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신기하고도 오묘한 바나나의 세계




나는 회사에 걸어다닌다.
뭐 건강을 위해서라고도 굳이 할 수 있지만 그건 아니고 차타고 다니는 것보다 시간이 덜 걸리는 그런 까닭이 크다.

암튼 걸어다니다가 보니까 길거리에서 이거저거 파는 아줌마들을 만나서 가끔 신기한 것들을 구입하고는 한다.
그러다가 며칠전에 왠 할머니가 팔고 계시는 짧고 뭉툭한 바나나를 구입했다. 뭐 내 베트남어야 그렇고 할머니도 외국인은 처음으로 상대하시는 것 같아서 손짓발짓 해가면서 겨우 구입을 마칠 수 있었다.
다 못알아 들었는데 할머니왈

"알았어? 그니까 3일 있다가 먹어"

하신다.


그래서 집에다가 두고 3일을 기다렸다.
긴 녀석들은 녹색일때 먹어도 맛있는데 왜 3일을 기다리라고 하시는지 암튼 속으로 할머니의 말씀이 혹시나

"알았어? 3일 이/내/에 먹어"

가 아니었기를 바라면서 기다렸다.

결국 3일째가 되자 녀석들은 노랑을 지나 거무죽죽한 색들을 슬슬 띄기 시작했다.
어제 저녁에 비를 쫄딱 맞고 들어가서 녀석들을 몇개 가져다가 먹었다.

허억-

이게 맛이... 뭐랄까... 사과와 감과 바나나를 합친 맛이 난다.
처음에 뭔가 싶지만 나름대로 먹으니까 오히려 깊은 맛이 나는 듯 하다.

진정 오묘한 바나나의 깊은 세계를 맛보는듯 했다.

정말로 잘 숙성이 안됀 녀석들은 약간 떫은 맛도 났다.
아아- 나의 경험은 진정 일천한 것이다.
암튼 감동하면서 신나게 먹어댔다.

순간 밀려드는 후회.
제귈 이게 무슨 바나나 인지 이름을 물어보지 못했던 것이다.
아아- 옥이나 구박해서 알아내도록 해야겠다.


'사는 이야기 > 사이공데일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데이터 매니져 선발 대작전  (2) 2006.08.30
새 집을 구해야 합니다.  (0) 2006.08.22
해마의 힘  (2) 2006.08.14
3년 병  (2) 2006.08.10
투혼 (鬪魂)  (2) 200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