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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데이터 매니져 선발 대작전




분명히 울 회사에는 내 밑으로 데이터 매니져라는 직책이 있고, 당당 찌엔 아줌마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찌엔 아줌마가 누군가.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그 분의 형수님이고, 베트남 국영석유사의 대부분 간부들이 누님 혹은 형수님이라고 부르며, 당에서도 상당히 높은 자리에 계시는 분이다.


결/국/


이 분이 일을 안하겠다면 안하는 것이고,

집에 가시겠다고 하면 가시는 것이고


등등

별로 존재에 비해 쓸모는 없다는 얘기가 된다.

덕분에 요사이 자료가 밀려드는데 아줌마는 소 닭보듯 하고 나는 스트레스로 죽어가고 있었다.


참다참다 못해서 소장님한테 술마시면서 바로 대들었다.


"아에 죽이시던지요 새 데이타 매니져 구해주세요"

"아니 그 정도야?"

"아아. 다 필요없어요. 나 한국갈거야~"


이런 이유로 (가끔은 개겨야 인생이 따뜻해진다) 내게 내 맘에 드는 데이터 매니져를 구할 수 있는 권한이 주워졌다. 


물론 찌엔 아줌마는 새로운 직책이 주워졌다. 결국 그 분을 건드릴 수는 없는 것이다.


이번에도 인터넷에 바로 올리자마자 수 많은 지원자가 있었다.

그 중에서 흥녀석이 추천한 애들이랑 서류전형에 통과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봤다.


먼저 흥이 추천한 하노이 지질학과 출신 남자애들 1, 2, 3, 4, 5번


“May I ask your name?”


이 문장 이후로 아무런 영어를 이해하지 못했다. 

같은 대학 출신이 탕녀석이 (같이 면접을 봤다) 얼굴이 붉어질 정도였다.

도데체 외국회사 지원하면서 영어를 못한다는게 말이되나


이 와중에 모모 항공 스튜어디스가 뒤늦게 지원을 했다.


"미스터김 얘는 조금 늦게 지원을..."

"야야 안돼! 게으른 것들은 다 필요없어"

"그게요 스튜어디스라서요 항공스케쥴 때문에..."

"야야! 이시키 진작 말을 하지!!!"


그 동안 탕하고 외롭게 진행하던 면접에 수 많은 인간들이 인터뷰를 하겠다고 자리를 차지하고 그 문제의 스튜어디스를 기다렸다.

이미 100점중 50점은 오기전에 확보를 한 것이다.


예상대로 세련되었고, 영어 열라 잘했고, 귀엽고 등등 나는 반대가 없었다.

문제는 이 인간이 경력에 비해서 월급을 약간 아니 너무 많이 요구를 했다.


아아- 어쩌자고 항공사들은 그리 월급을 많이 준단 말인가.

흑흑- (괜찮아 전화번호 있으니까)



눈물을 머금고 다음날 면접에 임했다.

꽃집 경영하시는 분, 

백수이신 분, 

왠지 무협쪽인 것 같으신 분들이 

왔으나 도무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가 피곤에 싸여 꾸벅거리고 있는데 왠 조그만 여자애가 들어왔다.


"전공은여?"

"지질학 했습니다" (보너스 10점)

"영어 잘 하는데 어디서?"

"학원 다니고 있습니다" (보너스 20점)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자 솔직히 얼마 받기를 원해요?"

"아... 그게...."

"솔직히 말을 해보세요. 참고자료 입니다"

"150불 입니다"

"그럼 150불 받으시면 만족하겠어요?"

"네"



결국 싼값에.... 

가 아니라 지질학 및 영어 실력과 무엇보다 자기가 석유쪽에 경력이 전혀 없음을 인정한 솔직함에 녹아서, 그리고 가난한 집에서 열심히 공부한 것도 멋져서, 이 인간을 데이터 매니져로 쓰기로 결정을 했다.


"그래서.... 얩니다요. 소장님"

"그래? 왠일이냐 스튜어디스 안뽑고?"

"그게... 왠일인지 한 번 가르쳐보고 싶어져서요"

"알아서 하셔. 지질학?"

"넹"

"잘 해봐라" (소장님도 지질학과다 -_-)


탕시켜 전화를 해서 부장님과 소장님께 인사를 드리고 바로 임금 협상에 착수를 했다.


"그니까 경력이 없어서 일단 가산이 없고, 3개월을 수습이고, 이후 최종 계약이 기다리고... 등등 알간?" (원래 처음에 약간 딱딱하게 나가줘야 권위가 쿨럭-_-)

"네에"

"글고 처음에는 공부하느라고 집에 늦게 갈 각오를 하시고"

"네에"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말 150으로 만족해?"

"네에"

"글면 여기다가 싸인을 해주세요"


계약서를 주자 예의 파악된 성격대로 꼼꼼히 읽어본다. 

읽다가 자기 월급을 보고는 눈이 잔뜩커진다.


"저기 이게 금액이"

"뭐? 작아요?"


아마도 그녀에게는 처음으로 석유업계의 달콤한 맛을 보는 자리 같았다. 

베트남에서 (울 나라 말고. 흑흑-) 석유업계 월급은 다른 업계의 상상을 초월한다.


"Welcome to oil business"

"Thank you Sir"


나하고 탕이 낄낄거리자 옥이가 들어와서는


"자자 그만 놀려먹어요. 글고 당신도 이 인간들이랑 일하려면 좀 더 강해져야되고."

"뭐야- 그런 표현"

"자자, 새로운 식구를 환영하는 의미에서 파니가서 아이스크림이나 먹어요"


결국 히엔도 (이름이 히엔이다) 뭐 나중에 후회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이 판에 뛰어들었고, 게다가 그 중 가장 시끄러운 탐사팀에 뛰어들었으니까 

죽도록 일하고 돈은 알아서 받는 생활에 익숙해졌으면 좋겠다.


아아 이 인간 언제 전공 가르치고 언제 건방떠는거 가르쳐서 인간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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