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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S Town Daily

수다는 즐거워

by mmgoon 2020. 6. 8.




주일을 맞이하여 교회엘 갔다.


뭐 예전이라면 일상의 한 장면을 그리는 그런 문장일 수 있었겠지만 

요사이 코로나도 그렇고 해서 비록 마스크를 쓰고 널찍히 떨어져 앉고 이것저것 적고, 

체온도 재야하지만 '주일 아침에 교회엘 갔다' 라는 행위가 왠지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예배를 드리고 (이상하리만치 마음에 와닿는 그런 문장을 만났다) 밖으로 나오자 소소하게 물건들을 판매하고 있다.

원래라면 바자회를 떠들석하게 진행을 해야 하는데 (실제로 집에 바자회 하면 내어놓으려고 준비한 물건도 있다) 

코로나 여파로 소소하게 물건을 판매해서 수익금을 마련하는 행사였다. 

울 교회는 작은 교회라서 이런 식으로 비용을 마련해서 구제를 하는 편이다.


"아아 바자회를 못해서 아쉬워여"

"그러게 말이야. 자자 잼을 사가라고."

"저는 쑥가래떡 사고싶은데여"

"그럼 둘 다 사가라고 -_-a"


하셔서 가래떡과 예정에 없던 딸기잼을 사가지고 차로 가고 있는데


"야 간만이다"

"어 형?"

"이게 뭐야. 식사도 못하고 차도 못하고 이렇게 헤어지다니"

"그렇죠. 빨랑 이 상황이 지나가야 하는데 말이져"

"점심 어떻게 할꺼야?"

"글세여. 별 계획은 없는데요"


해서 나와 형님과 어찌어찌 다시 만난 동기녀석과 남자 셋이서 교회 근처로 브런치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점심만 먹고 각자 집으로 가야해서 총 3대의 차를 3명이 각각 몰고 인근에 브런치집으로 향했다. 

참고로 교회가 외곽에 있어서 호젓한 브런치집들이 나름 있는 편이다.

차 3대가 동시에 주차를 하자 주인은 아마도 화색을 띄면서 문을 열었으나, 

건장한 남자 꼴랑 3명이 차에서 내리자 당황+실망의 표정으로 우릴 맞이했다.


가게에는 주일임에도 우리 외에에 달랑 한 팀만 있었다.

그리고 남자 세 명은 피자, 파스타, 샐러드와 음료를 주문하고, 수다를 시작했고,

이윽고 다시 추가 피자와 빵류를 시키고 수다를 이어갔으며,

다시 한 번 케이크와 커피를 시켜가면서 (형은 대추차. 늙은이 -_-;;;) 수다를 이어갔다.


뭐랄까 대학교 1학년으로 돌아간 느낌이라고 할까.

각자 사회생활을 하면서 상당한 기간 동안 가질수 없는 관계와 시간을 보낸 세 남자는 처음에 생각한 시간을 아마도 한참 넘겨서 수다를 떨어댄 것이다.


산처럼 먹어댄 우리를 보는 흡족한 표정에 주인에게 형님이 계산을 하시고 (화이팅!!) 다시 쿠울하게 각자 차를 몰고 집으로 향했다.


예전 서대문 한쪽 귀퉁이에 있던 작은 교회에서 만난 세 명의 남자들이 교회 끝나고 

점심 먹으면서 저녁시간까지 수다를 떨었다는 얘기는 다른 사람들의 귀에는 정말로 별거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런 일이라는 것이 십 수년만에 한 번씩이나 일어나는 빈도 덕에 나름 포근해지는 그런 시간이었다. 


뭐 주말의 시간은 너무 빠르게 흐르는데 오늘은 더 빨랐다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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