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틀사이공/음식

베트남 녹색 쌀의 정체

by mmgoon 2019. 10. 2.

베트남 음식을 먹다가 보면 녹색의 쌀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서 녹색 쌀을 붙여서 새우를 튀긴 똠 찌엔 껌 산 (Tôm chiên cốm xanh, 보통은 줄여서 똠 찌엔 껌이라고 합니다) 같은 경우죠.


이 녀석인 똠 찌엔 껌 입니다.



이 녀석의 이름은 껌(com)이라고 하는데 실제 껌은 밥과 같이 쌀로 만든 음식을 말합니다.

좀 더 자세히는 껌 싼(com xanh, 녹색 쌀)이라고 하죠.

쌀이 많은 베트남에서 개발한 살짝 익지 않은 찹쌀의 한 종류를 이용한 음식재료 입니다.


이 녀석은 베트남식 춘권에도 들어갈 때가 있고, 아이스크림 위에 뿌리기도 하고, 제단에도 올린다고 합니다.


녹색의 쌀은 익숙하지도 않고, 왠지 녹색이 인공적인 느낌이 있어서 베트남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아아 이거 뭐랄까 전통적으로 만드는 건데 말이지... 으음.... 암튼 요사이는 가짜가 많다고"


뭐 이 정도의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은 말을 들었습니다. -_-;;;

녀석 잘 지내는지.



그러다가 문득 이 쌀을 생산하는 지방에 대한 기사가 있어서 베트남 녹색 쌀 (정확히는 녹색 쌀을 볶아서 만든 납짝한 녀석)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


베트남 북쪽에 옌바이 (Yên Bái)성 반쩐(Văn Chấn)지방 뚜레(Tú Lệ) 마을은 예로부터 껌(com)이라고 불리는 이 녹색 쌀 튀밥을 만들어왔다고 합니다.


마을의 위치입니다.




이 마을에서는 9월말에서 10월초에 쌀을 수확하는데, 이 때 녹색 쌀을 만드는 일종의 찹쌀도 같이 수확된다고 합니다.




옌바이성의 타이(Thai) 소수 민족은 아직도 이전 방식으로 이 녹색 쌀을 만든다고 합니다.

(네네, 대부분 현대식 방법으로 만들어지고 있군요. 타이족은 이전 포스팅을 참고하세요)


일단 이른 아침에 찬 물에 쌀을 담가서 불순물을 제거합니다.

물 위로 떠오르는 껍질들은 건져냅니다.

녹색 쌀을 만드는 쌀은 반드시 우윳빛 쌀뜬물이 나오고 약간 노란빛이 돌고 완전히 익지 않아야 합니다.





불순물들과 쭉정이들을 제거한 다음 큰 그릇에서 은근한 불로 쌀알에 금이 가고 향기가 올라올 때까지 30분 정도 익혀줍니다.

타이족에 의하면 이 과정은 녹색 쌀의 맛을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과정입니다.

너무 온도가 높으면 쌀이 딱딱해지고, 너무 낮으면 음식 만들 때 끈끈함이 없어진다고 합니다.

또한 그날 추수한 쌀은 반드시 그날 처리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볶아준 다음 절구에 넣고 찌어줍니다.

뚜레 마을의 녹색 쌀은 아직도 완전히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고 하네요.

뚜레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이 녹쌕 쌀을 만든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녹색 쌀이 유명한 마을은 나롱(Na Long)마을이라고 합니다 (응?)

나롱 마을은 하루에 약 20kg의 녹색 쌀을 만들어 판다고 하네요.





이렇게 쌀을 찢는 작업은 보통 2명이 같이 합니다.

한 사람이 방아를 밟는 동안 다른 한 사람은 큰 숫가락을 이용해서 쌀들을 뒤집어 줍니다.

방아를 찟는 사람은 일정한 속도로 적당한 힘으로 쌀을 찌어줘야 골고루 쌀이 빠아진다고 합니다.

일단 껍질이 벗겨지면 쌀을 방아에서 덜어냅니다





찌어진 쌀알들은 껍질이 남아있는지 잘 살펴봅니다.

이렇게 방아질과 키질을 반복해서 모든 껍질이 제거되고 쌀알이 납짝해지도록 만듭니다.






뚜레 마을에서 만든 녹색 쌀은 특별한 녹색을 띄며 바로 만들어졌을 때 가장 맛이 좋다고 합니다.

맛을 보면 부드럽고, 향긋한 향이 나면서 달콤하며 뒷맛이 쌉쌀하다고 합니다.




이 마을을 방문한 관광객들은 유명한 녹색 쌀을 기념품으로 많이 구입한다고 합니다.

가격은 1킬로그램에 약 12만동 (6000원) 정도한다네요. 으음. 저렴한 녀석은 아니군요,



뭐 굳이 이 마을까지 가서 녹색쌀을 구입할 가능성은 없겠지만,

혹시나 베트남 음식을 드시다가 녹색의 쌀을 발견하시면 "아아- 이거 뚜레 마을 산인가?' 뭐 이런 이야기를 할 수도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