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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투혼 (鬪魂)




(금요일에 적은 글입니다요)



요사이 영 몸이 아니다.

덕분에 '강요된' 착한 삶을 살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 이유로 착하게 아침을 시작하는데 전화가 왔다.



08:30 적군들의 도발시작


“아이고 미스터 김 클났어 클났어- 아아- 어엉- 나 지금 바로 갈께”


어제 회의 마치고 등 두들겨 잘 돌려보낸 ㅌ녀석이 아침부터 다 죽어가는 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약 5분후에 허연 얼굴의 ㅌ녀석이 내게 도착을 했다.




08:35 대 호주전 발발


“그니까여 그게여 어제까지 철석같이 베트남 들려간다던 그 컨테이너선이 어제 밤 12시30분에 걍 전화 때려서 배를 좌악- 쨌다구염”

“그래서?”

“그래서. 흑흑- 싱가폴 지사에 지랄발광해가지구염. 겨우 배를 구했어염”

“근데?”

“그게요... 그게.. 두 가지 문제가 있어요”

“뭔데?”

“첫번째는 일반 상선이 아니라, flat bed구요 (바닥이 평평해서 열라위험) 두번째는여 월요일에 출발한데요”

“야!!!!!!!!!!!!! 두글래? 월욜에 출발함 울 일 안하고 노나? 앙? 우짜다가 금욜에 출발하는 배 잃어버려서. 

몰라몰라몰라몰라몰라몰라몰라몰라몰라. 니가 싱가폴가서 업고 오든지 암튼 제 시간에 가져왓!”

“흑흑흑-“


정신이 아뜩해져왔다. 

우리 때문에 전체 시추일정에 차질이 생겨서는 안돼는데, 이런 어의없는 일이 생기다니.

그 동안 병때문에 내 몸을 떠났던 투혼이 슬슬 살아오기 시작을 했다.

순간 문득 스치는 생각


“야!!! 저번에 ㅂ사 녀석들 시추 얼추 다 끝난다고 했거든 그니까 지금 바로 전화 때려서 언제 장비 릴리즈 할지 물어바바”

“넹. 흑흑-“

“글고, 제길 너 당장 싱가폴에 전화 때려가지고 눈앞에 뵈는 모든 배 가격 신경끄고 수배해서 바로 장비 실을 수 있는지 확인도 해 알간?”

“넹. 흑흑흑-“

“언제까지 답변줄 수 있어?”

“오후에...”

“주글래? (한국사람 성질 급헌거 몰러?) 지급 9시30분이니까 10시30분에 나한테 전화해. 꺼져!!!”

“흑흑흑흑- 와아앙-“




09:50 대 호주전 종료 대 미전 발발


답답한 마음으로 나와 앙숙인 ㅊ네 방엘 갔다.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그래”

“ ..... 어쩌고 저쩌고.. 그래서 ... 암튼 ... 이런 상황에서 ... 배를 내놔라”

“안돼”

“왜?”

“그 배 열라 중요한 배야. 이거 이번에 ㅇㅇ작업에 투입하려고 대기중이야”

“거짓말 하고 있네. 지금 짐 실을려고 인도네시아에 있는거 다 알아”

“뛰발- 언넘 새뀌가 조직의 비밀을 누설하고 다니지?”

“암튼 싱가폴 들려서 울 장비도 데리고 와라”

“미쳤냐. 너네 실수 봉창하려고 우리가 무리를? 차라리 목을 맨다”


이후 약 10분간 f로 시작하는 말들이 오고 갔으며, 평소에 서로 싫어하는 두 조직들이 합세해서 

(역시 몸 좋은 넘으로 하나 더 뽑았더니 꿀리질 않는 우리팀) 

분위기는 거의 살벌하게 변했고, 결국 소장님이 와서 뜯어 말렸다. -_-;;;



자리로 돌아와서 땀을 식히고 (투혼의 부활율 98%) 시계를 보니 11시다. 이론 -_-*

바로 ㅌ녀석에게 전화 때렸다.


“야!!! 우에 됐어?”

“그게염 일단은 상선중에 젤로 빠른게 아침에 말한 그 넘인데요... 오늘까지 확답을 줘야 물건 실어준다고 하고 있구요. 

흑흑- 그리고 배를 알아봤느데요 붕타우까지 왕복비용 9만5천불 달라고 하구요 오후 1시까지 확답 안주면 딴데 간다던데요. 흑흑-”

“뭐시라? 9만5천불!!!! 오늘 한 시!!! 이 것들이 급하다고 폭리를. 야 그 선박회사 컨택포인트 나한테 이멜로 바로쏴”

“넹- 흑흑-“

“글고 ㅂ사 알아봤어?”

“그게요 죽어도 20일은 더 써야 한다고 하던데...”

“그것들이 미쳤나? 시추 다 끝났자나”

“뭐 안전상 이유도 있고”

“이런 개XOY 알았어 내가 함 전화할께”

“넹- 흑흑-“




10:30 대 러시아전 발발


“네 거기 ㅂ사죠? ㅂ녀석 있나요?”

“지금 잠쉬 외출중이십니다. 메시지를 남겨드릴까요?” 


이런 강아지 같은 녀석이 또 아침부터 놀러나갔다. 원래 ㅂ사는 방만경영의 대표주자다.


“아녀. 전화 왔었다고 전해주세요”

“네”


바로 휴대폰을 때렸더니 “이 번호는 사용중이지 않슴돠” 하는 메시지가 나온다. 

하늘이 노랗다.

순간 이미 100% 부활을 마친 투혼이 분노의 역류를 시작해 그 120%의 가공할 힘을 대뇌피질로 전달을 했고, 순간 머리에 떠오른 전화번호 하나


“여보세요?”

“여보세요? 하아이- 미스터 김- 아 유 인 붕타우 나우?”

“아니. 호치민이야. 뭐 좀 물어보려구”

“흥흥- 아에 우리 집에 발을 끊었군. 미워-”

“무슨 말이야. 다음 주에 바로 내려감돠. 그런데 ㅂ녀석 휴대폰 바꿨지?”

“웅웅- 그 인간 어디서 돈 생겼는지 열라 좋은 걸로 바꿨어. 나도 갖고파”

“번호가 뭐야?”


바로 그 새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간다.

불쌍한 ㅂ녀석 독기가 충천한 한국군이 투혼으로 무장해서 밀어닥치는데 방어하는 러시아군은 술에 취해 총을 놓고 있는 것이다.


“여보세요?”

“어 나야 미스터김. 회사?”

“어? 으응 응” (웃기는 넘. 후후- 술냄새와 아가씨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그래 잘됐네. 뭐 좀 부탁하려구”

“그래”

“너네 시추기에 있는 그 장비 있자나 시추 다 끝났으니까 우리가 빼서 써도 돼지? 우리 배 보낼께”

“글쎄. 확실하게는”

“지금 바로 옆에 시추팀에 물어봐봐. 굴진 끝난게 지난 주말이니까... 얼추 다음주 월요일이면 우리한테 줘도 될껄?”

“어어 (열라 당황하는 녀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게...”

“너. 이 시끼. 저번에 우리가 ㅌ장비 몰래 꿔줬자자. 그니까 이번에 인심 좀 써. 그럼 월요일에 뺀다”

“그래. 빼. 괜차나”

“근데 너 아까 ㅈ사 ㅌ한테는 왜 20일 더 쓴다고 했어?”

“아아 그거. ‘갑’으로서 가오 좀 잡고. 뭐 원래는 우리 안전규정상 (소련에는 이런거 없슴돠 -_-a)... 근데 우린 친구니까 내가 팍팍 인심을 쓰는거야”

“오케이 땡큐. 내가 붕타우가서 팍팍 쏠께”

“그래”




11:45 대 러시아전 종료 – 승리



여기까지 오자 극도의 공복이 밀려왔다. 역시나 간만에 일하려니 힘이 들다.

동료들과 점심을 먹으러 갔다.

남들 다 먹는 동태찌개 먹고팠지만 속이 편하면 독기가 사라질까봐 일부러 짜장면 시켜서 고추가루 팍팍 뿌려서 먹었다.




13:00 대 말레지아전 발발



밥먹고 돌아오니 ㅌ녀석이 이메일을 보내놨다.

물론 대 러시아전 승리로 더 이상 싱가폴에 연연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하는 행위가 넘 괘씸했다.

‘도데체 어느 회사야?’ 하고 봤더니


ㄹㅇ인터네서날


‘이 멍멍이 자녀 같은 넘들이!!!!’


갑자기 다시 투혼이 불을 사르기 시작했다.

바로 전화 때렸다.


“헬로우”

“여보세요”

“오우 미수타 킴”

“야, 너 어째서 배 한 척 보내는데 95,000불이야. 그것도 오늘까지 컨펌?”

”오우 그게 그쪽 회사건줄 몰랐어요. 월요일까지만 얘기해 주시면”

“야 저번에 27,000짜리가 어떻게”

“오우 노노노노노. 그건 예전에 경기가 아주아주아주 배드 하던 시절 얘기구요. 요사이 싱가폴에 아에 배가 없다구요. 그나마 저희 회사니까 배를 수배해서리”

“너 내가 지금 싱가폴 날아가서 싱가폴항에 상선 하나라도 보이면 주글줄알아”

“핫핫핫 농담은~. 제가 특별히 75,000에 모십니다”

“내가 늘 숫자는 간단하게 하랬지”

“오우케이 7,0000!! 마이 베스트 딜입니다”

“알았어. 월요일에 컨펌줄께”


역시나 말레이지아 넘들은 정면대결을 피한다.




14:00 대 말레지아전 종료 - 승리




겨우 하루가 지나나 하고 열을 식히고 있는데 (안그래도 감기로 열이 나는데 하도 난리를 쳤더니 몸이 뜨끈거린다), 공문이 하나 왔다.


순간 다시 몸이 부우욱 달아오른다. 투혼 재부활 -_-;;;




15:00 대 베트남전 시작


“여보세요”

“여보세요”

“이거봐 이 공문 왜 보냈어”

“그니까 저번에 보낸 공문에 대한 답으로”

“너 바보냐 (솔직히 녀석 약간 모자라다)? 영어 못읽냐(못읽는게 아니로 영작이 잘 안됀다)? 까불지 말고 내가 시키는대로 고쳐서 다시 보내”


말은 이렇게 했지만 솔직히 녀석이 보낸 공문대로 처리하면 우리쪽은 상관이 없는데 그 쪽회사가 열라 망신을 당한다. 

어디까지나 좋은 마음이었는데 녀석이 워낙 나를 가르치려는 태도를 끝까지 유지했고 나는 투혼이 극에 달해있었던 상황이었다.


“웃기는 소리하지말고 공/문/대/로/ 시행을 요청해. 파트너로서”

“그래? 오케이 바로 공/문/대/로/ 시행해주지”


바로 전화를 끊고 손가락이 안보이게 그 공문에서 녀석들이 잘못 요구하는대로 사사삭 써서 시행을 해버렸다.

그 이후 수 많은 전화가 걸려왔고 그 때마다 난 녀석의 공문을 착착 보내줬다.

아마도 녀석 크나큰 고통을 받고 있을 것이다. 불쌍한 넘.




16:00 대베트남전 종전 - 승리



저녁에 바에서 술을 마시는데 여자애가


"이거봐요. 전혀 열이 떨어지지 않았자나요" 한다.

"아냐. 이건 열이 아니라 투혼이라구" 

"넹?"


아아 안싸우고 살아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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