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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아파트에서 빈둥댄 일요일 이야기

by mmgoon 2014. 10. 20.





지난 한 주 동안 한국손님 베트남 손님들을 섞어서 치루다 보니 일주일이 휘이익- 하고 지나갔다.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겨우겨우 골프를 치고 와서 저녁 먹으면서 반주로 한 막걸리의 힘에 눌려서 취침을 했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아아- 이 인간 또 시작이군'


누구인지 확인을 아직까지 못했으나 (언젠간 내가 잡는다) 우리집 윗층에 있는 아마도 DIY에 미쳐버린 인간이 일요일 아침 8:30분부터 무언가를 만들어대기 시작한다.

전화기를 들고 관리실에 전화를 해댔다.


"저기요. 지금이 일요일 오전이 맞지요?"

"넹"

"울 집 윗층에 미친넘이 아침부터 드릴과 망치로 난리를 치고 있으니 해결해주세요"

"네네"


그리고 조금 있다가 전화가 왔다.


"저기염. 그 위층 소리는 일부 사무실들이 아주 긴급한 수리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아아- 이 언뉘. 아침 댓바람부터 거짓말이다.

아마도 전화를 했더니 "아아- 쫌-" 하는 소리를 듣고는 (이렇게 생각하면 윗층에 있는 DIY 미치광이는 양넘일 가능성이 높다. 베트남 친구들은 양넘한테 영어로 이기느니 한국넘에게 거짓말하는 편을 택하는 경향이 있으니) 


'그래 김씨에게 둘러대야지'


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앞으로 이 언니를 뻥순이라고 하자.

그래서 


"저기여, 윗층에 사무실이 없자나여. 그리고 이 소리는 오늘 처음 난 소리가 아니고 지난 몇 주간 계속 나서 컴플레인 들어갔고요, 그리고 이런 긴급한 일로 뭔가 소리를 내려면 그쪽에서 공고를 먼저하지 않나? 알았어요. 그럼 내가 너네 매니저한테 설명할께"

"아아- 저기 매니저님 오늘 휴일인데..."

"걱정하지마라. 걔네지 000호지? 글고 휴대폰 번호도 있고. 그러니까 니 일봐"

"아아아아- 아니여 제가 경비들을 싹 불러서 보낼께염"


역시나 5분정도 있으니 소리가 없어진다.


덕분에 잠이깨서 아침거리를 살펴보니 어제 먹다가 남은 (혹은 그저께인가?) 피자가 있어서 데우기 귀찮아 커피와 함께 아침으로 먹었다.

겨우 대충 씻고, 교회가려고 1층에 내려가니 뻥순이가 놀고 있다가 날 본다.


"야, 윗층 사무실 긴급 복구공사가 끝났나봐. 조용하던데"


해줬더니 눈을 피한다. -_-;;;;


교회에 다녀오다가 장을 봤었어야 하는데 넘 피곤해서 걍 집으로 돌아왔다.


하늘을 보니 슬슬 비가 한 번 뿌릴 기세여서 빨래 베란다에서 안으로 들여다 놓고 티비를 봐야지 하는데 베란다에 거대한 바퀴벌레 2마리와 하늘 소 1마리가 죽어있다.


(안녕- 나는 죽은 하늘소야)



어떻게 도심 한 가운데인데 이렇게 자연이 발달했는지, 지난 주말에는 죽은 새를 치워야했고, 오늘은 거대 곤충이란 말인가.

못 본척 걍 놔두고 싶었지만,


(안녕 나는 죽은 거대 바퀴벌레란다)



죽은 곤충들을 방치한다 --> 개미들이 꼬인다 --> 이걸 먹겠다고 새들이 꼬인다 --> 이런 와중에 몇몇 개미도 죽고 새도 죽는다 --> 안그래도 우울한 베란다게 지옥도가 펼쳐진다


의 생각이 들어서 귀찮음을 정신력(?)으로 극복하고 베란다를 싹싹 쓸어댔다.

그리고 땀을 흘리고 에어컨 바람을 맞으니 잠이 와서 그대로 낮잠에 빠졌다.


그리고 일어나보니 벌써 밖은 어둑어둑하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역시나.... 이 세상에 시장 봐주는 요정 따위는 없기에 텅텅 비어있다.


대충 파스타를 삶아서 저녁을 때웠다.

티비를 틀어도 재미있는 것도 없고해서 지난 번에 다운 받은 미드를 몇 편 보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아아- 유익한 주말이었다.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