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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사이공/베트남 정보

하노이식 생맥주 잔의 유래

by mmgoon 2018. 3. 16.

베트남 하노이에는 소위 하노이식 생맥주인 비아 허이(bia hơi) 라는 것이 있습니다.

주로 허름한 길거리 식당에서 간단한 안주를 놓고 더운 하노이의 여름을 이겨내면서 시원하게 마시는 돗수가 낮은 맥주입니다.



하노이 여름 풍경



이 하노이식 생맥주인 비아 허이는 가격도 저렴하고 낮은 돗수 등등 하노이 사람들의 상징과도 같은 녀석입니다.

이 맥주는 꼭 바이(cốc vại)라고 불리는 뭐랄까 저렴하게 생긴 (실제로도 저렴하져) 잔에 담아 마십니다.

예전 포스팅에서 이 꼭 바이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한 번 소개했었죠 (포스팅)



이 약간 연한 콜라병 같은 색의 잔을 만든사람에 대한 기사가 있어서 소개해 드립니다 (출처)


이 잔 그러니까 꼭 바이는 레 후이 반(Le Huy Van)이라는 분이 만들었습니다.



이 분 레 후이 반 아저씨로 일생의 역작 하노이식 맥주잔을 들고 계십니다.




때는 1970년 10월 레 후이 반씨는 독일의 예술학교인 Giebichenstein Kunsthochschule Halle (이래서 독일어는 -_-;;;) 라는 곳에서 공부를 마치고 하노이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정작 베트남 정부는 반씨 아저씨를 예술분야가 아닌 정부 부처에서 해석일을 시키죠 (예나 제나 베트남 정부 스타일이란)


4년이 지나고 반씨 아저씨는 정부의 공업협력팁에 기술 디자이너가 됩니다. 

바로 이 곳에서 비아 허이의 잔인 꼭 바이가 탄생을 합니다.


1976년에 하노이에는 맥주 공장이 황화탐(Hoang Hoa Tham) 거리에 달랑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반씨 아저씨에 의하면 당시 재료가 귀해서 사람들은 제대로된 맥주잔에다가 맥주를 마실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상사가 부르더니 '하노이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새로운 잔을 디자인해봐' 라는 명령을 해서 몇 시간 동안 이 잔을 디자인 했고,

3일 후에 단추(Dan Chu) 유리공장에서 최초의 하노이식 맥주잔인 꼭 바이가 만들어졌습니다.


최초의 디자인은 500ml의 맥주를 담을 수 있고, 밑바닥을 두껍게 해서 길거리 의자에서 잘 서있을 수 있고, 줄무니를 넣어서 잡기가 편하게 했습니다.

이 비아 허이 잔은 빠른 속도로 하노이에 퍼졌는데 위에 설명한 기능적인 면도 있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영세상인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한 개에 500동(25원) 정도 했다고 하네요.

아직도 하노이 인근 남딘(Nam Dinh)성 쏘이 찌(Xoi Tri) 마을에서 유리를 재활용해서 하루에 1500개 정도씩 만들고 있습니다 (이전 포스팅을 참고해주세요)

이 잔이 깨지면 다시 새로운 잔의 재료가 되는 형식이기 때문에 하노이 사람들은 꼭 바이는 불사신이라고 하기도 하죠. (사실 깨지기도 쉽습니다 -_-;;;;)


디자이너인 레 후이 반 아저씨는 이제 70대가 되었고, 하노이에 공업 예술 대학교의 부학장을 지내다가 은퇴를 하셨다고 합니다.

반 아저씨에 의하면 꼭 바이(cốc vại)라는 이름은 당시로서는 많은 양 그러니까 500ml를 담을 수 있기에 지었다고 합니다 (바이 라는 말이 큰 토기를 말한다고 하네요)

최초 500ml 가 담기던 꼭 바이는 이제는 점점 줄어서 요사이는 300-330ml 정도가 한 잔에 담기게 작아졌고, 500동 하던 가격은 요사이 6500동(320원) 정도로 올랐다고 합니다.

뭐 그래도 저렴하죠..






반 아저씨에게 이렇게 이 잔이 오랫동안 하노이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이유를 물어보니


"아마도 디자인보다는 구입하고, 사용하기 쉬워서 일 것이고,

무엇보다 하노이 사람들은 맥주를 마시는 것을 좋아 하거든, 

맛 때문이 아니고 일을 끝내고 친구들과 길거리에 앉아서 덥고 붐비는 거리를 바라보는 즐거움을 좋아하기 때문이지

양복을 입고 깨끗한 유리잔에 맥주를 마시는 건 하노이 식이 아니야"


라고 하셨답니다.



호치민에 있기는 합니다만 하노이식 비아 허이야 말로 하노이에 좁사닥 한 길에 쭈그리고 앉아서 

꼭 바이 잔에 플라스틱 의자 하나를 상처럼 이용하면서 마셔줘야 그 맛이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 번에 하노이 갈 때 마셔볼까 하는 마음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