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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미어캣 (meerkat)

by mmgoon 2005. 1. 4.


요사이 물고기들을 기르면서 생각을 한건데 역시나 물고기들은 내게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매일매일 먹이를 주고 나름대로 친절한 말을 건네는데도 불구하고 녀석들은 내가 다가가면 휘휘휙 숨어버리거나 

저번에 한 녀석은 공기펌프위로 점프를 하는 (미치지 않고서야) 엽기적인 자살을 해버렸다.

어제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을 보면서 과연 내게 적합한 혹은 잘 맞는 동물이 무엇일까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생각이 난 녀석이 바로 이 미어캣 (meerkat)이다.



학명은 Suricate suricata이고, 사향고양이과로 몽구스의 친척벌이다.
그러고 보니까 녀석은 육식이다.

미어캣이 뭐를 먹든 상관없다 (쳇쳇)


녀석들과 나와의 관계는 뭐랄까, 맞거나 맞지 않는다 혹은 좋아한다거나 싫어한다의 관계라기 보다는 이상스런 혹은 내가 손해보는 식의 관계인 것 같다.

때는 1990년대 나는 여자친구와 함께 과천서울대공원 동물원을 거닐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여자친구와 동물원가는 것을 참 좋아했던 것 같다.
동물원에 가면 "오오 저기 코뿔소를 바바" 혹은 "난 저넘 싫어" 등등의 자연스런 대화가 나온다 -_-;;;
암튼 야행성 동물 전시관인가 하는 어둡고 실내를 들어가려는데, 나오는 사람들이 모두 한마디씩 한다.

"뭐야 암것도 없자나!!"

생각해보면 야행성동물들이 사람들이 왔다고 부시시 일어나서 

"이런 이런 손님이..." 

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암튼 들어가서 암것도 없는 유리장을 바라보았다. 
미어캣들의 집이었다. 
여자친구는 벌써 저쪽으로 가버리고 (암것도 없으니) 나만 남았다.

그 때,
미어캣 한 마리가 슬슬거리고 나오더니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솔직히 미어캣을 본 게 그게 처음이어서 나도 빤히 봐줬더니 녀석은 벌러덩 다리를 쭉 벌리고 앉아서 고추로 생각되는 부분을 보인다.
약간 깨는 표정을 짓자 녀석은 슬슬거리고 굴로 돌아갔다.
'웃기는군' 하는 마음으로 자리를 떠나려는데, 
정말로 10여마리의 미어캣들이 어슬렁거리면서 나와서 나를 그러니까 첫번째 녀석이 보여줬던 표정으로 나를 빤히 쳐다본다.

졸지에 누가 누굴 구경하는지 모르는 상황에 돌입을 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녀석들은....

"저 녀석 웃기게 생겼군" 이라든가
"난 재가 싫어" 혹은
"한심한 넘"
"바부탱이"

등등의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한마리씩 슬슬거리고 방으로 들어가서는 결국 암것도 남지 않았다.

10년이 지난 지금에 생각을 해봐도 녀석들의 진정한 생각이라든가 기어나온 의도가 영 생각나지 않는다.
미어캣과 나는 좋은 관계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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