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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이공데일리

하노이 갑니다

by mmgoon 2007.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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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토끼들은 당근을 찾는데 실패를 했고, 다시 내게 우루루 몰려와서는


"그거봐. 우리들은 고생했지만 당신의 계산이 잘못되서" 혹은

"역시나 토끼는 토끼들끼리 일을 해야돼" 라든지

"애초에 당근 따윈 없었다구" 등등으로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만일 내가 초보였다면 당황을 하거나 변명을 했거나 설명을 했겠지만

10년 넘게 토끼들을 상대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러 느린 동작으로 미리 그려둔 그림 몇장을 토끼들에게 보여줬다.


"늘 말하는 건데, 이건 개념도야"

"알아 그 정도는"

"잘 봐봐"


국민학교만 정상적으로 졸업을 한 사람이면 누구라도 쉽게 알아볼 정도로 

색연필과 자를 이용한 그림을 보여주면서 설명을 했다.

결국,


"아아- 그런거군" 혹은

"뭐야? 마치 우리가 잘못했다는 식으로" 라든가

"흐음-" 

"도데체 누가 저 넘에게 이 비싼 Faber-Castell (내가 사용하는 색연필의 종류)을 사준거야!!"


하는 식의 반응을 보이면서 녀석들은 떠났다.


녀석들이 뭔가를 알아차리고 떠난 것은 좋은데, 누군가 하노이에 있는 토끼들에게도 설명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생긴 것이다.

결국,

비굴모드의 갈색토끼가 우리 부장에게 와서는


"헤헤헤, 저기염. 이번 문제의 기술적인 설명을 위해서는 김과장이 필요..."

"왜?"

"그게 저희는 그냥 베트남제 색연필을 쓰는데요.... 김과장은 잘 아시겠지만 굳이 우겨서 그 비싼 Faber-Castell 48색을 사용하거든요"

"그게 이거랑 무슨 상관이야?"

"아니 뭐 그게 직접적인 상관은 없지만서도요..."


결국 이런 이유로 하노이 출장을 가게됬다.

오후 9시 출발 11시 공항도착 12시 호텔도착하고 바로 자고나서 일어난 다음 이틀간 죽어라고 회의해야 한다. 아아- 귀찮아....

하노이가 시원하기나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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