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이사와 시위의 주말

by mmgoon 2018. 6. 11.





수요일에서 목요일로 이어지는 하노이 출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시계를 보니 금요일 00:40분입니다.

겨우겨우 어찌어찌 짐을 정리하고 잠을 청하고 금요일 아침에 일어나자 넘 피곤합니다.

네, 역시나 윗분들을 잔뜩 모시고 다니는 출장은 피로를 동반하네요.




뭐 이런 곳에서 회의를 했죠.



사진의 언니들과 함께 호치민으로 날아왔답니다.




몸상태는 별로이었지만 금요일에는 붕타우에서 러시아 친구들과 회의가 있다는 것을 깨닳고는 주섬주섬 옷을 입고 회사로 향했습니다.

그리고는 아침 8시에 차를 타고 붕타우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참으로 따뜻한(?) 러시아친구들과 2시간의 회의를 주재하고 점심을 같이 먹고 다시 호치민으로 향했습니다.


사무실에 돌아와서 미친듯이 밀려있는 결재들을 처리하고, 부장회의 참석하고, 다시 부장들끼리 회식에 참석해야 했죠.


그리고 집에 돌아오니 하노이와 붕타우 출장으로 누적된 피로와 음주까지 겹쳐서 몸은


"장난쳐? 바로 침대로 가라구!!"


라고 했지만 붕타우에서 오는 길에 전화로


"아셨져. 그니까여 낼 아침 8시 30분에 집으로 가겠습니다"


라는 이삿짐 회사의 전화를 기억해내고는 절대로 남에게 맡길 수 없는 물건들을 뽁뽁이로 싸고, 따로 가방에 꾸려넣는 작업을 해댔습니다.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짐을 대충 꾸리고는 어찌어찌 침대에 누웠습니다.




자다가 목이 말라서 시계를 보니 토요일 아침 7시입니다.

아직 이삿짐 회사에서 들이닥치려면 시간이 남았지만 어제 다 싸지 못한 짐도 있고 해서 세수하고 이닦고 정신을 차리며서 커피를 한 잔 하고 있었습니다.


'띵똥'

"누구세여?"

"안녕하세여. 이삿짐 싸러 왔어여"


시계를 보니 7시35분입니다.

어제 8시30분이라더니 무려 1시간이나 그것도 아침에 일꾼들이 들이닥칩니다.


그 중 대장 언니가 다가오더니


"자자, 저랑 같이 보내지 않을 가구나 짐들을 표시하자구여"


합니다.


결국 이 후로 수 시간 동안약 12명의 인부들은 슥슥 짐들을 꾸리고 대장 언니가 번호를 부여하면 밖으로 내보내는 작업을 계속합니다.

중간에 1층 수퍼에 들려서 음료수들을 사서 일하는 사람들 주고, 화장실 위치 가르쳐 주고, 물품이 뭔지 알려도 주고 하면서 시간을 보냈죠.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일이 끝나고 (우리나라 이삿짐 아저씨들과 비교하면 안되져) 아파트가 휑합니다.


"글면 여기에 서명해주시고여, 짐은 한 3주 정도 걸리면 한국에 도착할 거에여"


라고 하는 언니를 서명해주고 내보내고 나서 먼지와 포장 쓰레기를 치웠습니다.



그리고는 관리사무소로 전화해서


"아아, 전에 말했던 가구 좀 가져다주세요"


했죠.


그러니까 울 아파트는 돈을 좀 더 벌어보겠다고, 비어있는 아파트들을 일종에 호텔처럼 단기 임대를 하고 있습니다.

(아파트가 왜 비어갈까에 대한 원초적인 해결을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나 -_-;;;)

이삿짐이 나가고 나면 먹고 살 방법이 막막했던 차에 그 동안 장장 4년간 살면서 쌓아둔 인간관계를 최대한 이용해서


"자자 그니까 토요일에 짐이 나간다고"

"네네 화물 엘리베이터 예약했답니다. 훗훗-"

"그런데 말이지. 짐이 나가고 나면 뭐랄까 침대라든지 티비라든지 간단한 조리도구 정도 빌려줄 수 있을까나?"

"글세여. 이건 제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고여"

"걱정만 너네 사장한테는 내가 전화함"


했죠. 글고 나름 친한 사장(실제로는 바지사장) 녀석에게 전화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앗하하, 우린 친군데 뭐. 걱정말라고"


해서 이사가 끝나고 호텔용 방에 있던 침대와 티비와 그릇 등등을 으쌰으쌰 우리집으로 한 세트 옮겨왔습니다.



그리고 암 것도 없는 방을 바라보니 마음이 허전합니다. 

정말로 떠난다는 그런 느낌이 드네요.


빌려온 침대에 누워봤습니다.

어헉- 이 넘들 무슨 호텔 침대 매트리스가 이리 딱딱한 것인지.

허리 디스크 있는 손님 전용 호텔로 거듭나려고 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저녁은 세간살이가 없어진 핑계를 대고 삼양 소고기면을 끓여먹고 잠을 청했습니다.




다은 날 교회에 가려고 아침에 일어나서 인스턴트 커피를 타먹고 있는데 (네네, 커피메이커는 한국으로 향했져) 거리가 시끄럽습니다.


그렇습니다.

얼마 전에 베트남 정부가 뭐랄까 중국에 특혜를 줘서 

중국인들이 베트남에 부동산을 구입하면 99년간의 소유권을 준다는 특별법을 공시했져 (다른 외국인들은 50년). 


안그래도 중국 워낙 싫어라 하는 베트남 국민들은 완전히 화가났고, 오늘 대규모의 시위를 시내에서 계획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결국 오늘 그 시위가 열렸고,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집 앞에 길들을 메우고 시위를 합니다.

덕분에 경찰들은 1군의 주요 길들을 차단했고 차와 오토바이들은 다른 길을 찾아 헤메기 시작합니다.

결국 이러식으로 눈치만 보다가 교회 갈 시간을 놓치고 (아아- 주님 -_-;;;;) 집에서 빈둥대다가 

집앞에 식당에서 껌땀스언 (베트남식 돼지갈비 구이 덮밥)을 먹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일련의 전투경찰들과 살수차들이 줄을지어 가는 것을 구경했습니다.

으음.... 왠지 교회 가지 않기를 잘 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짐이 없어 쩌렁쩌렁 울리는 방에서 뒹굴거리다가 문득 결재를 해야하는 것이 생각나서

시위대와 경찰을 피해서 뒷골목으로 사무실로 가서 결재를 몇 건 처리했습니다. (사장님. 이 부분 봐주셔야 합니다)


돌아오는 길에 냉동만두와 김치를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와서 냉장고에 넣어두고는

결국 저녁은 맥주와 함께 바에서 먹어줬습니다 (아아- 왠지 마음이 허전하다고요)



아아- 왠지 얼마남지 않은 주말들을 소중하게 보내야 할 것 같지만 현실은 큰 변함이 없다는 그런 느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