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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베트남어 수업은 계속되고




놀랍게도 주변 인간들이 중간에 그만둘 것이라는 확신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어 공부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것도 소장님과 김부장은 나름 열심히 재미지게 공부를 계속하고 있죠.

특히나 처음으로 베트남어를 배우시는 소장님이 열심히 하신답니다.

저야 뭐... 베트남어 수업에 늘 언제나 항상 그랬던 것 처럼 수업시간에만 충실한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음음.




“자자, 오늘은 시험을 보겠어요”

“네? 새임. 시험 본다는 얘기 없었자나여”

“아아- 단순한 쪽지 시험이라고요. 어짜피 미리 알려줘도 공부 안하고 올거자나여”

“뭐랄까 새임 이건 단순한 예습의 문제라기 보다는 상호 신뢰에 대한 이야기...”

“시끄럽고 책 접으세요”



“안 꼬 쾌 콩? (how are you?)”

“멧 꽈 (매우 피곤합니다)”

“따이 사우 안 멧? (왜 피곤하지요?)”

“홈꽈 중또이 웅 비아 (어제 우리는 맥주를 마셨어요)”

“아아- 왜 매일 대화 내용이 똑 같은 거에요”

“저희 인생이 그리 다이나믹하지 않아서....”



“선생님 저 불만이 있어요”

“뭔가여?”

“왜 저기 한 번도 예습/복습이라고는 하지 않는 김부장한테는 쉬운 질문만 하시고, 매일매일 숙제에 복습에 충실한 저한테는 어려운 질문을 하시나여?”

“그런 적 없어여. 두 사람한테 늘 같은 질문을 한다구여”

“아니져. 저는 완전 긴 문장으로 대답하는데, 저 인간은 열라 짧은 대답만 한다고요”

“그게. 같은 문장인데 소장님이 넘 천천히 말씀하셔서 그래여”

“흥- (삐짐)”



“선생님 또이는 나라고 하셨자나요. 근데 왜 오늘에 와서는 또이가 나이라고 하는 건가요? 김부장아 너도 가만있지 말고 얘기 좀 해”

“아아, 나를 말하는 또이는 Toi고, 나이의 뜻이 뚜오이는 Toui 자나여. 완전히 다른 단어라고요!!”

“그렇지만 새임 발음이 구분이 안되여. 흑흑-”

“정작 같은 발음으로 밤을 나타내는 Toi는 올라가면서 발음하면 되지여”

“(정색) 그거 안배웠습니다”

“아아아- 지지난 주에 배웠자나요”



“자, 여러분 오늘은 역할극을 해봅시다. 소장님이 가게 주인이고 미스터킴이 손님이에요. 미스터킴은 지금 모자를 사고 싶어합니다. 베트남어로 시작”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모자를 구입하고 싶습니다”

“이 곳에서는 모자를 팔지 않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아아아- 매일 이런 식으로 짧게 끝내니까 베트남에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요!!”



“아아- 오전반은 벌써 13과 나간다는데 우리 오후반은 아직도 6과를 못 끝냈다구요.”

“어허- 새임 빨리 나간다고 좋은 것이 아니고 학생들이 이해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해여”

“맞아요. 이거보다 빠르면 우린 못쫒아갑니다 (확신)”

“그래도 넘 늦자나여. 오전반 선생님이 제 상사인데 혼이 났다구여. 흑흑-”

“뭐라고요? 감히 우리 새임을!! 선생님이 원하심 오전 선생을 갈아치우겠습니다. 김부장아 공문 준비햇!!”

“알겠습니다”

“아아아아- 그런 얘기가 아니자나여”



“새임. 장조림할 때 사용하는 소고기 사태가 베트남어로 뭔가요?”

“베트남어로 물어보시라니까요”

“아, 그렇지. 에... 꼬어이 사태라 방 띠엥 비엣 뉴 테 나오?”

“그런데 사태가 뭐죠?”

“야야, 김부장아 사태가 영어로 뭐야?”

“브레이스킷 입니다”

“아아- 그렇군 -_-;;”

“아아- 그렇구요 -_-;;;;;”

“으음. 저는 그냥 닭고기 먹는 것으로”

“네네”



“새임. 여기 이거 드세요”

“이게 뭐에여?”

“그러니까 제가 좋아라하는 캐드버리 쵸컬릿인데 새임 좋아하실 것 같아 가져왔어요”

“김부장 이 인간 치사하게 뇌물을!!”

“시끄럽고요. 소장님 숙제 안해왔으니 앉았다 일어나 10번 하시고요. 김부장님은 일단은 오늘은 넘어가드리지만 이런 식으로 숙제 않하고 계속 넘어갈 수는 없어염”

“넹~”



“새임. 김부장이 지금 대답한게 맞는 건가요?”

“네네, 저렇게 말해도 됩니다”

“아니져. 새임. 김부장은 우리가 새임께 배운대로 하지 않았다고요. 그런 것을 받아주시면 안되져”

“뭐랄까 그건 북쪽과 남쪽간의 표현의 차이에요”

“암튼 전 반대입니다 (단호)”



“앗하하하- 앗하하핫하하-”

“소장님 왜그러시져?”

“그게 말입니다. 얼마 전에 하노이 출장을 다녀왔는데 말이져. 우수반으로 알려진 오전반 남부장이 기사에게 베트남어로 말하다가 실패했는데, 김부장이 말하니 알아듣더라 이거죠.”

“그게 그렇게 좋은가요?”

“그렇죠. 이건 바로 우리 오후반의 슬로우 스타일 교육방식이 더 뛰어나다는 증거인 것이죠. 앗하하-”

“아아, 시끄럽고요. 숙제 해 오신 것들 보여주세요”

“선생님. 방금 전에 하노이 다녀왔다고 말씀드렸는데여” -_-;;;;



“베이 져 라 머이 져? (지금은 몇시 입니까?) 소장님 대답해보세요. 김부장님 힌트 주시면 혼냅니다”

“베이 져 라.... .... .... 못 짬.... (지금은... ... 100...)”

“아아, 아니져”

“새임 생각 중인데 말을 끊으시면”

“아아아- 시간을 물었는데 100이 넘는 숫자가 나올 수 없자나요”

“(한국말로) 김부장아 이거 시간 묻는 거였나? 눈치를 줬어야지 (죽을래?)”



“자자, 따라해보세요. 또 떠 또”

“또 떠 또”

“또 떠 또”

“확실히 발음은 소장님이 김부장님보다 정확하신 것 같아요.”

“웃핫핫. 그렇습니다. 김부장 이 인간 어제도 복습 안하고 술처먹으러 다녔다고요”

“아아- 소장님 발음의 문제를 왜 음주와 연결시키세여”



“안 꼬 꾹 홉 키 나오? (회의가 언제인가요?)”

“아 그게... 김부장 하노이 회의가 언제였지?”

“잠시만여. 으음.... 일단 다음 주 수요일 경으로 제안했는데 아직 답이 오지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렇군. 새임 베트남 측의 문제로 인해서 이 대답은 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아- 그냥 아무 때나 지어서 대답을 하세요. 여긴 베트남어 시간이지 업무시간이 아니자나여”




뭐 이런 식으로 소장님과 베트남에 수업은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음 주에는 새임이 뭔가 우리들의 수업태도를 바꾸시겠다고 이벤트를 한다고 하시는데....

과연 두 학생의 신분과 학습 태도와 레벨의 차이를 동시에 극복할 수 있는 이벤트란 뭘까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