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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S Town Daily

개인적인 폭탄테러 경험담

by mmgoon 2021. 9. 3.

 

 

굳이 일생을 통해서 경험을 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라는 것이 있다.

아마도 폭탄테러도 그 중에 하나일 것이다.

 

그렇다. 이 녀석은 솔직히 TV로 보는 것도 굳이 인생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그런 것이고,

경험을 다른 이들과 나눈다는 것도 그리 지양할 만한 그런 것은 아니다.

 

카불에서 폭탄 테러가 얼마 전에 일어났고 (그런데 많은 폭탄테러들은 뉴스거리가 잘 안된다)

인터넷에 테러 영상이라고 가짜 영상이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나자

그리고 나름 시간이 이렇게 흐르고 나서야

그제서야 사람들이 거의 찾지는 않는 블로그 한쪽 구석에 개인적인 경험을 적고픈 마음이 일어났다.

 

이라크 쿠르드였고, 막 점심식사를 마친 시간이었다.

아껴두었던 믹스커피를 탄 머그컵을 들고 여느 때처럼 창가쪽으로 가서 창밖으로 울 숙소 옆에 있는 모스크를 보고있었다.

저쪽 그러니까 관공서들이 있는 곳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났다.

그리고 길에는 사이렌 소리가 들리고 다수의 앰뷸런스들이 그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고 아주 큰 폭음과 검은 연기가 솟았고 나는 마음속으로 '어엇!' 하는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그러니까 한 손에 믹스커피가 있는 머그컵을 쥔 그 상태로 충격파가 내 앞에 유리창을 작은 조각을 만들어 버리는 광경을 지켜봤다.

 

그런 것이었다.

내가 경험한 가장 가까운 폭탄 테러는.

 

나중에 처음 자살폭탄테러는 미끼였고, 나중에 앰뷸런스로 위장한 차량폭탄테러가 제대로 터트린 사건임을 알게되었다.

나름 터러 방식도 발전이라는 것을 하는 것이다.

 

지금 곰곰히 떠올려봐도 도데체 얼마 정도의 시간이 흘렀었는지, 도데체 왜 첫번째 폭발을 보고도 피하지 않았는지, 충격파가 오는 것을 보고도 꼼짝도 하지 않았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름 폭탄이 터진 곳과는 거리가 있었고 (안그랬으면 지금 이 글을 쓰지는 못했겠지 -_-;;;),

우리쪽 피해는 깨어진 창문과 멍해진 나 정도 였으니 간단한 보고서가 작성되었고,

이제는 수 많은 테러 보고에 익숙해진 울 회사 안전팀은 '아아 김과장 녀석 놀랐겠군' 정도의 반응이었다.

이전에 이라크에서 쓴 포스팅을 보니 뭐 그럴 수 있겠다 싶다 (https://geology.tistory.com/621)

 

그래 뭐 별 것 아닌 경험이었을 수 있다.

그런데 왜 이 생각이 서울로 올라가는 금요일 저녁 ktx 안에서 자꾸 떠오르는 것일까.

그리고 왜 블로그에 이 기억을 올리고 싶어진 것일까.

사람의 기억과 감정은 참 알수가 없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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