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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신기한게 좋아

by mmgoon 2004. 8. 10.




울 사무실은 뭐랄까 나름대로 바쁜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곳이다.

그리고 한국과는 달리 자기 임무가 칼같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어떤 면으로는 자기 일만 충실하면 다른것은 신경안써도 되는 그런 곳이다.

설사 내 밑에 있는 탕이라고 해도 자기 임무만 알아서 하면 내가 건드릴 필요도 없다.

이런 방식은 업무효율에는 참 좋은데 (제귈 빈둥거릴 수가 없다) 문제는 별로 신기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각자 아침에 출근해서 책상에 앉아가지고 자기일 하고 전달내용은 이멜로 하고 결정할게 있으면 회의한다.


암튼 이런 상황에서 뭔가 신기한게 하나 생기면 열라 물고늘어져서 그 신기함의 지속정도를 배가시키고 노는게 울 사무실에 전통이다.


감기엘 걸렸다.

요사이 아침저녁으로 서늘한데 창문까지 열고 선풍기틀고 잤으니 할 말은 없다.


어제였다.


"옥아~ 으으 나 감기야~"


라고 아침인사를 했더니 옥이가 이 동네에서 알아주는 감기약인 파나돌 엑스트라 스트롱을 가져다준다. 


"이건 밥먹고 먹어야되여"

"알았엄"


하는데 안이 쫄쫄거리고 온다. 


"아앗! 옥이가 감기걸린게 아니구 미스터킴이 감기였구나!! 근데 그건 밥먹고 먹어야하는건데..... 글면 레몬티 만들어줄께여~"


이런 식으로 나는 그 파나돌을 먹기전까지 베트남 전통의 감기비방을 수차례 경험해야했고, 

요사이 별로 신나는 일이 없었던 애덜은 모여서


"역시나 매일 술먹고 다니더니..." 라든가

"여자야 여자 뭐 그거 아니겠어?" 혹은

"저래뵈도 나이가 무시못하는거지" 


등등의 대화를 나누는지 저쪽에 모여서 나를 슬슬 보면서 열라 수다잔치를 벌인다.


오늘출근했지만 별로 나아진게 없다.


"어때요 오늘은?"

"옥아 어째 더 않좋아~"

"이상하다. 왜 그러지?"


이러고 있는데 푸엉이 오더니 


"오오 안이 감기에 걸려서 오늘 못온대여" 한다.

"아아 감기가 요사이 유행인가봐" 했더니

"그게 다 어제 레몬티 타주다가 옮아서...."

"무신말이냐. 그게 말이되냐?"


이렇게 말했지만 여자애들이 또 저기 모여서 신난다고 수다를 떨어댄다. 

굳이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나의 감기와 안의 감기를 연결시키려는 의도가 포착된다.

옥이한테 레몬티 타다달라고 부탁했더니 나와의 접촉을 최소화해서 감염을 피하려는 역력한 모습으로 가져다준다. 흑흑~


다른 신기한 일이 생기기만을 기다린다.

제귈 내 감기가 이런식의 대접을 받다뉘. 어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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