뭐 3시간은 갈테니까' 


하는 생각으로 이제는 제법 어두워진 하늘을 바라보면선 의자에 몸을 묻었다. 

잠이 깬 것은 그로부터 한시간 반정도 지난 때였는데, 일어나보니 사람들이 수군 거리고 있었고 어디선가 '두두두'하는 기계음이 들렸다. 


'무슨 일이지?'


하고 생각을 했을때 안내방송으로 비상사태가 생겨서 잠시 정차를 하겠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기차가 서고 사람들의 두런거림이 조금 그 소리를 높이고 있을때 객차문이 열리면서 검은 복장을 한 남자 한명과 제목을 입은 한 사람이 들어왔다.


"안심하십시요 승객여러분" 검은 복장의 남자가 말을 했다. 

"저는 영국특수경찰 소속이고 이쪽은 RSPCA소속 요원입니다" 


RSPCA는 동물구조대다. 그런데 왜 이들 두 단체가 같이 행동을 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저희는 지금..." 


흰 옷의 사내가 말을 시작했다 


"고양이 사건과 관련된 용의자를 찾고 있습니다.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내는 그리고는 가방에서 무슨 탐지기 같은 것을 꺼내서 사람들 사이를 오가면서 측정을 했다. 

그 사내가 내곁에 왔을때 그 탐지기 같은 것은 마치 내가 방사능에 오염이라도 된 것 같은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실례합니다만..." 흰 옷의 사내가 물었다 

"혹시 고양이를 기르고 계시지 않습니까?" 

"아뇨.. 아니... 네. 기르고 있습니다" (유코는 현재 고양이 3호다) 


기분이 나빴지만 나름대로 공손하게 대답을 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검은 옷의 사내가 무전기에다가 뭐라고 말을 했고 갑자기 덩치가 큰 사내 두 명이 내게 휘익하고 달려오더니 

나를 번쩍들어서 바로 차 밖으로 끌고 나가서 뭐라뭐라 하면서 기차위에 착륙한 헬기에 (그렇다 아까 두두두 거리는 소리는 헬기소리였던 것이다) 나를 밀어넣었다. 


나는 영문도 모르는채 추운 밤하늘을 날아서 RSPCA의 무슨 본부로 추정되는 곳으로 끌려갔다. 

방에 앉혀지고 얼마가 혼자 앉아있자 방문이 열리면서 다소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여자와 뭔가 두려운 얼굴을 하고 있는 남자가 방으로 들어왔다. 


"묻겠습니다" 


예상대로 여자가 말을 시작했다 


"당신은 OOO에 살고 있는 XXX씨가 맞지요?" 

"예" 

"그리고 지금 ooo 품종의 고양이를 기르고 있지요?" 

"ooo 품종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암튼 한마리 기르고 있습니다."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겠군요!" 


여자는 더욱 신경질적인 얼굴을 하고서 일어나버렸다. 


"도데체 무슨 일인가요?" 내가 묻자 

"이런이런. 역시나 이 친구는 자기가 저지른 엄청난 일을 알지 못하고 있구만." 


이라고 말하면서 남자가 내 앞에 앉았다. 


"이것봐 당신은 우리 RSPCA가 정한 '고양이는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규정도 안읽어봤어?" 




What do cats need?


-  Companionship - to be with other cats or people for at least part of the day. 

-  A balanced diet - make sure there are no bones in your cat's food. A constant supply of fresh, clean water. 

-  A garden or safe place to play and exercise every day, away from busy roads. 

-  Somewhere warm and cosy to sleep. 

-  To be brushed regularly, particularly when shedding their coats. Long-haired cats need to be brushed every day. 

-  A scratching post. 

-  Help to clean their teeth. You can brush or rub their teeth with special toothpaste. They also need to have their teeth checked regularly by the vet. 

-  To come and go as they please - a cat flap is ideal. To be trained to use a litter tray. 

-  To be microchipped in case they get lost. 

-  To be neutered at an early age. 

-  To be taken to a vet if they are ill or injured. 

-  Injections to prevent certain serious diseases. 

-  Worming and regular flea treatments. 

-  To be looked after when you are away on holiday.



"이걸보라구!! 맨 마지막부분!!" 


그래도 내가 못알아듯겠다는 식의 표정을 짓자 남자와 여자는 동시에 비분강개하면서 거의 동시에 내게 말을 해댔다. 

정신이 없었지만 대충 정리를 해보면... 


ㅇ 나는 집을 비우면서 고양이에게 먹을 것 챙겨주기를 비롯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ㅇ 그래서 고양이는 슬퍼서 밤마다 소리를 질렀다. 

ㅇ 이 덕분에 우리 동네 사람들은 잠을 잘 수 없었고 그래서 누군가 이 사실을 신고 했다. 

ㅇ RSPCA 요원들이 문을 뜯고 방안에 들어가보자 고양이는 이제 더이상 소리를 낼 기력도 없이 멍~하니 앉아있었다. 

ㅇ 하필 재수없게 그날따라 RSPCA 높은 분이 나와서 이런 상황에 대한 단호한 조치를 바랬다. 

ㅇ 덕분에 경찰까지 합세를 해서 그 나쁜넘을 잡아버리게 되었다. 뭐 이 정도였다. 


(계속)




'끄적거림들 > 유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08 유코는 떠나고 (fiction+nonfiction)  (0) 2005.06.01
07 RSPCA와 크리스마스 2  (0) 2005.06.01
05 卯猫 2  (0) 2005.06.01
04 卯猫 1  (0) 2005.06.01
03 폭력의 결과  (0) 2005.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