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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주말에 한 이사




그게 몇 달 전이었다.

그동안 내게 친절하게 해주던 게스트서비스 매니져 였던 푹양이 그만두고 왠지 정이 안가는 투이양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나서 평소에 아는 척도 안하다가 찾아 왔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새로 아파트를 리노베이션을 하게 되어염"

"근데염"

"그래서 8월말 정도에 새로운 아파트로 이사를 해주세요"

"싫은데염"

"왜요? 이번에 수백만불을 들여서 새로 싱가폴에서 디자인을 했다구요. 자자 우선 모델룸부터 보자구요"

"넹"


모델룸을 보고나서 나는


"역시나 안옮기겠어요"

"아니 왜여여어?"

"새로운 디자인이 영 맘에 안들거든요. 어떤넘이 돈 먹고 디자인 했는지, 수납공간도 영 아니고 구조도 이게 뭔가여. 암튼 전 안갑니다"


이 후 수 차레 투이양이 찾아왔고, 다음으로 게스트 매니져 결국은 사장까지 와서 나를 설득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물론 친구인 변호사 녀석의 도움이 컸던 것도 있지만 (녀석이 계약서의 문제점을 바로 꿰뚫어줘서 후후) 결국 나는 이 아파트에 최고 문제아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거의 울듯한 게스트 매니져와 사장의 간곡한 부탁으로 이사를 하기로 결정을 했다.

물론 조건으로 최소한의 이동, 최소한의 변경, 마음대로 가구배치, 페인트 냄새의 제거 등등의 조건을 걸어댔다.


그래서 지난 토요일 드디어 5호에서 8호까지 수평거리 15미터의 이동을 시작했다.


그렇지만 이사라는게 15미터를 이동하든 15킬로를 이동하든 하는 일이 거의 같다는 것이다.

물론 사람들을 보내서 있는 물건을 '그대로' 이사해주기로 했지만 

여기는 베트남이다.

그동안 모와둔 티폿이라든가 접시들을 바라보니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결국 게스트매니져에게 전화를 걸어서


"그니까 접시 등등은 어떻게?"

"아아 저희가 완전 포장을 해서 이동을..."

"어떻게 포장을?"

"신문지로 일일히 합니다"

"허억- 신문지요? 뽁뽁이로 포장하는 게 아니었나요?"

"뽁뽁이라뇨? 그런거 베/트/남/에 없/습/니/다"


갑자이 단두대로 향하는 마리앙트와네트 같은 운명이 내 티폿들에게 향하는 느낌이 들었다.

머리를 돌리다돌리다 이사짐 센터를 하는 아는 후배녀석의 전화번호가 생각났다.


"야야 나야"

"어? 형. 요사이 술도 못했네"

"아아 그래 내가 나중에 한 잔 사고, 근데 뽁뽁이 좀 살 수 없을까나?"

"뽁뽁이요? 뭐 살 수 있져. 근데 왜요?"

"나 이사하는데, 뽁뽁이가 필요해서"

"아아 그렇구나. 바로 원가로 보내드립져. 34만동이에요"

"와 좀 비싸네. 뭐 베트남이니까. 하나 울 집으로 보내"



어느 날 집에 돌아와보니...


허어어억-


폭 1.5미터의 약 30미터 이상의 크기를 가지는 뽁뽁이의 두루마기가 놓여 있었다. 

이 새뀌!!!

내가 무슨 이사 회사 차리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나 많이!!!


결국 구입한 뽁뽁이의 10%도 사용 못하고 모든 접시와 티폿을 포장했다.

그리고 베트남에 없다고 빡빡 우기던 매니져 녀석에게 그 거대한 뽁뽁이를 낑낑거리고 들고가서 사무실에서 모든 직원이 쳐다보는 가운데 선물을 해줬다.

사장이 뭔 일이냐고 묻길래, 걍 우리나라에서는 거짓말 하면 이런 선물을 준다고만 말했다.




이 난리를 치고 정작 이사를 하는 토요일 아침이 밝았다.

확실히 난리를 친 효과는 있어서 아침 9시가 되자 절대로 그럴리 없는 상황이 벌어져서, 베트남 인부들이 좌아악 도열을 했다가 문을 열자마자 미친듯이 물건을 날라댔다 

(보통 사람부르면 한 시간 늦는 것은 기본이다).

게다가 이번에 이동하는 새집은 사장네 옆집이라서 (흐음- 옆에두고 감시를 하겠다는 거냐 -_-) 사장까지 나와서 열라 진두지휘를 했다.


결국 2시쯔음 되자 모든 짐이 새로운 집에 도착을 했고, 늉사마가 왔다.

늉사마는 부엌을 정리하고 나는 물건을 정리했다.

나는 가끔 무지하게 단순해져서 외골수가 되는데 이번에도 완전히 미친사람처럼 정리를 해서 6시경에는 대충 정리가 끝났다.


늉 보내고 음식시켜 먹고 집 구석구석을 살펴봤다.

어짜피 한달 반 있다가 돈 없어서 쫒겨날 집이지만 서도. 

흐윽-


문제는 도데체 21평짜리 아파트에 폼낸다고 복도를 만들어서 실제 생활공간은 열라 좁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평수는 21평인데 디자인 마인드는 45평이다.


아아-

짜쯩나는 모던 스타일이고...


뭐 이런식으로 새집살림을 시작했다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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