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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사이공/음식

반쎄오(bánh xèo)의 역사

by mmgoon 2019. 7. 19.

창 밖을 보니 비가 줄줄 내리고 있습니다.

어제 음주에도 불구하고 비를 바라다 보니 왠지 빠삭한 반쎄오(bánh xèo)와 맥주를 먹고 싶어집니다.

반쎄오는 베트남식 부침개로 강황이 들어간 노란 반죽에 새우, 숙주, 돼지고기 등등을 넣고 얇게 부쳐내어

빠사삭한 느낌과 고소한 맛을 내는 녀석입니다. 

 

베트남 음식하면 퍼(phở, 베트남 쌀국수), 반미(bánh mì, 베트남식 샌드위치), 분짜(bún chả, 구운고기를 올려먹는 쌀국수) 등이 유명하지만

베트남 호치민 길모퉁이 작은 가게에서 아줌마가 쉬쉬쉭하면서 만들어주는 반쎄오(bánh xèo)가 그립습니다. 아아-

참고로 이 동네 베트남 음식점에서 파는 멀렁멀렁한 반쎄오는 반쎄오라하기 어렵습니다 T_T 

 

반쎄오는 지역마다 크기, 들어가는 내용물들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그리고 가게마다 맛이 다 다릅니다. 

흑흑 호치민 살 적 울 동네 맛집이 그리워지네여.

 

 

이런 의미에서 반쎄오의 역사를 한 번 찾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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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쎄오가 정확히 언제부터 만들어졌는지는 잘 알 수 없지만 중부 베트남에서 기원한 것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치를 보고 있습니다.

떠이선(Tay Son) 시기 동안 이 얇은 크레페같은 부침개는 매월 음력 16일에 밥 대신으로 먹을 것으로 정해질 만큼 이미 인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사이공 스타일 반세오

 

어떤 이들은 현재의 반쎄오는 후에에서 먹던 반코아이(bánh khoái) 그러니까 예전에 궁정에서 먹던 더 바삭하고 작은 부침개에서 기원했다고 합니다.

이 음식은 기원전 1세기에 남인도 음식이 참족에게 전해졌다가 다시 베트남으로 온 음식으로 보는 이론도 있습니다.

 

후에식 반코아이(bánh khoái)

 

 

기원이야 어찌되었건 베트남 중부 기원인 이 부침개는 아주 다양한 버젼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빈딘(Binh Dinh), 꽝아이(Quang Ngai), 꽝남(Quang Nam)성에서는 중간 크기의 반쎄오를 라이스페이퍼에 싸서 먹고, 남쪽 지방인 칸화(Khanh Hoa), 닌투언(Ninh Thuan), 빈투언(Binh Thuan)성에서는 돼지고기, 숙주, 해산물을 넣어서 생선액젓, 고추, 땅콩으로 만든 소스에 찍어 먹죠.

 

지역에 따라 반쎄오를 신선한 채소에 싸서 먹기도 하고, 아무 것도 싸지 않고 그냥 먹기도 합니다.

 

 

닌투언성 스타일 반쎄오

 

 

중부지방 요리사들은 스타푸릇과 바나나를 곁들이기도 하고, 

남쪽지방 요리사들은 버섯, 코코넛, 연꽃 등을 추가하기도 합니다.

또한 반쎄오를 찍어 먹는 소스인 늑짬(nước chấm)에는 라임, 고추, 생선액젓이 기본적으로 들어가지만 비율과 추가되는 재료가 지역마다 다르죠.

 

 

 

 

일반적으로 남부로 갈수록 반쎄오의 크기가 커지는데, 

껀토(Can Tho), 비엔화(Bien Hoa), 사이공(Saigon)의 반쎄오는 넓직하고, 

녹두, 돼지고기, 새우, 숙주가 기본적으로 들어가고 향채와 쌈채소가 곁들여집니다.

(네네, 제가 좋아라 하는 스타일은 이겁니다)

 

크고 아름다운 사이공의 반쎄오

 

 

그러나 VnEconomy에 의하면 1960년대와 70년대에는 사이공에서 반쎄오는 그리 인기가 있지 않다가

1980년대에 노동자들이 사이공으로 몰리면서 중부지방 음식인 반쎄오가 인기를 얻게되었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농부들이 반쎄오를 바나나잎으로 싸서 논에 일하러 갈 때 도시락처럼 가져가기도 했다고 하네요.

 

처음 사이공에 반쎄오가 소개되었을 적에 이 음식은 빈연(bình dân) 그러니까 노동자들의 저렴한 음식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반쎄오는 점점 화려해지면서 식당에 메뉴로 자리를 잡았고, 맛집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네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더 먹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