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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알바 캐디 이야기

by mmgoon 2007. 4. 2.

이런 곳은 도데체 어디야?




판다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멍청한 소리를 한 바람에 인생에 없던 ‘하루에 두 번 골프 치기’라는 황당한 약속이 토요일에 잡혀버렸다.
게다가 금요일에는


‘뭐야 안 마신다고? 넌 내 편이 아냐!!!’


하는 식의 일종에 무식한 인간들이 징징거리는 바람에 무려 한시 반까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신나게 금요일 밤을 보내고 

(아아- 정작 토요일 새벽이였군 -_-;;;) 집에 와서 정말 쓰려져 있다가 4시30분에 일어나서 첫 번째 골프장으로 갔다.


“김과장 눈이 왜그래?”
“야 너 괜찮겠어?”
“어이구 인간아 술이랑 결혼했냐?”
“너 골프를 아주 우습게 생각하는데...”


등등에 익히 가능한 얘기를 들으면서 경기에 임했고 뭐 늘 언제나 항상 그렇듯이 별로 볼 것 없는 그런 점수가 나왔다.
게다가 날도 무척 더웠기에 이대로 맥주 몇 잔 마시고 집에서 잠을 잤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미스터킴. 지금 오고 있져? 암튼 늦거나 안오면 주금이에여!!!”
“아아, 뭐야 위협하는거야?”
“암튼 오늘 제대로 안오면 다시는 안볼거에여!!!”


오늘 대회를 주관하는 회사에 다니면서 평소 나의 행실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ㅍ양이 역시나 내 마음을 잘 읽고는 확인사살 전화를 한 것이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두 번째 골프장 티박스에 서니.... 허억- 넘 덥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올들어 가장 더운 날이었다.


“신짜오”
“짜오엠”


캐디와 인사를 나누고 봤더니 번호가.... 헉- 왕초보다.
피곤이 산적한데다가 날도 덥지 그나마 도움을 얻어 보려던 캐디까지 왕초보니 힘이 죽 빠진다. 뭐 캐디가 도움 을 줘봤자 그 실력이지만 서도. 암튼


“아아 나 오늘 36이야” 


했다.

오늘 2게임을 뛴다는 표현으로 피곤하니까 잘 도와달라는 의미인 것이다.  그랬는데 우리 캐디언뉘가


“으음. 제 딱 두배시군여. 저는 9일 있으면 19세가 된답니다. 후훗-”


하는 것이다. 


아아- 이 왕초보 캐디 언뉘는 내가 오늘 36세 생일이 된다고 알아들은 것이다. OTL
티샷을 치고 걸어가면서 생각해보니, 도데체 다짜고짜 생판 처음보는 캐디한테


“이거봐. 오빠 오늘 36살 생일이야”


라고 말한 (사실은 그 뜻이 아니지만) 것으로 취급된 나의 이미지는 뭐가 된다는 말인가.

분명히


‘뭐얏. 이 남자. 재수없게스리’ 


정도의 생각을 했을 것이다. 아아-



아무래도 샷건으로 진행되는 대회였기에 진행이 느렸다.
덕분에 우리 왕초보 캐디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기회가 많았다.


“글면 대학생이네?”
“그쳐. 주중에는 학교 다니고여, 주말에 알바를 뛰는 것이져”
“전공이 뭔데?”
“마케팅 매니지먼트여”
“오오”
“몇 학년이야?”
“아웅 18살이니까 1학년이져”


알바 캐디양은 호기심이 넘치고 똑똑한 타입이라서 게다가 골프는 잘 모르는 관계로 경기내내 쫒아다니면서 노래도 부르고 (그럼 안되는데), 

사탕도 까서 자기 먹고 나 하나주고 (원래는... 그러면...), 

게다가 내 물통에 물이 떨어지자 알아서 캐디들이 마시는 얼음물 떠오고 (이거 베트남에 적응 안됀 사람이 마시면 바로 좍좍-) 

하는 등등 나름 즐겁게 일을 했다.


“그럼여. 회사는 어디 있는 거에여?”
“1군에 있지”
“오오 울 학교는 5군에 있는데”
“회사까지는 오토바이로 다니시나여?”
“아뉘. 걸어다녀 -_-;;;”
“전 버스타고 다니는데”


라든가


“난 공부가 싫어. 일하는 게 좋아”
“전 공부가 좋아여. 공부하려고 이렇게 일하는 것 뿐이에여”
“그래?”
“흥- 언젠가 돈 벌고 여기 돌아와서 골프를 칠거라구여”
“그럴 수 있을 거야”


혹은


“그러니까 제가 영어를 하니까 여기저기 골프장에서 스카웃 제의가. 후훗”
“오오 그래? 글면 이제부터 영어로 하자”
“자자. 계속 베트남어로 가시져” -_-a


등등의 대화를 나누면서 경기를 마쳤다.


“자 여기여. 점수가 안좋아여” (하아- 이런말 해서도 안돼는데)
“엉 고마워”


하자 룰루거리면서 간다.
나도 이제 나이가 많이 먹었다는 생각도 들었고 (제길 알바캐디양은 내 나이의 1/2도 안됀다 -_-;;), 

뭐 베트남에도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도 했다.
딴은 재미있는 주말이었다는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