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커피를 내리고, 어제 에어프라이어로 구워놓은 고구마를 우물거리면서
메일을 확인하고 몇 개는 답장을 쓴다.
그러고 있으니 팀원들이 속속 로그온을 해와서 아침 인사를 하고 몇몇 친구들에게 진행상황을 확인했다.
이렇게 재택근무 둘 째 주가 지나고 있다.
슬쩍 식료품 보관쪽을 보니 얼추 물건들이 있고, 오늘 정도 라면과 햇반까지 보충되면 당분간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커피를 들고 흐릿한 창 너머를 한 번 보고, 음악을 틀고 업무를 시작했다.
마치 외부와 사람들이 차단되고 통신으로만 연결하고 직접적인 대면 접촉을 하지 않는 그런 미래의 디스토피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날부터 재택 근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어짜피 서버에 존재하는 가상의 컴퓨터로 작업을 했고, 메신져들로 업무논의는 익숙했다.
게다가 그룹 전화는 너무나 아무런 이상이 없이 잘 작동을 했고,
외국 애들이랑 비디오 컨퍼런스도 완벽했다.
"야야, 너네 나라 상황이 별로라면서?"
"그래서 집에서 컨콜하는거야"
"응? 집에서?"
"인터넷 강국이라고 들어는 봤나?"
등등으로 말이다.
상황은 속속 티비에서 나오고, 나는 그럼에도 점심을 만들고 저녁을 만들고 넷플릭스를 보며 하루를 끝낸다.
마치 이 세상이 이런 상황을 꽤 오랫동안 준비해와서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우울한 미래사회(라고 쓰지만 현재이다)는 우리가 구축한 장비빨에서 나오는 것이다.
우리는 암 생각없이 (혹은 어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_-;;;) 이런 쪽으로 장비들을 개발해온 것이기도 하고. 으음-
뭐 그런 생각이 드는 아침이다.
그렇다고 막 회사기 그립고 그런 것은 아니다 (아아- 사장님 죄송해여 -_-;;;;)
뭐 이러다가 인터넷 끊어지면 더더욱 디스토피아적으로 변해서 한손에는 총 (실제로는 없죠), 한 손에는 장바구니를 들고 거리를 활보해야 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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