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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사이공/음식

베트남 쌀국수 퍼(Phở)의 역사

by mmgoon 2019. 7. 19.

앞쪽에다가 반쎄오가 먹고 싶다고 했는데,

당장 쓰린 속을 생각하니 당장 퍼풍(Phở Phượng)으로 달려가 베트남 쌀국수인 퍼를 하나 먹고 싶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으응?) 예전에 한 번 퍼에 대한 기원을 썼었는데 (포스팅), 

새로 알아낸 내용들을 다시 한 번 정리해봅니다.

네네, 중복되는 내용이 당근 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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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형태의 퍼(phở, 발음이 '포'보다는 '퍼'에 가깝습니다) 

그러니까 베트남식 소고기 국물에 말아낸 쌀국수는 20세기 초 하노이 인근에서 태어났습니다.

1910년에 발간된 Technique du Peuple Annamite (베트남인 기술자와 장인)이라는 책에서 프랑스 식민주의자들은 당시 삶을 묘사했는데 

여기에 퍼를 파는 사람들이 묘사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시기 이미 퍼가 베트남에 존재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퍼의 하노이 기원설이 있지만 일부 사람들은 퍼는 남딘(Nam Dinh)성에서 시작된 음식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하노이 스타일 퍼

 

처음 생겨난 지방에는 여러 설이 있지만 응웬(Nguyen)왕조 시기에 프랑스, 중국, 베트남의 문화가 충돌하여 생긴 음식인 것입니다.

프랑스인들이 육류를 즐겨 먹고 남은 부위들을 베트남 정육업자들에게 넘기면서 

당시까지는 육류 소비가 거의 없었지만 국수를 즐기던 베트남 사람들에게 저렴하게 얻을 수 있는 고기가 들어간 국수가 개발된 것입니다. 

 

퍼(phở)가 하노이의 주류를 이루기 전에 하노이 사람들은 싸오쩌우(xáo trâu)라고 불리는 물소 고기와 쌀국수로 만는 국물국수 요리를 즐겼습니다.

프랑스의 영향으로 소고기가 유입되자 쌀국수는 납짝한 형태로, 그리고 물소고기가 소고기로 바뀐 퍼가 탄생을 했던 것입니다. 

 

퍼를 처음으로 즐긴 사람들은 하노이의 중국사람들이었는데 그들은 이 음식을 우 늑 판(ngưu nhục phấn)이라고 불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노이 구시가에 베트남 사람들이 국수 가게를 열기 시작해 남딘(Nam Dinh)식의 우늑판(ngưu nhục phấn)이 1925년 처음 등장하게 됩니다.

이 후 음식의 이름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응웬씨에 의하면 

 

"국수를 파는 중국인들이 늘기 시작하면서 손님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해 점점 짧은 간판이 쓰이게 되었습니다.

여기 소고기 국물 국수 있습니다 라는 뜻의 우늑판다이(Ngưu nhục phấn đây)가 '우판아(ngưu phấn ạ)로 줄었다가, 판아(phấn ạ) 혹은 폰어(phốn o)로 줄고

최종적으로 퍼(phở)가 된 것이지요"

 

라고 하네요.

 

퍼(phở)라는 단어는 1930년 베트남어 사전에 등장하는데, '저민 소고기가 얹혀있는 국수 스프'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이 사전에는 어원이 광동어인 판(phấn) 그러니까 납짝한 쌀국수에 기원한다고 적혀져 있습니다.

이 것도 가능한게 '판'이라는 발음은 배설물이라는 베트남어와 비슷해서 '퍼'로 변형되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이론은 퍼(phở)는 프랑스어인 feu에서 왔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인기가 늘어난 퍼는 1939년에 소고기 대신 닭을 사용한 버젼(?)인, 퍼가(Phở Gà)가 탄생을 합니다.

 

닭고기를 이용한 퍼가(Phở Gà)

 

사이공에 퍼가 알려진 시기는 1950년대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쪽 사람들이 남쪽에 직장을 구해 내려오면서 자연스럽게 유입되었다고 합니다. 

사이공 사람들은 북쪽 스타일에 퍼를 살짝 변형시켜서 국물을 약간 달게하고, 타이바질, 고추, 숙주 등을 추가합니다. 

이렇게 남쪽 스타일 퍼가 탄생을 한 것이죠.

 

 

사이공 스타일 퍼

 

 

요사이는 베트남 어디에서나 언제나 먹을 수 있는 퍼(Phở)는 베트남을 대표하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추운 겨울 아침에 즐기는 뜨끈한 국물의 하노이식 퍼도,

타이바질과 여러 향채를 듬뿍 넣고 즐기는 사이공식 퍼도,

뭐 다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