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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한국에 놀러간 옥이 이야기

by mmgoon 2017. 3. 23.




혹시나 이 블로그의 이전 포스팅들을 읽으신 분들은 지난번에 베트남에 근무할 때 '옥'이라는 비서가 있다는 것을 아실겁니다.

옥이가 우리 팀 비서를 한지가 7-8년 전이니까 왠지


"지금 옥이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가끔은 보고싶네요"


뭐, 이런 식의 포스팅을 쓸 것만 같은데,

실제로 옥이는 같은 건물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가끔 얼굴을 마주치고는


"자자, 미스터 킴 술을 마시러 가자구여" 라든지

"여기여기, 제 친구가 만든 반쭝투(추석에 먹는 베트남식 월병)인데 가져가염"


등등의 대화를 나눕니다.


그러니까 옥이는 울 회사를 그만두고 남편을 따라서 런던에서 몇 년간 주재원 생활을 하고 베트남으로 돌아와 

울 사무실 2층 아래에 있는 조직에 몸을 담고 있는 것입니다.

심지어 그 조직에서 옥이를 뽑을 때


"아아, 옥이는 믿을만한가여?"


라고 하길래 


"말안들으면 제게 올려보내세염"


해줬죠 (실제로는 뭐랄까 더 공식적으로 썼답니다 -_-;;;;)



이런 와중에(?) 그저께 퇴근하다가 옥이를 만났습니다.

평소에 그렇지 않은 인간이 완전히 들떠있더군여.


"왜그래? 복권이라도 당첨된건가?"

"아녀아녀"

"그럼?"

"아시아나항공에 있는 친구가 (옥이는 여행업계에 엄청난 인맥이 있져) 한국행 열라 저렴한 표가 나왔다고 연락을 줘서, 

  미친듯이 급하게 한국비자를 신청했는데 오늘 나왔다구여"

"한국가?"

"글쳐. 내일 떠난답니다. 후후훗-"

"신나겠네"

"그렇져. 이번에 서울가서 완전 쇼핑에 매진을 할 거랍니다. 한국서 뭐 사다줘여?"

"너 한국말 다 까먹었자나 (옥이는 한국어 전공자)"

"하하하- 오래된 기억을 되살려보져"


왠지 서울거리를 옥이의 쇼핑상품을 들고 따라다닐 불쌍한 만군(옥이 남편이져)의 얼굴이 떠오르더군요.


한국의 소식을 들으면 

공기에는 황사가 가득하고, 

전임 대통령이 하야를 하자 '기술적으로 어렵다'던 세월호가 바로 물밖으로 떠오르고,

정국은 예의 민주주의적 부산함이 가득하고,

사회는 10년을 후퇴했다고 하는데


옥이는 서울 거리를 쏘다니면서 어떤 생각을 가질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