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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사이공 휴일 - 2005.7.17

by mmgoon 2005. 7. 17.

( 토요일 )


모모회사 주최 골프대회였다.

원래 대회는 출전하지 않지만 (사실 누가 이런 실력을 가지고 출전한단 말인가 -_-;;) 

이번 대회는 그 성격이 나와 딱 맞는 그런 대회여서 출전을 결심했다.




금요일날 술도 1차만 하고 충분한 숙면을 취하고 (이번 대회는 그 특성상 강인한 체력을 요한다) 골프장엘 갔다.

등록을 하고 우리 조를 보자 약간 맛이 간다.

경기방식이 텍사스스크램블인 관계로 솔직히 대회전체가 실력과는 상관없이 조만 잘 만나면 승리를 검어쥐는 그런 것이었는데..... 

우리조는 죽음의 조였다. 

도데체 나를 포함해서 골프에 신중이라든가 목표라든가 하는 것이 거의 없는 '랄랄라'하는 사람들만 달랑 모아놓다니....

분명하게 특정팀에게 선물을 주겠다는 주최측의 강력한 포스를 느낄 수가 있었다.


암튼, 등록을 하고 점심을 먹고, 출발지점에 모였다. 우리팀은...

나, 즐거운 업자 v, L씨, 또 L박사 이렇게 모였다.


"오오 힘을내자구"

"도데체 우리조는.... 하아...."

"어제 마신 술이 아직 후우-"


이렇게 경기는 시작되고, 약 4홀정도 뛰었을적에 v에게 말했다.


"오늘 즐거운 이벤트는 없어?"

"오오 있다구. 내가 이번에 팍팍 써서 이번홀에 이벤트를 마련했지. 후후후."


정말로 티샷하는데 갔더니 한쪽에서는 소시지와 고기를 구워대고 있었고 (골프장에서 -_-;;) 

이쁜 언니야들이 "맥주나 마가리타 드세염~" 하고 외치고 있었다.

핫도그 하나와 마가리타를 들고 보니까 어디서 많이 본 언니다.


"어어? ㅇㅇ바에..."

"마자염. 오늘은 여기 나왔어염"

"그래염. 우리가 나이스샷 해줄께염"

"저번에 먹다 남은 술 k씨가 와서 다 마셨는데염"


그러고 보니까 우리 업계가 주로 마시는 ㅇㅇ바 사장녀석이 저쪽에서 "헤이~ 킴~" 하고 손을 흔든다.


"아니 장사 안하고 왜 여기왔어?"

"무슨 소리야. 어짜피 우리 손님들 오늘 다 여기 있는데. 뭐"

"아니 그럼 셔터 내리고 온거야?"

"그렇지. 서빙하는 언니야들 다 버스 빌려가지고 데려왔지"

"잘했어... -_-a"


이후로 매 3개 홀 마다 맥주나 마가리타를 마시면서 열라 더운 환경을 극복하면서 골프를 쳐대는 사상 최고로 힘든 경기를 치뤘다. 

그래도 다행히 올해는 2명만 후송되고 (마가리타 걸들의 효과다) 나름대로 정상적으로 경기를 마쳤다.


드디어 시상식...

오오!!!! 

내 인생에 최초로 골프라는 대회에서 당당 2등을 검어쥔 것이다. (그래 그런 대회다 -_-;;;)

막상 상을 받는 우리팀도, 주최측도, 평소의 나의 행실을 잘 아는 주변인간들도 완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들이다.


그러나, 원래 상을 타야되는 인간들의 강력한 포스를 느끼면서 선물을 받고 트로피를 받고 여세를 몰아 ㅇㅇ바로 달려가서 밤새도록 (우리 업계는 '끝'이라든가 '적당'이라는 단어를 잘 모른다) 승리를 축하했다.




( 일요일 )


체력의 한계가 느껴지지만 겨우 눈을 뜨고 교회엘 다녀왔다. 

집으로 돌아와서 피자를 시키고 얼마전에 구입했으나 아직 보지 못한 '안녕 프란체스카'를 봤다.


흑흑흑-

이런 감동이....

최고다....


6장의 CD를 보고나서 눈물을 흠치면서 전화를 들고 23편까지 바로 주문을 넣었다.

원래는 일찍자려고 했는데 거의 감동에 몰아침 속에 홀로 방황하는 그런 영혼의 꼴로 새벽까지 봐버렸다.


아아...

인생의 봄이 찾아온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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