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돌아다닌 이야기/베트남

하노이 여행기 2

by mmgoon 2007. 2. 14.

User inserted image



아침에 일어났더니 역시나 정신이 없다.

대충 커피만 마시고 회의장으로 갔다.


회의장에 들어서자....

허억-


생판 처음보는 붉은 토끼들만 모여있는 것이다.

한 눈에도 소위 극소수의 '머리쓰는 토끼들'은 보이지 않고, 뭐랄까 공산주의 국영회사의 전형적인 붉은 토끼들만이 앉아 있는 것이다.


결국 녀석들은 우리와 얘기하기를 싫어했다는 결론이다.

이후로 2시간동안 내용을 발표했고, 녀석들의 질문에 모든 대답을 해댔지만 결국 녀석들은 미리 준비해논 칼로 배를 좌아악 째버렸다.


일단 점심시간이되서 회의가 쉬는 동안 오늘 참석하지 않은 '머리쓰는 붉은 토끼' 녀석에게 비밀 전화를 했다.


"뭐야? 어쩌자는거야?"

"아아- 이거봐 내가 요사이 바빠서"

"너도 이런 식으로 가면 안됀다는거 알자나. 오늘 나온 토끼들은 뭐야?"

"야, 솔직히 까놓고 얘기하면.... 걔네들 암것도 몰라. 걍 시킨대로 떠들거야"

"그래서?"

"그러니까. 이거봐... 다다음주에 구정 끝나고 얘기하자고. 내가 해줄수 있는 얘기는 이거야"


결국 얘기해야 소용없이 발표내용과는 상관없이 미리 지시받아가지고 온 내용을 계속 반복적으로 떠드는 토끼들과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오후회의를 마쳤다.

앞이 깜깜하다. 

소장이랑 본사에서는 날 아에 죽이려고 들것이다. 

에이 뭐 어짜피 사랑받고 사는 인생도 아닌데 뭐.... -_-a


부장님들 모시고 맛대가리 없는 저녁을 먹고 9시부터 호텔에 누워있는데 뭔가 성질이 났다.

그러다가 문득 ㅂ녀석도 무슨무슨 워크숍한타고 하노이에 있다는 생각이 났다.

바로 전화를 때렸다.


"뭐하냐?"

"어? 나 하노이야. 지금 베트남 영감들이랑 계속 밥먹고 있어. 10분있다가 바로 도망갈거야"

"그래? 나도 하노이에 있는데..."

"oh my friend!! Shit!!! You should let me know before!! Wait there I'm on the way"


녀석은 전화가 끝나고 정확히 10분만에 우리 호텔앞으로 왔다.

뭐 둘 다 그리 기분좋은 하루가 아니었기 때문에 신나게 마셔댔다.


결론은...

하노이의 바들은 아무래도 호치민과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과

아이구 속쓰려~


=====================================================


그리고 세째날이 밝았다.

어제 전쟁을 치뤘기 때문에 오늘 회의는 취소가 되어서 여유잡고 일어나서 공항에 가려고 체크아웃을 하고 있었다. 전화가 왔다.


"미스터 김. 지금 체크아웃하지마세요"

"왜?"

"비행기가 연착된데요. 그러니까 11시가 아니고 2시30분이에요"

"그럼 빨리 알려줬어야지"

"이상하게 지금 전화가 안돼요"


테트가 다가오자 하노이는 전화 회선이 모잘라 20번쯤 시도해야 한번정도 전화가 걸리고,

올라올때와 마친가지로 비행기는 연착이 되어버렸고,

회의 결과는 보고하기에도 짜증나에 되어버렸기 때문에.... 결국


"옥아- 다 필요없어. 나 지금 걍 공항으로 가서 되는대로 비행기 잡아타고 갈테니까 찾아내!!!"

"그냥 2시30분에 오시져?"

"당신 2시30분에 정말로 비행기 뜬다고  생각해?"

"아녀" -_-;;;


그리고는 다시 전쟁에 임하는 자세로 공항을 향했다.

역시나 테트 무렵에 베트남을 여행하는 것은 삼가하라는 주변의 말을 들어야 했다. 

모든 길은 막혀댔고, 사람들은 정신이 없었다.


겨우 공항에 도착해서 확인해본 결과 베트남 항공은 비젼이 없었다.

결국 베트남 국내 항공만 담당하는 그리 거지 같다는 퍼시픽 항공 표를 겨우 구했다. 

다행히도 표가 충분하게 있어서 부장님들과 나까지 모두 복도쪽 자리를 구했다 

(울 회사는 비행시간에는 같이 앉지 않는다. 서로의 자유를 위해 ^^;;)


퍼시픽 항공은 역시나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비지니스석도 없는 완전 평등 전좌석 이코노미 시스템으로 무장한 초소형 비행기에,

좌석도 약 20%는 고정이 되지 않고, 세탁에 용이한 비닐재질로 되어 있었다.

게다가 너무나 좁은 좌석에 타는 사람들은 거의 시외버스 수준이다.

앞에 앉은 할머니는 시장바구니에 짐을 들고타서 대신 올려주고,

왼쪽에 앉은 처녀와 그 옆에 아줌마는 안전벨트를 대신 매줬다.

비용절약을 위해 이 비행기는 어떠한 음료수나 음식을 제공하지 않는다.

배고파서 음식 사먹으려고 했는데 달랑 사발면밖에 없어서 포기. 참 가격은 싸다.


비행중에 옆에 처녀가 수줍게 싸가지고 온 과자를 내민다.

고맙다고 한두개 집어들고는 늘 가지고 다니는 비상식량인 스니커즈를 하나 줘서 나눠먹었다. 

그 옆에 아줌마는 귤을 하나 줬다.

진정 예전 시외버스의 풍경 그 자체를 연출하면서 비행을 했다.


겨우 사무실에 도착해서 보고하고 (욕먹고 흑흑-) 자리에 돌아오자 몸이 붕 뜬다.

긴급헬기 하나 띄워서 다 죽어가는 넘 하나 빼내고, 

정부 모모처에서 달라고 한다는 자료 해서 주고, 

배에 있는 장비들 정리해서 내리라고 지시하고, 

출장결과 보고서 초안 이메일로 부장님한테 보내놓고 집으로 왔다.


지난번에 하노이에서 산 티폿으로 차를 한 잔 하고 있다.

이번 출장도 끝이다. 


아아- 설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